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인권위가 법무부에 종속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권위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공청회가 29일 있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은 29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배움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청회를 갖고 법률가의 자문과 장애인당사자들의 사례를 들어가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기독변호사회 사무국장이자 장추련 법제정위원장인 박종운 변호사는 "국회를 통과한 장차법은 국회 발의 과정에서 차별시정기구 일원화 정책에 맞춰 장애인차별시정기능을 인권위가 수행토록 하되 법무부 장관에게 시정명령권을 주는 선에서 법 제정에 이르게 됐다"며 "이로서 장차법이 인권위 및 인권위법의 여려가지 면에서 영향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장추련 법제정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종운 변호사.

따라서 "장차법 제정에 따른 인권위법 개정은 장차법을 원용해 차별 받는 사회경제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다 두텁게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가 진정으로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인권위법을 개정하고 보다 전문화된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인권위법은 주로 자유권을 중심으로 평등권 침해에 제한적 보장을 원칙으로 하기 대문에 장차법 상의 모든 차별을 다루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즉 인권위법 제2조(정의) 제4호의 경우 '단,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의 경우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다' 정도의 특칙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권위원 확충 및 조직변경이 필요하고 현재의 인권위원회 업무에다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를 비롯한 차별영역의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권위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권위가 시행하고 있는 여성쿼터제와 같이 장애인 쿼터를 일부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고 △인권위 내 복심제 구축을 연구,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한편 건국대학교 법학과 한상희 교수는 "현 시점에서 인권위법을 건드린 다는게 유리한지 의구심이 든다"는 말로 박종운 변호사와 입장차를 보였다.

인권운동사랑방 강성준 상임활동가(왼)와 건국대학교 법학과 한상희 교수(오른)

한상희 교수는 "차별소위원회가 만들어진다면 중복이 안될 수 없다"며 "보다 많은 차별시정위원회의 확보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별을 시정하고 권고해야 하는 인권위가 장차법 규정도 흡수할 만큼 거대해지는 것은 위험하지 않냐"는 반응을 비췄다. 또한 "장애인 차별에 대한 시정명령 감시를 인권위가 담당 해야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감시하는 구조에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에 대한 거론은 장차법에도 인권위법에도 없다"고 토로했다.

인권운동사랑방 강성준 상임활동가 역시 "장차법 원안과는 달리 시정명령의 주체가 법무부장관이 됨에 따라 인권위의 법무부 종속이 우려된다"며 "예를 들어 인권위 권고에 대해 피진정인이 이행을 거부했는데 법무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하지 않았을 경우 인권위는 결정의 정당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차별 가해자일 가능성이 가장 많은 법무부가 시정명령이라는 핵심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인권위는 독립적 위상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가져야 할 대목"임을 꼬집었다. 따라서 "시정명령권 보다 강화된 권한을 인권위에 부여하되 엄격하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운용되자 차차 범위를 넓혀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추련은 같은날 전위위원회의 30%를 장애인 또는 관련 전문가로 구성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권위가 구조상 장애인들의 인권기구로 대표성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를 내비추고 있는 것.

특히 장차법이 시행되는 2008년 4월 11일 이후에는 장애로 인한 차별 진정이 더욱 증가하겠지만 인권위 위원회에는 장애인이나 장대표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올해 내로 교체되는 위원 교체에서 장애인 참여를 보장하고 이를 위해 인권위법 개정과 장애인 할당을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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