장애인 여전히 정보 사각지대…정부의 실질적 제재 미비

지난 2013년부터 ‘장애인 차별 금지와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 모든 법인 웹 사이트의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됐다. 이에 접근성을 개선, ‘웹 접근성 품질인증’을 획득한 사이트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 조치일 뿐이라고 이병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지적했다. 인증만을 위한 형식적 개선일 뿐, 장애인 사용자의 실사용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접근권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정보접근권을 누려야 함은 당연 하지만 장애인의 정보접근에서 다양한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올해 4200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장애인과 고령자는 여전히 정보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정보통신·의사소통 진정사건은 지난 2012년 42건에서 2013년 307건, 2014년 165건, 올해는 6월까지 169건으로 지난 3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내의 미흡한 정보접근성의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제12회 2015 정보접근성 동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번 행사에는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정보통신 접근성의 최근 동향과 이슈’ 발표를 맡은 이성일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부진한 정보접근성 원인으로 국내 법제도를 꼽았다. 현행 정보화기본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제도에 비해 구속력·강제력이 약해 실효성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은 웹 접근성 향상을 위한 활동이 가장 많은 나라로 접근성을 보장하는 지침을 발표하고 개정하는 등의 지속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21세기 통신과 비디오 접근성 법이 대표적이고 미국은 국민의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영국 또한 유렵연합 내에서 접근성에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공영방송 BBC와 시각장애인협회 등 다양한 구성원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유기적인 정책의 제정과 시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영국의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일본은 장애인 뿐만 아니라 고령자를 위한 웹 접근성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웹 접근성이 정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정보접근성 의무화가 공공기관·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로 여겨진다”며 인식개선을 촉구했다. 이어서 “웹접근성을 준수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개선하려면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감에도 기업에 실질적 효과는 거의 없기 때문에 기업은 투자를 회피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처벌을 받은 기업이나 기관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위반 기업에게는 강력한 패널티를 적용하고 웹접근성 준수 기업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어진 발표에서는 ‘웹 접근성 준수 UI 제작 튜토리얼’, ‘최신 모바일 기기 접근성 기능 소개’ 등 정보접근성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들도 함께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장애인들도 ‘스마트폰 혁명’의 산물인 모바일 기기와 웨어러블 등을 활용,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보접근성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유정  jenny1804@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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