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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계급론 금수저 VS 흙수저세습 자본주의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박미리 | 승인 2015.12.07 13:31

취업으로 고민하는 청년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은 N포세대(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주택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이런 상황은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캥거루족(독립할 시기가 됐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젊은이들) 등을 선택하는 청년들을 양산 시켰다. 그러나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고,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은 옛 말이 돼 버렸다. 빈곤이 대물림 되는 사회, 2015년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알아본다.

2030젊은이들의 ‘수저 계급론’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신이 속한 계층을 나누는 기준인 ‘수저 계급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것은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금수저(자산 20억원 이상 또는 가구 연수입 2억원 이상 총 인구 중 상위 1% 추산), 은수저(자산 10억원 이상 또는 가구 연수입 8000만원 이상 상위3% 추산), 동수저(자산 5억원 이상 또는 가구 연수입 5500만원 이상 상위 7.5%), 흙수저(자산 5000만원 이하와 가구 연수입 2000만원 이하) 등으로 나뉜다. 이는 SNS상의 기준이다.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영어유치원, 사교육 등으로 명문대와 어학연수까지 마친 상태로 취업 시장에 나오게 되지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힘들게 간 대학에서도 학자금 대출로 인해 빚을 껴안은 채 취업 시장에 내던져 진다. 쉽게 취업이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벌써 몇 해 째 일할 곳 없는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할 시기가 됐음에도 여전히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생활을 이어나가거나 아르바이트 등 최소한의 경제생활만 한 채 ‘취업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노력하면 계급상승 가능한가요?”
대학교 졸업반 이라는 이나영 씨(23, 가명)는 “수저 계급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노력하면 계급상승이 가능한지”라는 또 다른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영 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내가 가진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모습 뿐 이었다. 청소년기에도 나는 늘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적어도 부모님 보다는 잘 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대학에 와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난 청소년기 때와 마찬가지로 늘 돈을 벌고 공부를 했다. 항상 열심히 살았지만, 졸업을 앞둔 지금 회사에 취업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이고, 나에게 남은 것은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 뿐이다”라고 말했다. 사회 초년생 지한중 씨(28, 가명) 역시 수저 계급론을 “사회가 만들어낸 신조어”라고 표현했다. 한중 씨는 “나는 내가 흙수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나의 계급을 스스로 측정할 일이 없었지만,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 때문에 스스로 ‘나는 어느 단계에 속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마도 각박한 사회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8월 27일 발표한 ‘계층상승 사다리에 대한 국민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013년 75.2%에서 2015년 81.0%로 나타났다. 총 5.8% 증가한 것이다. 또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한 편 이라는 응답은 90.7%로 나타났고, 30대의 경우에는 94.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미 많은 국민들에게 ‘개천에서는 절대 용이 나올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기 싫어 이민준비하기도…
자기 스스로를 계층화 하는 현실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좌절에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로 인해 심각하게 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다. 이민을 위해 얼마 전 직장을 그만 뒀다는 김강산 씨(34, 가명)는 이름만 대도 모두가 다 아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소위 ‘엘리트’였다. 높은 연봉 탓에 모두가 부러워했지만, 나 자신은 없고 회사의 부품으로만 사는 삶에 지쳤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강산 씨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노동자는 건전지만 끼우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로봇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민 결심의 이유를 밝혔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있다. 금수저와 흙수저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 인데, ‘지옥’ 같은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뜻이다. 여기에 ‘한국’이 아닌 ‘조선’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오늘날의 현실이 태어나면서부터 계층이 정해져 있는 과거의 신분제를 닮아간다는 뜻이다. 실제로 엠브레인이 10월 2일 전국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76.4%가 이민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는 갈수록 빈부격차와 소득 불평등이 심해져서 37.8%, 여유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 33.8%,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준단 생각이 들지 않아서 32.4%로 나타났다.

빈익빈 부익부의 슬픈 현실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숨을 곳 없이 수면위로 떠올라 모두의 문제로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이 것에 대해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들까지 스스로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김 양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부해서 뭐하나, 인터넷이나 뉴스를 보면 대학을 졸업해도 인턴사원을 할 기회조차 잘 오지 않는다고 한다”며 “아무리 노력하고 공부해도 부자들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채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들에게도 금수저, 흙수저의 계층론은 자신의 일처럼 다가서 있었다.
10월 29일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국세청의 상속세 자료를 분석해 한국사회 부의 분포도를 추정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세 성인을 기준으로 상위 10%의 자산가는 2013년 전체 자산의 66.0%를 보유했다. 이것은 2000년부터 2007년의 연평균인 63.2%보다 높아진 수치다.
반면 하위 50%가 가진 자산 비중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2.3%,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7%로 나타났다. 물론 부자가 나라의 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사실이다. 그러나 하위 50%의 자산이 2%에 불과하다는 것은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자는 더욱 가난해 지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지금 얼마나 행복하세요?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영국 등 여타의 나라에도 보이지는 않지만 자본주의적 ‘계급’이 존재하고, 그들은 자신이 위치한 계급 안에서 한 단계라도 오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고 믿는 소시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힘든 매일을 사는 이들의 내일은 점점 더 암울하기만 하다. 기계의 부품처럼 살며 ‘나’와 ‘나의 가족’은 잊고 사는 사회. 사람과 사랑이 없는 사회. 아니 사랑할 시간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 안타까운 사회적 분위기는 열심히 일하고 착하게 사는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힘든 사회·경제적 분위기가 만든 결과이지 않을까?
10월 5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까지 5년간 우리나라에서 7만3995명이 자살했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8625명, 아프카니스탄 전쟁 사망자가 1만4719명이다. 이에 비교했을 때 매우 충격적인 수치다. 또한 10년 넘게 OECD 가입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저 계급론을 “부모를 탓하는 청년들이 만들어낸 부정적인 시각”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부모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과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불신, 그리고 무조건 “노력하지 않는 너의 책임”이라 말하는 일부 기성세대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좋은 내일이 올거라 믿으며 열심히 산다. 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대한민국 행복 순위는 OECD국가 36개국 중 27위다.

글/ 박미리 기자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엠브레인, 보건복지부통계청,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 상속세 자료에 의한 접근’ 김낙년 외

박미리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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