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만 회장

 최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과 관련 사회복지시설들이 고민에 빠져있다. 장애인복지시설들 역시 마찬가지다. 시설장들은 연일 일어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시위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그 어느때 보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런 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지난 2월 23일 제주도에서 2007년 정기총회와 신임회장 선거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현재 장봉혜림재활원 원장으로 활동중인 임성만(49)씨가 제8대 김문동 회장에 이어 제9대 신임회장으로 선출돼 장애인 복지시설협회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이에 지난 3월 16일 취임식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임성만 회장은 앞으로 3년 동안 전국 500여 장애인복지시설들이 회원으로 구성된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으로서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를 위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런 그에게서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를 들어봤다.

1. 제9대 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으로서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회장님의 각오 한마디

장애인복지시설의 역사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복지에 대한 책임을 수행하지 못했던 80년대 이전에는 우리 선배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장애인복지를 태동시키고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아직 시설에 관한 정책적 방향도 뚜렷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으며 서비스의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부족하고 젊은 회장이 선출되어 우려의 얘기들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시설장님들로부터는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는 시설협회의 기능 재정립을 통해 장애인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고 사회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시설 모형의 개발과 실행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선배, 동료 시설장님을 비롯한 관계부처, 학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그 대안을 찾아 나가도록 해야겠다.

2. 이번 국회 본회의를 통해 의결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장애인 복지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먼저 7년여간의 노력을 통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제정되기까지 수고해 주신 많은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민간 주도로 이 법률을 제정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법 제정을 통해 시혜나 조치가 아닌 권리와 정책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룬 점과 활동보조 서비스의 명문화로 장애인의 삶의 터전을 중심으로 하는 자립생활을 담아낸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이번에 통과된 '장차법'은 차별의 범주들은 꼼꼼하게 열거한 반면 단서 조항들을 덧붙여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사실상 어렵게 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 이것은 추후 논의 과정을 통해 개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3. 현재 한국의 장애인 복지수준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장애인복지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선결되어야 할 정책과제가 있다면

우선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애연금의 실시, 고용의 확대 등과 같은 소득 보장이야말로 장애인이 품위 있고 선택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전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 제48조에는 장애인생활시설을 「장애인이 필요한 기간 동안 생활하면서 재활에 필요한 상담 치료 훈련 등의 서비스를 받아 사회복귀를 준비하거나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 요양하는 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언뜻 보면 장애인복지시설이 굉장히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곳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장애인시설의 장애인은 지역사회의 일원이 아니라 사회복귀를 준비하는 『환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시설장의 제1의 자격 기준이 의사인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장애인생활시설 이용자를 지역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격리수용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장애인을 거주와 활동의 공간 구분 없이 시설 안에서 생활하게 함으로써 지역사회 생활과 보호로부터 분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전근대적인 빈민법 시대의 논리가 아직도 법 규정에 반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이 시설을 부정적으로 인식되게 하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생활시설을 지역사회보호 체계로서의 『주거서비스 지원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현행의 생활시설, 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 등 모든 장애인복지시설을 지역사회 보호 서비스 체계로 묶고 그 체계 속에서 주거서비스지원사업(생활시설, 그룹 홈, 주간보호 등) 지역활동지원사업(복지관 등), 직업생활지원사업 등의 사업단위로 유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서비스 부문은 이용계약제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많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서비스 대부분을 우리 시설과 같은 민간에게 위탁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민간간의 위임 사무에는 사업단위별로『최저수준의 서비스 표준의 마련』과 그에 따른 『서비스 수가(酬價)에 관한 산출근거』가 마련되어 위임에 대한 계약의 내용이 존재해야 하는데 우리는 외국과는 달리 이러한 기본적인 기준과 계약의 절차조차 없이 정부 재정을 일방적으로 할당해 주는 조치제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제 우리도 다른 나라들처럼 명확한 서비스 기준과 예산을 반영하는 절차와 방법을 담은 법령을 정비해야 할 때이며 그렇게 될 수 있을 때 시설은 그 계약에 기초한 서비스에 충실할 수 있고 국가는 매년 공인된 절차에 의해 마련된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그리고 이를 위해 장애인복지시설들이 추구해야할 변화나 자세에 대해

