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적으로는 노인주거시설이 굉장히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숫자의 증가는 노인주거환경개선과 아무 상관없다."

지난 몇 년간 눈에 띄는 양적 팽창을 거듭한 우리나라 노인주거시설의 현주소에 대해 한서대 노인복지학과 이인구 교수가 한 말이다. 기존의 틀을 벗고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이상 큰 변화를 바라기 어렵다는 말을 덧붙인 이 교수는 노인주거시설의 양적 증가를 "군인 월급이 천원에서 삼천원으로 오른 것과 같다"라는 말로 우리나라 노인주거환경 수준을 평가했다. 미비한 변화를 갖고 노인주거복지 운운하는 게 못마땅하다는 심기가 그대로 드러난 말투다.

덧붙여 "이러다간 자녀와 살다 곧장 시설로 입소하는 노인들이 태반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말로 우리나라 노인복지정책의 허를 짚었다.

핵폭탄과 같은 위력으로 우리나라를 덮칠 것이라는 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인을 가족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차이를 둬야 할 것이다.

가령 돌봐줄 자녀가 없고 독립적 생활능력이 전혀 없는 노인의 경우 시설보호를 통하는 것이 유일한 방편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 능력껏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받으며 취향에 맞는 생활을 누릴수 있는 기반이 속히 조성돼야 한다는 소리다.

양 때를 우리로 몰 듯 나이와 건강상태를 체크해 시설입소를 원칙으로 시설증축을 일삼는다면 제2의 노인문제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은 한참 부족한 인프라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에 동감하지만 노인도 돌봐야할 대상이나 개체이기 전에 한명의 당사자고 인간이며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음을 망각하지 말자는 소리다.

"이제까지의 범주에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 교수의 논리는 쓴 소리지만 삼켜야 하는 약과 같지 않을까.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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