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눈부신 성과는 분명 자랑스럽지만 우리는 어쩌면 통제불능의 공룡을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다'

24일 열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관련 심포지엄에서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이태수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가 이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이 10년 사이 약 10배이상의 증가를 보이면서 엄청난 금액으로 불어났다는데 기인하고 있다.

특히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모금액은 누군가를 돕겠다는 개인의 의지보다 사회공헌에 대한 의무감으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씁쓸함을 더하는 대목이었다.

대기업의 독점화가 기부문화에서도 작용한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소시민의 입장에서 속이 뒤틀린다. 내가 보냈던 몇몇의 후원금들은 그럼 그곳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을 것인가.

그렇다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저금통을 들고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이를 광고에 등장시킨 그런 류의 설정은 피해야 하지 않았나 싶었다. 좀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결국 장사는 국민들에게 돈은 기업에게서 챙겼다는 얘기다.

물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받아서 이 땅의 사회복지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음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자의든 타의든 기업들이 제공한 상당한 액수의 후원금은 오늘도 시설에서 퇴소하는 아동의 생계지원비로 일자리가 없는 노인들의 일당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금이라는 것 자체의 목적성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상실해 가고 있지 않나라는 점이다.

거액의 기부금을 제공했으니 당연히 기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주주역할을 담당할 것이고 백만원 이하의 기부금을 들고 찾아간 작은 단체들은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을 덤으로 제공했지만 기부금 액수에 밀려 마음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소리다.

1억원을 기탁하며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는 시츄에이션이 그리 낯설지 않은 것도 기부문화를 시장화 시킨 대기업들의 노고 덕분이었으리라.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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