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3대 무상복지사업-청년배당과 공공산후조리지원사업, 무상교복지원사업' 예산안에 대한 경기도의 재의요구 지시를 거부했다. 도는 성남시가 현행 법에 따른 재의요구 지시에 불복함으로써 대법원에 관련 예산안의 위법성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고 예산안 집행정지 결정도 함께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복지사업을 예산의 범위내에서 신설하겠다는데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왜 어깃장을 놓는 것일까?

이의 법적근거는 사회보장기본법(2013년 1월 27일 시행)에 따라 중앙·지자체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하는 경우 복지부장관과 사전협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각 부처·지자체에서 복지부에 사전협의 요청 시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전달체계 등을 검토하고 협의결과는 위원회에 보고 후 기재부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성남시가 소위 ‘협의’을 안했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에서 사용하는 ‘협의’의 의미는 사전적 의미로 ‘합의’이다. 보건복지부가 합의해 줄 수 없으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결과를 따르지 않고 사회보장사업을 시행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킨 법적근거를 만들어 놓았다.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신규지역복지사업의 추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보장의 발전과 지방자치시대에 부응하는 지방정부의 복지기획력제고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상황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도를 넘은 처사이다. 특히 지역사회복지적 측면에서 볼 때 지역의 복지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중앙정부의 횡포인 것이다. 지자체 복지사업의 요체는 단순히 중앙정부에서 기획한 복지사업의 집행, 또는 전달자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영역과 내용을 가진 고유한 복지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은 주로 주민생활과 밀접한 것이며 해당 지역사회주민의 욕구와 문제에 기초한 것으로 헌법 117조, 지방자치법 제9조에 의거해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방자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의 복지거버넌스에 의한 복지정책 발굴과 시행은 지방자치제하 지역복지발전의 기대를 높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부의 행태는 지역복지를 뿌리 채 흔드는 폭거와 같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기도와 남경필지사의 처신이다. 현재 경기도는 연정을 통해 복지, 여성, 환경분야의 행정책임을 야당추천의 사회통합부지사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의 자율권을 옹호하기는커녕 중앙정부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결정적 시점에 부지사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연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서슴치 않는 것은 연정이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이 경기도민이 원하는 상생과 협력을 위한 연합정치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정치술수라는 것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연정이 파탄나고 이후 발생하는 갈등과 혼란의 책임은 온전히 경기도와 남경필 지사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6. 1. 12

경기복지시민연대

홍지민  mammoth8958@bokj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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