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과 의무고용제도의 관계 정립에 대해 각계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간의 공개적인 논의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그동안 장애인 차별금지제도와 의무고용제도가 기업에 대한 이중부담으로 장애인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논란에 대해 두 제도는 그 이념·성격을 달리하는 것이기에 양자 병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과 노동부는 29일 르네상스 서울호텔 다이아몬드룸에서 장애인차별금지 법제와 의무고용제도의 관계 정립에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 건국대 법학과 조용만 교수

△상호 보완적 관계 형성=두 법안의 병존에 대해 주제발제를 맡은 건국대 법과대학 조용만 교수는 "차별금지제와 의무고용제는 이론적으로 모순되지 않는다. 차별금지제는 기회평등을 지향해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공정경쟁 기반을 마련하고 의무고용제는 실질적 평등을 지향해 역사적 차별에 대한 보상 및 직업적 통합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의무고용제를 도입한 바 없는 미국의 경우에도 차별금지법과는 별개로 장애인 고용 및 지위향상을 위한 적극적 조치제도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각 제도만을 시행할 경우에 대해 "의무고용제만을 시행할 경우, 자격을 갖춘 장애인을 정당한 이유 없이 채용 거부하거나 기타 근로조건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규제하기가 곤란해 질 것이고 차별금지제만을 시행하는 경우 기회평등을 저해하는 장벽의 제거만으로 특히 중증장애인의 고용 및 직업통합을 촉진하는데 한계가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무고용제와 차별금지제 양자가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때 장애인 고용 효과에 긍정적일 수 있고 장애인의 직업상 지위 향상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는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두 제도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장애계, 노동계, 경영계, 학계 등 각계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간 열띤 토론이 열렸다.

△고용차별 근본적 해소 위해 두 제도 존재해야=우선 장애인고용의무제는 부담금 부과라는 제재수단을 통해 장애인고용을 증진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구조적이고 제도화된 고용차별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거론됐다.

고용개발원 정책연구팀 남용현 팀장은 "고용의무제로는 채용이전·이후의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인차별을 시정·해소할 수 없다. 장애인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이 발생할 경우 이를 구제하기 위한 별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것"이라며 "장애인차별 영역에서는 기회평등의 보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목적으로 하는 장차법이 필요하고 동시에 결과적 평등을 지향하는 장애인고용의무제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의 장차법과 고용의무제 두 제도가 동시에 운영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기업에 의무를 부과함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 될 경우 이미 법에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의무를 부과하더라도 먼저 기업의 재정적 능력 등을 고려해 이런 의무를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주에게만 적용하는 방안을 도입하거나 혹은 국가의 사업주지원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 배려도 가능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기업 부담의 해결에 대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사용자의 의무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장차법의 시행령에서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1/3은 공단에서 1/3은 고용보험에서 1/3은 편의증진법의 개정이나 공학지원법의 제정 또는 세금공제를 통해 법이 아닌 프로그램을 등과 타법의 규정을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차별금지제도와 의무고용제도 관계 정립에 대한 각계의 관심을 보여주듯이 많은 사람들이 토론회장을 찾았다.

△두 제도 병행 아직은 결정 어려워=반면 그동안 기업의 이중적 부담을 이유로 두 제도 양립을 반대해 왔던 경제계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경제조사본부 임영태 전문위원은 "장애인 고용과 관련 부족한 국민의식과 정부재정지출 부족, 사회적 인프라구축 미비 등 그 기반이 열악한 현실에서 두 제도가 동시에 실시되는 것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고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두 제도의 병행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시키며 일할 수 있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해 기업과 장애인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해야 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경제계를 대표해 참석한 임 전문위원이 말하는 두 제도에 대한 입장은 △장차법과 의무고용제도 등 장애인 고용정책에 대한 법적 접근법은 양자가 추구하는 목표와 경제적 효과가 상이 △장애인 고용에 대한 법적 접근을 제외한 국가 재정지원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실정 △장차법 도입효과에 대해 법률상의 구체적 내용과 법 집행의 완전성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하기 어려운 실증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두 제도가 병행될 경우 제도적 기반이나 사회적 인프라 확립이 되지 않은 현실에서 장애인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향후 장차법 관련해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장애인계와 재계 그리고 정부의 입장 차이로 인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각 계 입장의 결단과 합의를 통해 두 제도가 상호 보완되는 제도로 정착됨으로 장애인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우선 시 되어야 할 것이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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