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관협회 신용규 사무총장

  과거 우리사회의 자칭 주류라 칭함 받고 싶었던 자들은‘운동’이란 용어를 자신들에 대한‘저항과 반역’개념으로 이해하고‘아무 이유 없이’빨간색 색칠하기에 열을 올렸던 적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는‘운동’을 빨간색으로 색칠하지는 안(못)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빨간색이 오렌지색으로 돌연변이 진화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 시대의 역사와 사회, 그리고 국민 정서를 추동했던 운동가들이 음지에서 볕을 쬐게 되었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어쭙잖은 수식으로 표현할 수 없겠지만 실로 생명을 내던지며 고고히 산화했던 그들에게 이제는 마음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최소한 핏빛 빨간색 도깨비의 누명은 일부나마 벗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적(?)은 또 다른 전략과 전술로 운동가들을 공격한다.‘386 오렌지’라는 신조어를 생산하면서 청명한 파란색을 빨간색으로 덧칠하더니 이제는 오렌지색이라고 우기는 괴현상이 나타난다. 더욱 더 한심한 것은 허접한 운동주체들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기 자신들도 자기가 오렌지인줄 알고 벤츠 몰고 압구정 밤거리를 누비며 FTA반대집회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사회복지운동’! 그 시대가 도래 했다. 사회복지운동이라는 용어가 우리사회에서 혹은 사회복지계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전 이다. 물론 체계화된 운동의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간헐적인 사회복지예산 확보투쟁, 클라이언트의 복지권 사수 투쟁, 내부 정화운동 등으로 그 이전부터 사회복지운동은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운동의 시작은 1995년 지자제가 실시되면서 지역의 사회복지관련 문제들이 지역사회의 쟁점으로 제기되고, 중앙차원의 운동단위들이 이제 지역단위의 민생형 시민운동의 활성화와 맞물려 사회복지운동이 지역운동의 중요한 테마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소위 미국적 신자유주의에 학습되어 버린 기득권층의 보수적 양상이 가속화되면서 지역주민의 자유와 생존을 위협하는 예들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 노력들이 지역중심의 시민운동 활성화에 양질의 토양을 제공한 결과 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복지운동 주체들도 점차 구조화되고 본래적 의미의 운동형태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운동의 주체들이 봉건적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에 맞서서 대항하기에는 매우 허약하고 소담한 형태의 투쟁이 전무인 듯 하다. 그렇다고 이제까지의 운동양상이 논리적 허약함이나 시민사회의 사회적 동의가 없어서 미약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논리의 개발과 물리적 행동에 있어서 학계와 현장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상호간에 보이지 않는 불신들이 팽배하여 효율적 싸움 방법에 미숙함을 보여 왔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제까지의 사회복지운동 주체들은 고유한 사회복지의 가치와 신념을 기반으로 모였다기 보다는 일반 시민운동 차원의 한 영역(분과)으로서‘영원한 깍두기’수준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할것이다.

구체적으로 참여연대나 경실련 같은 소위 메이저 시민운동단체들이 사회복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정책에 대한 건설적 비판자 기능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논리의 싸움이 결과를 정당화 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싸움주체의 동인이 됨은 백번 강조 할 만 하다. 그럼에도 작금의 사회복지 운동을 주도하는 여타의 주체들은‘양심으로 말하지만 행동은 안 한다’는 ‘고성방가형 운동’으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는 행동하기에도 바쁜 시대에 살고 있다. 학자들이 득실대며 시민사회의 귀족으로 대접받는‘오렌지색 운동주체’는 이제 뒤편 라인으로 물러서야 한다. 이분법적 극한 대립과 갈등 속에서 역사는 발전한다는 박통시대의 투쟁논리가 아니다.
방법의 다양화를 인정하고 이제는 사회복지운동 주체들도‘행동하는 운동주체’로서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이 필요할 때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사회복지운동에 깊은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운동가로서 헌신하는 다수의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속속히 나오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담아내는 운동주체가 절실할 때이다.

오렌지색! 차라리 빨간색이 낫다.

서희정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