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시를 써서 솟대에 보낸 지도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시인 구상 선생님의 시를 읽을 때 마다 시어 하나 하나에 스민 시인의 마음을 읽는 듯해서 가슴이 벅차 올라 가만히 읊조리게 되던 그 순간들.. 그 정갈한 시편들을 오늘 다시 되뇌어 봐야할 것 같습니다. 고향마을의 그 아련한 불빛들, 홀로반짝여도 그저 따뜻하기 만한, 한없는 사랑만 가진 그런 시를 저도 쓰고 싶습니다. 언제까지나..."<한상식씨 수상고삼 중>

2007 구상솟대문학상에서 한상식(33세, 근육장애)씨가 시 <어떤 중매>로 본상을 수상했다.

솟대문학은 지난 16일 공군회관 다이몬드홀에서 솟대문학 창간 16주년 기념식과 함께 '2007 구상솟대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2007 구상솟대문학상에서는 제11회 본상에 한상식 씨, 제16회 신인상 김명희 씨가 수상했다.<사진/ 솟대문학>

 
스물 두 살에 근육장애 판정을 받은 수상자 한상식 씨는 1975년생으로 2003년에 솟대문학 추천완료를 받는 동시에 구상솟대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시부문에서 가작을 수상한 이후 2006년에는 당선작으로 수상을 한 이력을 갖고 있다.

경희대학교 김재홍 교수는 심사평에서 식물적 상상력을 통해 고달픈 삶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동경을 표출하고 이으며 시적 직관과 형상력에 있어서도 한 세계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생항로의 우여곡절을 재치 있게 형상화한 것은 어느 기성의 작품과 비교해보아도 주목에 값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2007 구상솟대문학상 신인상에는 중학교 때 척수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 척수장애를 입은 김명희씨가 시 <아침>으로 신인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씨는 "진지하게 찾아 구한 시간이 헛되지 않아 이렇게 상을 받게 되었다"면서 "지금 소망은 세계 어느 글보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우리 한글로 된 나의 시집을 갖는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07 구상솟대문학상 본상을 수상하는 한상식 씨의 모습.

이날 열린 솟대문학상 시상식에서는 구상선생의 혼이 담긴 16번째 문학상을 기념하고 시상자 1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한편 구상솟대문학상은 2004년 5월 11일, 원로시인 구상 선생님께서 타계하시기 전에 장애인문학 발전을 위해 솟대문학상 기금으로 2억 원을 기증하심에 따라 구상솟대문학상위원회(위원장 유안진, 위원 김재홍, 김진환, 방귀희, 오진권, 유자효)가 구성됐다.

또 올해에는 시부문만 공모했는데 그 이유는 장애문인 90% 이상이 시인이고, 고 구상 시인도 시인이었기에 시작품만 공모하기로 했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상금도 지난해 200만원에서 100만원 올려300만원으로 정했다

---

<2007 구상솟대문학상 본상 수상작>

  어떤 중매
                                                                              한상식

  늦가을이 되어서야 배추에게 허리띠를 둘러 주었다
  금세 허리가 오드리햅번처럼 날씬해진 배추 아가씨들
  옆 고랑에 서 있던 무뚝뚝하던 경상도 무 총각들이 힐긋힐긋 눈길을 주니
  새침한 배추 아가씨들 슬쩍, 딴청을 부리며
  넓은 배춧잎으로 내 종아리를 툭, 툭 친다
  평소 심드렁하게 배추 아가씨들을 바라보던 무 총각들
  한층 날씬해지고 예뻐진 배추 아가씨들을 보며
  저희들끼리 수군거리기도 하고 옷매무새를 다듬느라 분주하다
  내 한 끼 허기를 달래기 위해 텃밭에 심어 놓은 배추와 무도
  때가 되니 서로에게 이끌려 한 홉의 사랑을 하려 하는 구나
  그 날 밤이었다, 방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데
  배추 아가씨와 무 총각들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렘으로 물든 그 음성에 별이 핑그르르 돌아앉던 가을밤이었다

  올해도 나의 중매는 성공이다, 여느 해처럼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