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서자연, 회장 최광훈)은 12일 서울특별시의회 보건사회위원회와 공동으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한 대중교통 체험 행사를 가졌다.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발전의 근간인 서울시에서 과연 얼만큼의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열악함'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휠체어를 다리삼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들에게 나홀로 이동은 모험과 맞먹는 수준의 두려움을 안겨준다. 물론 일부의 개선정책이 도입되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대책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이하 서자연, 회장 최광훈)은 12일 서울특별시의회 보건사회위원회와 공동으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한 대중교통 체험 행사를 가졌다.

서울시의원과 장애인당사자가 직접 참여한 이번 행사는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을 기점으로 충정로 역을 거쳐 저상버스로 환승한 뒤 다시 서울시청으로 돌아오는 것을 일정으로 했다. 총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가량, 지하철로 1정거장 도보로는 약 20∼30여분밖에는 소요되지 않는 구간이 휠체어라는 이동수단을 동반하자 두 세배 이상의 고된 노동으로 바뀌었다.

만만치않았다 VS 비교적 쉬운하루

충정로 역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상으로 올라온 서울특별시의회 고정균 의원이 저상버스에 승차하고 있다.

 선발대로 출발한 1조는 서울시 배대열 의원과 고정균의원, 김기성 의원, 나은화 의원,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태균 간사가 참가했으며 시청역을 기점으로 충정로 역까지 휠체어로 이동, 다시 휠체어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저상버스로 갈아탄 다음 간담회가 열리는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을 종착역으로 했다.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정균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보기 좋으라고 만들어 놓은 지하철 보도블럭의 울림이 몸으로 전해져 체험을 시작한지 얼마돼지 않아 머리가 울릴 정도로 어지러웠다"고 당시의 심정을 털어놨다. 또한 "수동휠체어의 경우 남자인 나도 작은 경사로에서 애를 먹는데 노약자들이 이용한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고 의원 외에도 비장애인으로 참석한 다른 의원들 역시 '만만치 않은 경험'이었음을 시인했다. 한번의 지하철 승차와 한번의 버스 환승, 그리고 고작 한시간 반 가량의 체험 뒤에 나온 이야기였다. 장애인 당사자로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의원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은 대중교통체험을 통해 "오늘처럼 엘리베이터 설치가 잘 된 곳으로 승무원들의 가이드를 받으며 다닐 수 있다면 어려움이 있겠냐"는 입장을 넌지시 전했다.

다른 참여자도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도 있고 버스기사아저씨도 친절하게 모두 탑승할 때까지 기다려주는데 문제 있을게 뭐냐"며 "혈혈단신으로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공포가 장애를 가졌다는 두려움 보다 더 크게 작용한다"고 이야기했다.

저상버스가 장애인 승객을 발견해 알아서 휠체어 탑승용 발판을 내려주고 그들이 무사하게 오를 때까지 기다려주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도 저상버스 운전기사는 휠체어 탑승용 발판 조작의 미숙함을 보여 장애인들이 탑승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장비를 갖추고 있되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이 사실상 무용지물에 불과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기도 했다.  

대중교통 체험이 끝난 뒤 열린 간담회에서 고정균 의원도 이점을 지적하며 "저상버스를 타는 과정에서 운전기사들이 장애인 탑승을 돕도록 하는 기계장치 조절이 미숙한 것을 발견했다"며 "서울시 운전기사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은 '모험길'

누군가에겐 두걸음에 올라설수 있는 작은 언덕에 불과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부축없이 오르기 힘든 난코스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애인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은 말 그대로 모험의 대상이었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를 이야기하면서도 장애인이 막상 버스에 탔을 때는 내리고자 하는 의사전달조차 육성이 아니면 안되게끔 상황이 만들어져 있어 이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고 의원은 "언어전달이 미숙한 장애인이라면 미쳐 다 말하기도 전에 버스가 떠나버릴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지하철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의 공간이 너무 협소한 점과 이동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장애인의 경우 환승 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예상돼 장애인에 한해서라도 환승시간을 늘일 필요가 있음을 제기했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중간 도시철도관계자는 "서울시 전역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모두 완공된 상태"며 "2007년 준공을 마치고 운영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입장을 달랐다. 행사 진행을 돕던 한 관계자는 "물론 엘리베이터 설치는 모두 완공된 상태지만 문제는 지상에서 매표소까지 그리고 매표소에서 지하철까지 연결되는 구간이 모두 연결돼 있어야 하는데 매표소에서 지하철까지는 엘리베이터가 없어구간이 상당 수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인프라 구축에는 성공했지만 내실 없음이 입증된 셈이다.

체험에 참가했던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험난한 모험과 다를 바 없다"며 "대부분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저상버스 같은 경우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아쉽게도 이날 체험에는 장애인 당사자들조차 꺼려하는 리프트 탑승체험은 없었다.

대중교통 체험 뒤 열린 간담회에서 서울시 보건사회위원회 엄승업 위원장은 "위험요인과 심리적 불안요소를 충분히 확인 할 수 있었으며 체험만으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이를 해결할 만한 정책대안을 펼치겠다"고 전했다.

한편 대중교통체험이 있던 다음날인 13일,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시의원, 서울특별시의회 한나라당 나은화 의원, 서울특별시의회 고정균 의원은 서울특별시에 서울특별시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등에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p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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