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8번째를 맞는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반갑고 기쁜 날이지만 여성들은 마냥 환호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열악한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낮은 여성대표성은 아직도 제대로 개선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가 이번에도 우리나라는 꼴찌를 기록해 일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나쁜 나라로 지목됐다.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한 나라로 꼽히는 스웨덴에서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합니다’라는 책을 국가 차원에서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2학년에게 나눠주고 성평등 교육 교재로 삼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정부가 스스로 성평등을 거스르는 결정을 하고 보편적 인권조차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에 대한 협소한 이해로 성소수자 여성을 배제함으로써 많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라고 외치도록 만들었다. 또한 지난 주말 치러진 2016년 제32회 한국여성대회 포스터에서는 후원에 여성가족부의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 단지 구호에 불과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다르지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아기 많이 낳는 순서대로 여성 비례 공천 줘야” 한다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또한 김종인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3월 7일 2016 총선 여성·성평등 공약 발표회 자리에 나와서 “우리 여성분들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녹색당은 “언제든 여성들의 권리는 덜 중요한 사안이었고, 여성들이 큰소리로 주장하지 않으면 고려조차 되지 못해 왔다. 20세기 초 영국 서프러제트 운동가들은 ‘유리창을 깨면서 싸울 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고 하지 않았나”며 “바로 지금 여성들과 함께 싸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이어서 “시인 이상화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통탄했지만,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은 남의 땅이 아니라 여성들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라며 “국가폭력에 저항하다 지금도 병원에 누워계신 농민의 들에도, 여전히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시대와 싸우는 여성들에게도 봄은 온다. 우리는 그저 순리를 기다리며 그대로 있지 않고 단단히 손을 잡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며 여성의 날 여성들의 행진은 차별과 배제가 없는 평등의 나라로 가는 희망으로 연결되길 바랐다.

이유정  jenny1804@bokji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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