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있었던 입양의 날 행사에 참가한 부모와 아동들. 내년부터 어머니나 새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 있는 가족관계등록부가 도입된다<사진/최경훈 기자>

 어머니나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 또는 혼인이나 이혼, 입양 등의 인적사항이 그대로 드러나는 호적대신 가족관계를 설명하는데 필요한 정보만 담은 가족관계등록부가 내년부터 도입된다.

지난 4월 호적법을 대체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호적제도 개편까지 연기되었던 호주제 폐지 민법이 3일 대법원의 세부시행방안 발표에 의해 확실시 됐다. 이로써 일각에서는 "지난 50년 간 호주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되고, 우리 사회 성평등 수준의 진일보를 가져오게 된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시행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아버지의 성만을 따르도록 했던 기존의 호적제와 달리, 필요한 경우 성을 바꿀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부성주의 원칙의 수정, 성변경 허용, 친양자 제도 도입 등의 새로운 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호주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되고 우리사회 성평등 수준의 진보를 가져오게 된 것을 분명하나 보다 평등하고 인권에 부합하는 가족제도 개선의 과제는 연전히 남아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동당은 "호주제 폐지와 함께 호주와 그 구성원으로 규정되었던 가족의 범위 조항을 삭제하고, 자녀의 성 선택에 있어 남여 모두의 완전한 평등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된 법률은 현실 가족과 일치하지도 않고 법률상 아무런 실익도 없는 명목상의 가족 조항을 남겨 두었고,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경우 혼인신고 시 그 내용을 신고하게 하여 사실상 자율적인 성 선택의 권리를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러한 민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마련된 새 신분증명제도는 그 한계를 그대로 담고 있어 새 신분증명제도가 호적제도와 달리 명백한 ‘개인별 신분증명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법률과 공부 명칭에 여전히‘가족관계’라는 용어가 사용되어 1인 1적의 취지는 반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향후에도 미흡한 민법과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선하고, 새 신분증명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요소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며 "정부와 대법원은 이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 신분증명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당 역시 4일 성명서를 통해 온전한 1인 1적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호주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마련하고자 했던 취지는 "성 평등한 문화의 확립,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인정, 그리고 불필요한 정보 공개로 인한 인권 침해 해소 였음에도 불구하고 명칭부터 '가족관계 등록부'인 대법원안은 개인별 신분증명제도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본인 외에 부모와 배우자, 그리고 자녀를 등재함으로써 여전히 개인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한부모 가구, 독신 가구, 동성애 가족에 대해 가해지는 사회ㆍ문화적인 차별이 철폐될 수 있는 가능성은 봉쇄되어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달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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