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거라고 집 한 채가 전부인 노인들에게 집을 담보로 죽을때까지 일정금액의 대출금을 연금 형식으로 지급받는 종신형 역모기지제도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개발될 예정이다.

평균수명 연장과 고령화, 연금부족 등에 대한 논란으로 잠시 화제가 됐던 '역모기지'는 이미 지난해 몇몇 민간 금융사에서 출시했다 고배를 마신 상품이다.

금융상품을 수용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 외면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시가격 3억원 가량의 집을 담보로 월 80만원 가량의 연금을 지급 받지만 종신토록 주는 것이 아니어서 본의아니게 오래 살 경우 집도 잃고 돈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질 염려가 있었다.

또한 은행측도 집값이 언제 하락할지 모르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회원유치에서 한발 물러섰다. 결국 역모기지란 말만 무성한 채 빛을 보지 못한 고령화 금융상품이다. 그런데 이 역모기지 상품에 대한 부활을 암시하며 정부가 공적보증이라는 카드를 던진셈이다.

금리도 낮추고 월지급금도 최대한 올린다는 전략과 함께 종신토록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고령자들의 귀가 솔깃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분명 민간 역모기지 상품보다 진화했지만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우선 A라는 65세 노인이 6억원의 집을 가지고 있다고 치면 A라는 사람은 죽을때까지 월171마원의 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미 받은 대출금이 주택가격을 초과(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100살 이상 장수한다고 칠 때)한다고 해도 상환액은 주택가격으로 한정된다. 그 뒤에 발생하는 부담은 공사가 정부와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다. 오래 살면 오래 살 수록 노인 입장에선 득이 되는 일이고 공사 입장에선 손해나는 장사다.

그러나 문제는 공사보증 역모기지를 이용할 자격기준과 대상주택에 관한 문제다. 부부가 모두 65세 이상이어야 하고 배우자 명의로 된 주택도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 부부들의 평균 나이 차이가 3∼4세인 점을 감안하면 남자는 여자보다 3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 순수 주택가격만을 갖고 계산하기 때문에 적어도 3억원 이상의 집을 갖고 있어야 월80만원 이상의 연금이 손에 쥐어지게 된다.

가령 공시가격 1억원의 집을 갖고 있는 65세 노인은 월 28만원이라는 용돈 수준의 연금밖에는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공사보증 역모기지 상품이 있는 자들을 위한 금융상품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측은 "그런 비난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커 적절한 대안을 찾고 있지만 공사보증 역모기지 역시 금융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얼마 전 열린 '역모기지론 소비자와의 만남' 포럼에서 참여 노인들은 "민간 금융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금융제도를 굳이 이용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대출시 약400만원의 수수료도 부담이고 수도권 노인가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아 그닥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금융상품은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다. 그러나 연금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자 했다면 사회보장에 대한 기본개념을 순익보다 앞에 놓고 계획됐어야 하지 않나 싶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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