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부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으며 이에 따라 여성 취업자와 고용률도 지속적으로 개선 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출산·가사·육아를 거치는 30대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통계청의 올해 8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기준(만 15세 이상)으로는 52.1%, OECD 기준(만 15세~64세)으로는 57% 수준이다.
OECD 국가들 중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가장 낮은 군에 속한다. 또 한국의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경향을 지니기 때문에 연령대에 따른 경제활동참가율이 ‘M자형’을 나타내며,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겪는다.
이에 11월 3일 미혼모, 전업주부, 맞벌이 등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는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들이 독립된 주체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연구 결과 발표와 토론회 ‘66명에게 듣는다: 자립의 식탁,여성의 먹고사는 이야기’가 열렸다.

나에게 경제적 자립이란
토론회에서는 20대, 맞벌이, 전업주부, 한부모 여성을 대표하는 4명의 여성들이 각자 먹고사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전업주부 대표로 나선 박경희 씨는 “생활비가 부족해 남편에게 돈을 더 달라고 하면 아껴서 쓰라고 하니 눈치가 보인다. 신용카드를 쓰면 남편 휴대전화로 문자가 간다. 1~2만원짜리를 몇 번 긁으면 도대체 뭐하냐며 전화가 온다”며 “단돈 몇 만원조차 맘 편히 쓰지 못하니 그럴 때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다. 그래서 현재 도서관 시간제 알바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한달에 40~50만원 정도 벌지만 아이들 간식이라도 맘 편히 사줄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금은 시간제 알바를 하고 있지만 100세 시대인데 앞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부모 여성 대표로 나선 김윤월 씨는 13년의 결혼생활 후 현재 이혼한지 7년째 된 여성이다. “이혼하면서 위자료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나왔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운 좋게 대학병원 조리사로 취직했다. 정규직에 학자금도 해결되는 직장이었지만 오른손 절단 사고가 나면서 먹고 살 공포감에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그 때 당시가 생각이 났는지 울먹거렸다. 이어 “그래도 장애인복지관에서 텔레마케터 교육을 받고 사고 난 지 1년 만에 재취업을 했다. 하지만 하루에 6시간 일하고 90만원을 받는 비정규직이어서 해마다 불안하다”며 내년에 대학생이 되는 아들 걱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경제적자립은 ‘생활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는 것’
‘2015년을 살아가는 한국의 여성들은 과연 경제적으로 자립했나’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관한 연구가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에 걸쳐 이루어졌다. 응답자는 66명이었고, 이는 한국에서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경험을 직접 청취한 가장 큰 규모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여성가족부의 후원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는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안양여성의전화, 대구여성회, 부산여성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등 전국 11개 단체가 참여했다.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응답자 심층면접을 진행했고 심층면접에서 다룬 주요 내용은 자신의 경제적 상황, 경제적 역할에 관해 주변에서 듣는 말, 경제적 자립의 욕구, 여성이기 때문에 처한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 경제적 자립의 의미, 경제적 자립을 위해 개선돼야 할 사항 등 크게 6가지의 내용을 담았다.
여성들이 독립하고 싶은 대상은 나이와 생애과정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20~30대 여성은 부모님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이야기했고, 결혼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특히 배우자의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요한 자립의 요소로 꼽았다. 장애인이자 한부모 여성의 경우 ‘사회적인 지원’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답이 나오기도 했다. 전업주부의 경우 당장 소득을 발생시키는 생산활동이 아니라고 해서 경제적 역할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층면접에서 여성들이 정의하는 경제적 자립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는 것’을 의미했다. 가족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고 일을 통해 필요를 충당하며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싶은 욕구를 확인할 수 있다. 여성들에게 경제적 자립이 ‘최소한의 생활조건’이라는 사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최소한의 경제적인 독립성도 갖추기 어려운 상태임을 방증한다.
66명의 심층면접 분석을 맡은 공주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책임연구자는 “여성들은 누구나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를 원한다. 여성들에게 경제적 자립은 생계를 넘어 ‘생존의 문제’임을 본 연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여성들의 임금·소득 수준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유정 기자

박미리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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