최근 들어 장애인 서비스의 주 관심사는 인권에 기초한 서비스이다. 과거에는 생존권 보장 차원의 서비스였다면 이젠 생존권과 자유권이 함께 보장된 서비스의 개발과 실천이 필요했다. 선택과 참여를 통한 자기결정의 개념은 전통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워커와 클라이언트 간의 서비스 실천 관계」와 현재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이용자 당사자 통제 방식의 서비스 실천 관계」를 대비하여 고찰해 볼 때 그 의미는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일 우리가 이용자의 법적 권리나 인권과 같은 거시적 차원에서의 재활 서비스를 지향한다면 조금이라도 일찍 장애인의 생활의 다양한 측면에서 자기결정 개념을 프로그램의 수준에서 논의해 가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정신지체장애인과 같은 자기결정을 실현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경험 이상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이용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전통적인 조직체 중심(System-centered)의 관점에서 사람 중심(Personal-centered)의 관점으로 변화 시켜 나가야 할 것이며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되고 있는 서비스 제공체계인  PCP(Person Centered Planning :사람이 중심에 서는 계획)의 관점에서의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욱이 시설의 공공성과 재정의 투명성 확보에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시설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및 각 재활전문가의 역량강화를 위한 시설 측의 노력도 요구되며 이용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 지원 서비스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장애인의 선택과 참여, 자기결정을 확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며(자기결정 훈련도 적용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각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의 선택과 참여, 그리고 자기결정의 수준을 평가기준으로 채택하기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

5. 장애인복지 발전을 위해서는 장애인당사자들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 동안 장애인들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의존적으로 성장해 왔고 서비스 기관에서도 의료모델에 입각한 서비스로 인해 환자처럼 처우를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자기의 삶을 자신의 선택에 의해 살아 온 경험이 별로 없었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사회 환경의 책임이자만 이제는 장차법의 제정이나 국제장애인인권조약의 채택 등 사회 환경도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에 장애인들도 의존으로부터 탈피하여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합리적으로 전달하는 자기학습과 이미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가고 있는 동료 장애인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6. 협회의 올해 중점추진 과제와 회장으로서 임기 동안 목표가 있다면

시설협회는 협회 본연의 기능 유지와 발전 그리고 시설의 운영지원에 힘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시설협회는 협회의 고객인 각 시설들의 이익과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과 대안연구, 그리고 시설들의 다양한 의견과 애환들을 경청하고 해결해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당면한 많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설장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및 학계, 그리고 행정가 등 다양한 집단이 협회 운영에 다양하게 참여할 계획이다.

그래야만 사회 각계의 인사가 우리의 입장이 되어 우리의 문제해결에 함께 나설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와 일반직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옴부즈맨 기능을 강화하고 협회장과 협회의 활동들을 공개하며 고객 서비스 맞춤을 위한 정보와 각종 자료들을 열람하고 활용할 수 있는 창구를 개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시설운영의 제도개선을 위한 『지역사회 보호』라는 서비스 체계에서 제외되어 있는 장애인시설을 지역사회보호 체계로서의 『주거서비스』로 전환하도록 노력하고 대규모의 고립된 시설을 소규모의 지역중심 주거시설로의 전환에 힘을 쓰겠다.

두 번째, 국가 사무의 민간 위탁에 따른 계약에 관한 법령을 만들고, 주거지원 사업의 단위별 매뉴얼에 따른 보수교육의 법제화, 신입교육 및 현장 직원을 위한 보수 교육 등을 법제화하여 종사자의 역량강화에 노력할 것이다.

세 번째, 시설 운영 및 프로그램 컨설팅 지원단 운영을 통해 시설을 운영함에 있어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현행 조치제도로서의 시설 지원 방식을 이용계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하다. 이를 위해 이의 국가 사무의 민간 위탁에 따른 계약에 관한 절차 법령을 만들고 주거지원 사업의 서비스 기준 마련, 단위별 매뉴얼 개발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7.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장애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한마디
 
사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의 달이 별도로 정해져 있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만일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의 달을 만들었다면 장애인들에게 해줄 말보다는, 우리 사회가 4월 한 달만이라도 장애인을 위해 고민하는 달이 되길 희망한다. 또한 그 동안 많은 말들을 그들에게 해왔다면 그 달만은 보다 겸손하게 장애인의 목소리를 경청해 보는 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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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만 회장 약력

·1959년 10월 5일 출생
·서울 휘문고등학교 졸업
·대구대학교 특수교육학과(정신지체전공) 졸업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전공
·부천혜림혜림원(정신지체인 재활시설) 부원장
·부천혜림학교(정신지체인 특수교육기관) 교사
·부천혜림요양원 원장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대헌전문대학 교양과(자원봉사론)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 전문위원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現)인하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겸임 교수
·(現)국립재활원 재활요원 교육과정 강사
·(現)장봉혜림재활원 원장
·(現)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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