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을 겪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전 세계가 슬픔의 공기로 가득 차 있던 지난 11월 16일. 플로리스트 박성우 대표를 만나기 위해 수원으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마침내 만난 Lovely Monster 박성우 대표. 자신의 신념을 야무지게 이야기 하는 그와 만났다.

게릴라 가드닝을 아세요?
“누군가에게 어떤 물건이나 일정액의 돈을 기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박성우 대표는 자신을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즐겁기 위해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을 하는 게릴라 가드너(Guerilla Gardener) 라고 소개했다.
많이 알려져 있다고는 하나 게릴라 가드닝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게릴라 가드닝이란 ‘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는 것을 모토로 버려졌거나 누구도 돌보지 않는 땅을 가꾸는 일로, 영국인 리차드 레이놀즈가 집 앞에 버려진 화단에 몰래 꽃나무를 심는 것에서 시작됐다. 버려진 남의 땅에 ‘몰래’ 꽃이나 식물을 심는 것이니 나눔이라 단정 짓기에 매우 애매하다. 하지만 버려지고 방치돼 쓰레기나 오물로 가득 찼던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니 나눔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다. 박성우 대표는 이 경계에 서서 벌써 4년째, 게릴라 가드너로 활동하고 있다.
커다란 덩치와 독특한 헤어스타일. 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모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한 날에도 그는 맨 손에 잔뜩 물감을 묻혀가며 작품을 만들고 있었고, 사무실은 아기자기한 식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더 이상의 표현이 불가했다. 그는 ‘러블리 몬스터’ 그 자체 였다.

총 대신 꽃
박성우 대표는 공간장식과 정원을 만드는 업체 러블리 몬스터의 공동 대표이자 전문적으로 꽃을 만지는 플로리스트다. 또 게릴라 가드닝 팀 연합 비영리 단체 T.F.O.G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본래 직업이 식물과 꽃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내가 딛고 살고 있는 땅. 그리고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에 대해 높은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꽃을 통해 세상과 맞서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씀 드리면 게릴라 가드닝은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사유지에 정원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해요. 저는 다른 게릴라 가드닝과 마찬가지로 저항의 이유로 이것을 시작 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저항은 거리의 화단이나 죽어가는 꽃들을 그냥 놔두는 행동에 대한 것이었어요” 실제로 조경 등을 위해 꾸며 놓은 거리의 화단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박 씨는 이 부분에 대해 저항을 하는 것이다. “거리에 심어져 있는 꽃들은 주기적으로 한 번씩 갈아요. 식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고 시들어가고 죽어가는 식물을 새로운 식물로 가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것을 유지하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생명이잖아요. 도시 미화에 목적이 있고, 조경에 목적이 있다면 그게 아름답게 가꿔지는게 우선 아닐까요?” 박 대표는 사람들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게릴라 가드닝 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 중 하나는 ‘관리’의 문제였다. 지금은 제법 알려져 학생, 봉사단체 등 많은 사람들이 게릴라 가드닝 활동을 하고 있지만, 방치된 곳에 식물을 심고 끝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릴라 가드닝 활동을 하는 것은 굉장히 좋아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어요. 심고 그대로 방치 한다는 거죠. 꾸준히 관리되고 있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을 거예요. 물론 원예학적인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의지만 있다면 여러 환경단체나 가깝게는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해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T.F.O.G의 시작
게릴라 가드닝 활동을 하면서 T.F.O.G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T.F.O.G는 The Front Of Green의 줄임말로 녹색전선 이라는 뜻이다. “지금으로부터 한 2~3년 전 쯤 누나와 함께 게릴라 가드닝 팀 연합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 했어요. 둘로는 힘에 벅차 사람들을 모집했고요. 그들에게 원예학적 교육을 했어요. T.F.O.G는 ‘게릴라 가드너들의 최전방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게릴라 가드닝 팀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팀 연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렇게 만들어진 T.F.O.G를 통해 인적·정보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보를 전달하고 상호를 호환하고 지원한다. 팀원 대부분이 원예와 관련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곳에 강연을 다니는 박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다.
박 대표는 T.F.O.G를 홍보하기 위해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 분장을 하고 동영상을 제작해 이를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재미있는 분장과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된 이 동영상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멋져요. 예뻐요. 감사합니다.”
게릴라 가드닝 공간 선정도 매우 심사숙고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일단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선정하고, 이것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버려진 장소를 정한다. 장소가 정해지면 그 환경과 조건을 조사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을 선택해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한다. 꾸준한 관리가 가능한 곳은 주기적으로 직접 방문해 물을 주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인근에 사는 주민 중 원예에 취미가 있던 사람에게 부탁한다. 계속해서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하다보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로부터 뜻밖의 격려의 말을 듣기도 한다. “저희가 게릴라 가드닝을 하고 있을 때 지나가는 분들이 ‘예뻐요. 멋져요’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한번은 제가 게릴라 가드닝을 진행하고 나서 그 식물에 물을 주러 갔었어요. 그런데 지나가시던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고맙다고. 덕분에 내 산책시간이 더욱 즐거워졌다고’요. 그럴 때 정말 기분 좋죠.”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게릴라 가드닝 활동으로 이전에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식물에 대한 관리’에 대해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다. “요즘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을 진행할 때 식물을 심는 행위가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과거에는 식물을 심을 때 ‘심는 것에서 끝나는’것으로 만족해야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사람들이 변화하기 시작한 거예요.”

“유지되는 정원을 만드세요”
사람들의 관심, 그리고 변화…. 이것은 이들이 계속해서 게릴라 가드닝을 하는 이유였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재미있어서’라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건 항상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여기서 말하는 재미라는 것은 단순히 퍼니(funny)에 대한 부분이 아니에요. 보는 사람도 재미있고 하는 사람도 재미있는. 그리고 그 활동을 하면서 우리도 공감을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박 대표는 게릴라 가드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유지되는 정원’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게릴라 가드닝은 결국 정원을 만드는 일이고, 원예활동의 일부잖아요. 여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해요. 자기가 생각했던 의미와 의지를 관철시키고, 식물을 계속 자라나게 하는게 게릴라 가드닝이거든요.”
게릴라 가드닝은 땅에 대한 인식, 식물과 생명에 대한 배려, 그리고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단순한 형태의 훈계가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아름다운 저항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하면 안 돼요? 봉사로 하면 안 돼요? 이렇게 물어보세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생각이라는 것은 다양하니까요. 그런데 이것은 생명을 다루는 일 이에요. 게릴라 가드닝 또는 그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을 때는 땅과 식물,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해요. 그걸 무시한 채 ‘예쁘면 그만이고요’라고 시작되는 게릴라 가드닝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꽃은 총보다 아름답다. 그러나 총보다 강하다. 세상에 저항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박성우 대표는 자신이 가장 관심 있고,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인 게릴라 가드닝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로 세상은 조금씩 변화해 가고 있다.

“인터뷰하기 2~3일전 유감스러운 일들이 있어 국내외적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 어떤 탄압과 폭력도 자유와 평화 그리고 지키려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종류의 폭력과 억압, 편견에도 저항하겠습니다.”
-11월 16일 박성우

글/ 박미리 기자
사진/ 박성우

박미리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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