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님!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시행된 것이 활동보조인서비스입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간에 대한 판정의 실패와 생활시간의 부족, 자부담 부과 등으로 오히려 저에게 더 많은 상처와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본인이 현재 5월에 판정 받은 활동보조인서비스 시간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활동보조관련 민원서 중)

정부 활동보조인서비스는 하루 24시간을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사진/ 최경훈 기자>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10일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기만적인 활동보조인서비스 중증장애인 고발대회'를 개최하고 서소문별관2동 문앞에 임시로 설치된 민원실을 이용, 민원서를 접수했다.

이날 열린 고발대회에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70여명이 참석해 활동보조인서비스 생활 시간 보장 등을 촉구하며 자신들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고발대회에 나선 이규식, 이종희, 김선심, 이양신, 홍태기 씨의 모습.<사진/ 최경훈 기자>

 
활동보조시간 0시간을 받은 이규식(광진구 지역/뇌성마비 1급)씨는 "어이없다. 솔직히 할 말이 없다. 활동보조 판정시간이 어떻게 정해진지 알 수 없지만 일상생활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나에게 0시간이 주어졌다. 나보다 더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도 0시간이 나왔더라. 도무지 가정방문을 해서 실무자가 상황을 인지하고 내린 결정인지 궁금할 뿐이다"라며 판정시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40시간을 받은 김선심(종로구 지역/뇌성마비1급)씨는 "전신마비를 가진 나에게는 40시간이 주어졌다. 얼마 전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지만 일으켜 줄 사람이 없어 비참하게 바닥에서 배회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곁에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이런 비참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나는 40시간만을 살아야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하루에 한시간 동안만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라는 말과 다름없다. 서울시의 이런 행태는 중증장애인은 살지 말라는 소리와도 같다"고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상황을 얘기하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정부에서 0시간을 받고 호소하는 이들과 달리 40시간, 60시간을 받은 중증장애인들에게도 그만큼의 불편함과 고통은 동반됐다.

이양신(서대문 지역/ 전신마비 1급)씨는 "판정시간에 대해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물었지만 담당자는 활동보조인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인지되어 있지 않던 상태였다. 우리가 80시간을 받으려면 보통 청각, 시각, 내부, 지체 장애을 동반해야 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정부는 중증장애인의 권리라며 활동보조서비스를 만들어놓고 중증장애인이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도록 한다. 특히 40시간으로 살 수 없어 중계기관을 이용하려고 해도 그것마저 제한을 둔다. 이제 그나마 중계기관을 통해 활동했던 영역도 없어지는 실정이라 결국 시설로 들어가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정부의 여러 가지 제약들을 주장했다.

서소문별관 2동앞에 임시로 마련된 민원접수처. <사진/ 최경훈 기자>

중증장애인들은 형식적인 조사로 인해 하루에 24시간 필요한 전신마비 장애인의 경우에도 0시간이 주어졌으며 이는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목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서울시의 활동보조인서비스 생활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서울시는 추가계산을 마련해 장애인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 △서울시 자부담 문제 해결 △활동보조사업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당사자단체와 협의기구를 구성 △인정(판정)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고발대회를 마친 중증장애인들은 서울시청 별관으로 이동해 서울시장 면담과 민원 접수를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들은 중증장애인 대표 3명만을 입장시키고 서소문 별관 2층 문 앞에 임시민원실을 만들어 중증장애인들의 민원을 접수받았다.

협의회 박 현 사무국장은 "장애인복지관 팀장과 담당자, 장애인 대표 3명과 이뤄진 면담에서는 서울시에서 추가예산을 받는 것은 약속할 수 없으며 서울시장과의 면담은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들의 의견과 생각이 비슷하기 때문에 따로 자리를 마련할 수 없다는 얘기밖에 들을 수 없었다"며 결국 오늘은 활동보조인서비스에 대한 중증장애인의 입장을 알리기 위한 시발점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구조에서 당당한 삶의 주체로 살고 싶어하고,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지만 정부에서 내놓은 활동보조인서비스는 그들에게 '그림의 떡', '비현실적인 제도'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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