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와 대한은퇴자협회는 공사가 출시하기로 한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제도'에 대한 설명회를 9일 동부여성플라자에서 개최했다.<사진/최경훈 기자>

일정한 소득원이 없고 집만 보유한 가난한 노인가정이 늘어가면서 자신이 소유한 집을 담보로 노후생활을 보장받는 역모기지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적 보조 없이 민간금융사에게만 의존하는 형식으로 상품이 출시돼 노년층의 외면을 받아왔다. 이에 주택금융공사(사장 유재한)는 7월 중 주택연금보증제도를 출시한다고 밝히며 지난 9일 대한은퇴자협회(회장 주명룡)와 공동으로 역모기지 제도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65세 이상 노인 100여명이 함께 한 이날 설명회에서는 주택가격과 연령에 따라 한 달에 얼만큼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있었고 역모기지 제도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요구사항을 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보증부 김갑태 부장은 "실수요자들의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으며 역모기지에 대한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 이번 설명회의 목적이 있다"고 전하며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노인단체와의 유대관계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사보증 역모기지 기존 역모기지와의 차이

역모기지 제도를 설명하고 있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보증부 김갑태 부장.<사진/최경훈 기자>

 
역모기지론이란 노인들이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노후생활 자금을 연금 형식으로 대출받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민간 금융사가 출시하고 있는 역모기지론은 변형된 주택담보대출로서 대출기간이 한정돼 있는 점과 대출 만기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강제 퇴거의 위험부담 때문에 종신 토록 지급 받지 못하는 점과 주거의 불안정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게다가 높은 대출금리와 까다로운 자격조건 때문에 상품이 없어진 금융사도 속출했다.

그러나 역모기지 제도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선진외국에선 이미 고령사회 노후대비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김갑태 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주택담보노후연금보증제도란 노인들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노후생활 자금을 지급받는 대출(기존 역모기지와 같음)에 대해 공사가 공적 보증을 통해 그 이행 책임을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보증제도를 말한다.

또한 동일한 월 지급금을 배우자를 포함한 노인에게 죽을때까지 지급하는 '종신지급'을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 대출 받은 금액에 상관없이 담보주택에 종신 토록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적 보증을 통해 금융기관의 손실을 줄여줌으로 민간금융사가 제시한 상품보다 많은 월 지급금이 보장된다.

예를 들면 3억짜리 주택을 보유한 65세 고령자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약 55만원의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주택보증공사를 통하면 약 85만원의 월 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이미 받은 대출금이 주택가격을 초과한 경우에도 상환액은 주택가격으로 한정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김갑태 부장은 "평균수명의 연장과 집 값 폭락에 대한 변수가 위험요소로 작용하고는 있지만 공적 보증을 통해 소비자인 노인들은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보증 역모기지…누가, 얼만큼 받을 수 있나

설명회에 참가한 한 노인이 공사가 보증하는 역모기지 제도에 대한 조건과 자격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최경훈 기자>

 그러나 무엇보다 이날의 관심사는 이용자격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실제 보유하고 있는 주택가격 대비 얼만큼의 연금을 매달 지급 받을 수 있는지에 집중됐다.

먼저 부부의 경우 두 사람 모두 만65세 이상이 되야만 자격조건이 주어진다. 관습상 결혼한 부부의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 3∼4살 정도 나이가 적다는 상황을 적용한다면 남자는 70세가 가까이 되어서야 실 수령자가 될 수 있다.

조기 은퇴로 인해 60세 이전에 일자리를 잃는 중·장년층이 늘어가는 실정을 감안할 때 이같은 자격조건은 너무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연금 수령 나이를 앞당기면 결국 금액이 너무 적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1세대 1주택 소유자로 배우자 명의로된 주택이 일절 없어야 하며 보증신청일을 기준으로 1년 이상 거주한 뒤에야 이용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주택이외의 토지나 재산에 대해서는 소득제한이 없다.

역모기지의 대상이 되는 주택은 시가로 6억원을 넘을 수 없으며 주택법상에 주택으로 등록된 것에 한하게 된다. 또한 대출한도를 설정해 집수리와 자녀의 결혼과 같은 목돈이 필요할 경우에는 대출한도의 30%를 우선 인출해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6억원 짜리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65세의 고령자는 월 171만원의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고 4억원짜리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65세 고령자는 114억원의 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용자격에 대해 한 참가자는 "고령화 속도는 도시보다 농촌이 더 빠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1억원 이상 받기도 힘든 농촌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토지를 재산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결국 도시에 사는 노인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에 대해 "공사 역시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현 정책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시인하며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선입견이 생길까 우려되지만 어디까지나 역모기지 제도는 노후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금융 제도지 노후소득의 전부라고 봐선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사보증 역모기지 제도 역시 금융 제도라는 점에서 대출에 따른 이자와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김갑태 부장은 "정확한 대출이자에 대해서는 현재 금융기관들과 협의 중에 있지만 최소한 낮게 책정되록 조정중에 있으며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2%로 책정하고 있고 연 보증료는 보증잔액의 연0.5% 정도"라고 전했다.

따라서 2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역모기지론 제도를 이용하면 초기에 발생하는 비용이 약 450만원선이다. 그러나 이 비용은 당장 현금으로 납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대출금에서 차감 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을 수 있다. 

또한 공사보증 역모기지론을 활용하게 되면 기준시가 3억원 이하, 25.7평 이하, 연간소득 1200만원 이하의 대상에게 재산세의 25%를 감면해 주고, 대출이자비용에 대해 2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 혜택과 근저당 설정과 등록세 면제등의 세제혜택이 적용된다.

김갑태 부장은 "3억짜리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70세, 67세의 부부가 공사의 역모기지 제도를 이용하면 죽을때까지 월 93만원의 지급금을 받을 수 있고 급작스런 이유로 목돈이 필요하면 대출한도의 30%인 4천만원을 먼저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나눠 월 65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5억짜리 주택에 1억짜리 전세가 놓여진 주택을 소유한 68세의 독신여성은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주택을 팔아 전세금을 빼주고, 남은 4억 중 2억짜리 집을 구입한 뒤 1년 뒤, 역모기지 제도에 가입해 매달 약65만원의 지급금을 수령하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 남은 2억원으로 종신연금에 가입해 약105만원의 월 연금액을 추가로 받으면 한달에 총 170만원 가량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은 어떤 형태로 역모기지를 운영하나

이미 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선진외국의 경우, 역모기지 제도가 자리잡은 곳도 있고 확산중인 곳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득이 약한 노년층을 위한 연금제도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미국은 역모기지 제도가 활성화된 대표적 국가다. 1960년대 민간 역모기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경험하고 1987년 공적보증 역모기지제도가 도입됐다. 현재 HECM이 미국 역모기지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자체적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고 생존에서 생활로 삶이 변화했다는데 이용자들의 높은 만족을 얻고 있다.

△일본=일본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부담으로 인해 활성화가 곤란해지자 2003년 일본 노동 후생성에서 '장기생활자금지원제도'를 도입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출자금을 각각 분담해 대출해주고 있다. 미국과 같이 자리잡은 정도는 아니지만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에 있다.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노령연금수령자가 60세 이상 전체 노인 인구의 26%에 불과한 상태에서 종신형 역모기지론은 노년층의 노후생활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마인드가 깔려있는 한국의 노년층에게 역모기지론은 조금 생소한 면이 있지만 핵가족화로 부모부양의무가 점점 희미해져가는 현 상황에서 노년층도 상당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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