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장 취임식 후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있는 김철중 회장. 김 회장의 새로운 각오와 다짐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런 그를 만나 앞으로의 행보와 노인복지시설이 갖춰나가야 할 덕목과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치매나 중풍으로 가족의 수발을 필요로 했던 노인들의 시설입소가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라 이를 대비하는 협회의 입장에 대해 들었다.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김철중 회장.<사진/최경훈 기자>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장으로 당선된 소감과 각오는.

먼저 부족한 나를 믿고 뽑아주신 노인복지시설 원장님들에게 감사하고,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인구로 심각한 노인문제에 처하게 될 우리나라의 노인복지현장을 생각할 때 노인복지를 실천하는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또한 모든 회원들의 기대에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려고 마음을 다지고 있다.

한국의 노인복지시설들의 현주소는 어느 정도인지.

2007년2월 현재 전국적으로 양로시설 158개소 6130명, 요양시설 310개소 1만3285명, 전문요양시설 219개소 1만1785명, 양로주택 12개소 1280명, 노인전문병원 40개소 4244명 등 총739개의 시설에서 3만6724명의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숫자적으로 보면 꽤 많은 것 같지만 우리나라의 노인인구가 2월 현재 전체인구의 9.5%를 차지하는 460만명 정도며 계속적으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의해 노인들이 생활하는 거실의 기준이 6인이하로 규정돼 있어 대부분의 시설들이 5인실로 설계돼 있지만(2006년10월부터 4인이하로 규칙이 개정되었음) 선진국의 경우 1인실은 물론 적어도 2∼3인실의 기준으로 설계돼 있는 차이가 있다. 우리도 기존의 시설물을 이 기준으로 적용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시설인프라라고 말할 수 있다.

즉 건강상태에 따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설에서 서비스를 받기보다는 부모를 자녀가 모시는 것이 효도이고 자녀된 도리라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면서 치매 및 중풍으로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노인들조차 시설 입소에 부정적이다.

또한 노인복지시설을 포함한 복지시설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아직까지 매우 부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고령화사회를 대비한 시설인프라 확충을 위해 시설을 설립하려면 지역주민들이 '혐오시설이다', '땅값 떨어진다' 등등 현실과 맞지 않는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반대하는 것을 보면 확인 할 수 있다. 오히려 주거공간에 종합적인 복지시설이 설치돼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려야 살기 좋은 주거환경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문제의 해결책으로 정부에서 2008년 7월부터 시행하려고 준비중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로 인해 국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전환되고 있기에 반가운 일이긴 하다. 노인복지시설의 중요성을 느끼고 기존시설의 편의성이 확충되며 부족한 시설인프라가 충족되어 병약한 노인들이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고 부양의무자도 합리적인 부양의무를 감당함으로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살수 있는 복지한국이 되었으면 한다.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협회측은 어떤 대책마련을 강구하고 있는지.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치매 및 중풍 등 중증 노인성 질환을 앓고 계신 노인들이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으므로 이제 더 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가족이 아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요양기관이 필요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료시설과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을 위한 유료시설로 양분되어 있었다면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해 볼 때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정부는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해 보호자의 부담을 전 국민이 서로 나눔으로 인해 국가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급속히 증가하는 병약한 노인들과 보호자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꼭 시행되어야 할 제도지만 준비되지 않고 질 높은 서비스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혼란만 가속화되고 노인, 시설, 가족모두가 불편하고 어려운 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제도의 시행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인 노인복지시설은 존패 위기에 처할 정도로 노인복지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왜냐하면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2005년 7월부터 시작한 1·2차 시범사업을 통해 시험적으로 설정해 놓은 요양수가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에서는 적자운영이 예견됨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의 내용도 기본신체수발, 기능회복, 간호처치 등 단순기능적인 서비스 정도에 그쳐 생각과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재가치를 누리며 살아야 할 노인들의 삶이 평안하고 즐겁고 행복하기보다는 삶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는 시설생활이 될 수 있다.

노인복지시설이 이렇게 전락된다면 복지시설이 아니고 수용시설이 될 것이다. 앞으로 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된다 해도 노인들이 존엄한 가치를 지닌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의 내용 및 시설운영에 관한 부분, 합당한 요양등급의 판정기준 마련, 적절한 요양수가의 책정, 본인부담금의 하향적용 등 가장 합리적이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제도 시행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협회에서 능력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상설연구기관을 만들고 서비스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인간냄새나는 인간과계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시설이 갖춰야할 제1덕목이라고 이야기하는 김 회장.<사진/최경훈 기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협회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한동안 국회 계류됐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서 2008년 7월1일 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전면적으로 시행이 가시화 됐다. 이를 위해 세부적인 시행규칙을 만드는 등 행당 기관들은 시행준비로 바빠질 것이다.

