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락 노인을 위한 공예전'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서울인사동 인사아트 지하1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과 전시실 모습

노인과 노인의 물건이 갖는 긴밀한 관계를 탐구하고 공예품을 통해 노인 삶을 재조명해보는 '실버-락 노인을 위한 공예전'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서울인사동 인사아트 지하1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서울금공예회 소속 51명의 현대 금속공예가들이 참여했고 노인들이 착용하고 가까이 하는 장신구에 아이디어를 첨가하는 등 이색적이면서도 특색 있는 디자인들이 선보였다. 

서울금속공예회는 한국 현대 금속공예가들의 모임으로 1983년 창립 후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단체며 2002년 가을만찬 전시, 2004년 서울공예페스티발 전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주최측은 "노인집단이라는 우리 사회구성원의 한 세대를 연구함으로써 이들을 위한 여러 생각과 담론을 생산해내고 공예가 인간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한국의 고령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노년층의 새로운 욕구를 탐색하고 잊혀진 그러나 중요한 공예의 사회적 역할에 화답할 목적을 갖고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핵가족이 자연스런 가족 형태로 자리잡고 있고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이들이 바라는 것은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작품들은 노인의 자립적 생활에 도움을 주면서 미적 가치를 높이는 디자인에 착안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된 작품들. 김영경씨 공이 연결된 반지(오른), 강찬균씨의 '돋보기반지'(가운데 위), 손계연씨의 목걸이(가운데 아래), 류수현씨의 흔들의자(왼쪽)

 
특히 강창균씨의 '돋보기반지'는 손가락 힘이 약해진 노인들이 돋보기가 부착된 반지를 착용하고 다양한 자세로 글씨를 볼 수 있도록 제작돼 눈길을 끌었으며 손계연씨의 '목걸이'는 시판되는 목걸이의 잠금 장치가 노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작고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 자력을 이용해 쉽게 잠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또한 김영경씨는 손가락 사이로 공을 돌리며 손가락 운동을 유도 할 수 있는 반지를, 조재형씨는 중장년층에게 더 잘어울리는 럭셔리 마스크를, 이광선씨는 안경을 걸 수 있는 목걸이와 팬던트를 선보였다. 

한편 백경찬씨의 경우 '나무 손잡이 지팡이'라는 주제로 사용자의 신체적 결함을 돕고 기능과 취향을 반영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지팡이로 이목을 끌었으며 류수현씨는 '흔들의자'를 통해 노년에 대한 안락함과 편안함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노인과 금속공예의 만남이라는 다소 특별한 조화 때문에 전시장에는 젊은이들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관람했고 전시장을 돌아본 관람객들은 "이색적인 반면 노인의 어려움을 배려한 세심함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경찬씨의 '나무 손잡이 지팡이', 사용자의 신체적 결함을 돕고 기능과 취향을 노년층에 맞춘 컨셉

 
서울대학교 강사로 활동하면서 직접 작품을 선보인 조새미씨는 "한국사회의 고령화라는 사회현상을 보다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고찰해 보는 것은 공예가의 사회적 역할과 관계가 있다"며 "락(樂)은 즐거운 노년, 보다 활기차고 아름다운 노년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풀어나가겠다는 기획의도로 표현된 것"이라고 전했다. 즉 노인을 위한 물건은 사용하기에도 편리해야 하지만 시각적으로도 호감을 줘야 하며 사용자인 노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전시회는 8일까지 계속되며 노인은 연장자이기 때문에 사회와 가정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하는 역할이 존재하며 그 역할에 대한 고찰은 노인이 아닌 세대들의 몫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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