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초기 213억원에 불과했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의 모금액이 6년만에 2000억원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며 초고속 행진을 보이고 있다. 놀랄 만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과는 분명 한국의 기부문화와 복지성장의 발판으로써 자랑스런 결과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라는 통제불능의 공룡을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24일 고경화 의원과 장향숙 의원의 주최로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10년의 평가와 대책'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 24일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국회의원 고경화 의원과 장향숙 의원의 주최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10년의 평가와 대책' 심포지엄을 서울시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이하 모금회법)이 제정된지 10년. 설립취지와 운용목적, 발전과정 등을 제시한 이날 심포지엄의 핵심은 모금회의 성장과정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고 아울러 모금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 토론의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거대한 규모의 모금액에 대한 분배가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모금회의 운영과 배분과정에 변화가 시도돼야 하고 모금회법에 대한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정무성 교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무성 교수의 발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모금운동이 민간복지분야의 기금조성으로 제도화 된 것은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에서부터 비롯됐다. 그러나 국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이 사업이 중단된 채 정부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주최가 돼 1980년 관주도의 민간성금의 모집 및 배분의 틀이 상정됐다. 그 후 1990년에 들어 공동모금제도의 재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되면서 19980년 3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이 제정돼고 1998년 7월 시행부책을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민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휘손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10개월 후인 1999년 4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으로 전면 개정돼 시행되게 됐다. 이렇게 제정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목적은 사회복지사업의 지원에 대한 재원을 조성하기 위해 전국 또는 지역 단위로 기부금을 모집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설립초기 213억에 불과했던 모금액은 2005년도 2147억원에 이르러 6년만에 10배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커진 모금 규모의 내면을 살펴보면 상당히 취약한 모금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모금실적이 고액기부자들인 기업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예로 "개인기부 총액은 2001년 262억원에서 2005년 356억원으로 32% 증가한 반면, 기업에 의한 기부는 2001년 262억원에서 2005년 1450억으로 무료 554% 증가했다"며 "모금회가 고액 기부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신장에 자족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기업모금의 증폭현상은 모금회가 법정모금기관으로 특별한 세제혜택을 받는다는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며 "모금회가 기업들에게 안정적이고 편이한 기부처로 인식된 결과"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모금회의 모금실적 급증은 배분액의 급증으로 이어지며 사회복지사업의 지원액 증가라는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 현재도 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사회복지 곳곳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시민들의 관심을 일깨우고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따라서 모금회는 배분사업을 통해 사회복지의 목표와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지금까지 논의된 배분사업과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제시한 바에 따르면 △기획사업과 지정기탁사업의 증가로 인해 모금회의 자율성이 저해되면서 계획적인 재원 활동에 치명적인 한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노인복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부방침에 맞춰 모금회가 노인복지쪽으로 편중된 정책을 펼치면서 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있는 점 △배분 결과에 대한 영향 평가의 미흡 △관료적 귄위주의 행태의 고착화 △배분의 범주와 방식에 대한 논란 등이 모금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따라서 정 교수는 "모금회는 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포괄적 배분방식을 갖추고 사회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개입을 이룰 수 있는 탄력적 운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모금기술이나 시민참여의 저조, 배분의 원칙등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금회를 운영하는 데 있어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이태수 교수.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분과 위원이자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이태수 교수는 "현 시점의 환경변화와 모금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의 개정이 시급하다"며 "정화원 의원과 장향숙 의원, 신상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법안이 가급적 빠른 시일에 통과돼 새로운 법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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