우리협회는 시설을 대표해 현장의 소리를 듣고 해당기관에 전달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도록 협력할 것이다. 준비기간이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아 촉박한 느낌이 들지만 짧은 기간동안 힘겹더라도 합리적인 제도 시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끄자고 기름을 안고 뛰어 든다면 더 큰 희생과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이것은 서비스 수혜자인 노인들과 보호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또한 시설에서도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통한 노인의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무분별한 경쟁으로 시설간에 어려움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되겠지만 전문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모든 시설이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지식습득을 위한 직원교육실시와 상호정보교환을 통한 지역간 시설간 균형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통과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장 큰 아쉬움 중의 하나는 보험사무업무와 관리업무가 하나의 기관에서 수행하도록 제정된 것이라 생각된다. 공평하고 균형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려면 장기요양수급자의 자격관리, 장기요양급여의 평가, 장기요양보험료의 부과·징수 등의 보험사무에 관련업무는 전문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역할을 맡아서 수행하고 장기요양급여신청자에 대한 조사, 장기요양등급판정, 장기요양기관의 관리 등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관리업무는 지방자치단체가 역할을 수행해야 된다 본다.

하지만 이번 국회를 통과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에는 보험사무업무와 관리업무가 모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행하도록 제정되어 있어 공단의 역할에 따라 서비스의 질과 내용에 많은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보험의 본인부담금이 재가시설서비스는 15%, 생활시설일 경우는 20%로 정해져 있다. 이것은 서비스 이용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금액이다. 바라건데 저소득층을 포함한 일반인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본인부담율이 10%이하로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장 이전에 강원도노인복지시설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시설장으로써 시설이 갖추어야 하는 제1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요양시설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설은 더 이상 호전되지 않고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상태지만 병적 증세로 일반가정에서 돌보는데 어려움이 있을 때 전문적 장비와 인력을 갖춘 시설에서 잔존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좀 더 평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 목적이다.

복지시설의 목적에 맞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불편하지만 인격적으로 존중을 받으며 가정에서와 같이 평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친절하고 인간적인 냄새가 날 수 있는 인간관계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노인시설에 관심을 가지고 영리사업으로 투자하려는 것을 보게 되는데 경영이 어려운 중소병원들도 요양시설로 기능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우후죽순처럼 생긴 시설로 말미암아 평안하고 행복함이 사라진 피폐해진 노인복지현장이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부분이 많다.

정책적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

저출산 고령화사회 및 여성의 사회진출등 한국사회의 특징을 고려할 때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병약한 노인을 가정에서 돌봐야 한다는 전통적인 효의 개념에서 벗어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인적 물적자원을 갖춘 노인복지시설에서 개인적 건강상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온 국민의 "효"에 대한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노인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평소에 부양의무자들은 각자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주말 및 휴일, 명절을 이용해 찾아보고 안부를 묻으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설에서도 부단히 개인적 특성에 맞는 차별화 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투자해야 할 것이다. 경로헌장에도 있듯이 이 땅위에서 노인은 힘없고 가치 없는 쓸모 없는 존재가 아니라 후손들을 위해 헌신했던 아름다운 존재로 언제 어디서나 존경받고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사회복지계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문제는 여전히 열악한 상태다. 서비스공급자가 즐겁고 행복해야 수혜자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희생과 봉사정신만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공급자와 수혜자가 상호만족하는 win-win서비스를 위해 종사자들의 처우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하며 어렵고 힘들지만 수혜자의 행복을 보며 행복해 질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복지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밝고 힘있는 내일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회복지인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김철중 회장 약력
·1954년 10월25일생(53세)
·서울배문고등학교 졸업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
·강남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졸업
·서울기독대학교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졸업

·(현)강원도노인복지시설협회 회장·
.(현)한국노인복지학회 감사
·(현)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회장
·(현)한노협노인수발보험제도 연구위원회 위원장
·(현)한국복지법인 유경복지재단 대표이사
·(현)노인전문요양원 한빛마을 원장
 평안의집 양로원 원장
·CBS영동방송국 운영이사
·전국 가정폭력상담소, 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여성복지연합회 회장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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