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단체가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연령을 이유로 차별을 금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30일 입법예고 됐다. 따라서 고령자의 고용연장과 고용안정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당위성을 부여받게 되며 불이행 시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가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지난달 30일 법 제명을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로 변경한 후 위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령자고용촉진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따라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모집·채용, 임금·기타 금품 및 복리후생, 교육·훈련 및 배치·승진, 퇴직·해고 등 고용의 모든 단계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되며 불이행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모집과 채용과 같은 부문은 법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되 그 외 임금·기타 금품 및 복리후생, 교육·훈련 및 배치·승진, 퇴직·해고 등 부문은 2010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즉 오는 2010년에는 직접적 차별과 함께 간접적 차별까지도 법적으로 금지된다. 이미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의 외국에서는 고용의 전 단계에 걸쳐 연령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진정직업자격(연극·영화 등에서 청년역할 수행을 위해 연령 제한 ),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 등 차등지급, 정년 설정, 특정연령집단의 고용촉진조치 등 대표적 차별예외사유를 법에 열거해 법의 차별금지 내용을 명확히 하도록 했고 차별행위에 대해 노동위원회의 조사·심문, 조정·중재 및 시정명령 등 구제절차가 마련된다.

확정된 시정명령을 불이행하는 경우 1억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이행상황 제출요구에 불응할 경우에도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발생된다. 뿐만 아니라 근로관계 성립 이전 단계에서 차별이 발생하는 경우 차별피해자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구제하기 위해 모집·채용단계에서 연령차별을 하는 경우에도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연령차별과 관련된 분쟁 발생 시 차별유무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업주가 부담토록 했다.

한편 노동부는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가 연공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현실과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노동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연령차별 금지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노사간 마찰을 빚어 사회적 비용을 높일 수 있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노동시장의 유연화 확보 등과 같은 관련제도의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동부가 입법예고 한 연령차별금지 입법안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연공서열형 인사, 임금 관리체계를 기반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퇴직에 관한 연령차별금지는 현재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정년퇴직제도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으로서, 정부안은 마치 이를 예외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예외적용기준 연령을 명시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임의로 개별기업의 정년연령 연장을 간접 강제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또한 "정부가 이처럼 기업규제로 전락할 수 있는 비현실적인 입법안을 추진하는데 대해 실망을 넘어 허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전하며 "법 시행과 관련해 노사가 기존에 각자에게 유리한 관행은 묵인하고 자기에게 불리한 것만 차별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연령차별금지를 계기로 연공형 인사관행의 실질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한은퇴자협회측은 "급격한 고령화와 조기퇴직으로 인한 장·노년층 실업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매우 시기적절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하며 "기업이 힘들어하는 연공서열 임금체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차별금지법을 악용할 수 있는 노조문제도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해져가면서 합리적인 노조로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덧붙여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연령차별금지법은 국민소득이 우리 절반도 안 되는 동구권국가도 실시하고 있다"며 자칫 기업이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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