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해 동안 발생한 노인학대사례 행위자 중 89.5%가 피해노인과 가족관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가족체계와 노인학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인학대에 대한 개입과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노인학대를 피해노인과 학대가해자로만 나눠 상황을 해결하려는 방법은 지양해야 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학대행위자인 자녀도 또 다른 피해자임을 인식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실 이상인 노인지원팀장이 세미나에 참석해 노인학대에 대비한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최경훈 기자>

 
6월15일 세계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노인학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기 위한 세미나가 14일 서울 대우컨벤션센터 2층에서 진행됐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소장 이종준)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가족관계적 관점에서 노인학대를 바라보기 위해 '가족은 왜 노인을 학대하는가'란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김미혜 교수는 "노인학대에 대한 연구가 거듭되면서 피해노인과 학대행위자의 특성보다는 그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가족관계적 문제에 근본적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그런 요인을 찾아 해결해야만 노인학대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주의가 강한 문화권이기 때문에 노인학대의 문제를 가족관계적 관점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 학대의 주된 요인 '가족관계내 갈등'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김미혜 교수<사진/최경훈 기자>

김 교수가 제시한 '2006년 노인학대상담사업 현황보고서'에 의하면 먼저 여성노인이 남성노인에 비해 더 많은 학대를 받고 있었는데 이는 여성이라는 이유보다는 남성에 비해 가족 안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과 갖게되는 가족관계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두 번째로 연령 면에서 70∼79세의 노인이 학대받는 경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자녀에게 부양기대를 갖게 되는 노인을 자녀가 수용하지 못하고 부담스러워 할 때 적지 않은 갈등이 발생함을 시사했다.

세 번째로는 피해노인이 남성이고 학대행위자 또한 남성일 경우가 69.9%로 가장 높게 나타나 남성의 공격성 혹은 폭력성에 의해 노인학대가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나타났다.

2005년 한국형사정책원구원의 보고에 의하면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노인학대를 유발한다고 볼 수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고분관계에서 오는 갈등의 경우 아들이 며느리 편을 들면서 부모로 하여금 불만과 분노를 갖게 하고 아들은 부모의 분노에 부담과 불만을 느껴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아들에 대한 기대가 높은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아들이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가족 관계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학대받는 노인들의 특성중 경제적 어려움이 과반수 이상이었고 건강치 못한 경우가 전체 54.23%를 차지해 노인이 건강하지 못할 경우 학대받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렸지만 김 교수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하자면 과반수 보다 조금 적은 수가 경제적 어려움이 없고, 건강했음에도 불구하고 학대받는 경우가 있었음을 반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치매 및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노인이 학대받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지만 조사결과에 의하면 84.5%가 정신적 문제가 없었고 90.5%가 치매노인이 아니었으며, 알코올이나 약물에 의한 중독도 없었다"고 설명해 다른 요인에 의한 학대 가능성을 제기했다.

노인학대는 누구에 의해 발생하는가

세계노인학대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가족은 왜 노인을 학대하는가란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사진/최경훈 기자>

 
노인학대에 대해 꾸준히 연구를 펼쳐온 지난 자료에 기초하면 노인학대에서 가해자가 되는 행위자도 몇 가지 공통적인 요인을 갖고 있다. 약물남용이나 정신적·정서적 질병이 있는 경우, 수발경험이 부족한 경우, 부양역할을 거부하는 경우, 폭력이 세대전이 된 경우, 스트레스와 부담감, 의존성이 높은 경우, 참을 수 없거나 분노와 비난을 잘하는 성격적 특성, 사회적 지지체계의 부재 등이 그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우리나라 노인학대 사례 분석 결과, 아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는 학대 가해자인 아들이 위와 같은 가해자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로 설명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인학대 실태조사에서 학대 가해자로서 아들이 55.5%를 차지할 만큼 월등히 높았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딸에 의한 학대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아들, 혹은 남자라는 이유로 학대가 이뤄진다기보다 노인 부양 기대와 책임이 많은 사람이 학대 행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학대 가해자 중 아들 다음은 며느리로 나타났다.

한편 학대발생 요인에 대해 김 교수는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나 신체·정신장애·스트레스가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여기서 한 단계 더 생각할 것은 이와 같은 요인이 상호작용 할 때 문제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노인학대가 발생되었다는 것은 피해노인과 학대 행위자가 상호 관계에서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갈등과 마찰이 발생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피해노인과 학대행위자 모두 사회적 서비스 필요

따라서 "실태조사를 근거로 노인학대를 피해노인과 학대행위자로 구분해 이해하고 개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좀더 다양한 견해와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결국 노인학대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해노인이나 학대행위자 모두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덧붙여 "학대받은 노인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되 학대 행위자들도 노인 못지 않게 노인과 관계에서 오랫동안 갈등을 겪고 이로 인해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입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서울특별시노인학대예방센터 김윤자 소장도 김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사회는 아들의 부양을 당연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책임을 기대하기 때문에 학대 행위자로 지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학대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보기 보다 가족 구조적 문제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서 가장으로서의 아들의 위치가 학대행위자로 지목 받는 위치지만 동시에 이 부담을 개인에게 맡긴 것은 아닌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권중돈 교수는 이와 같은 가족관계 관점에서의 노인학대를 해결하기 위해 △학대사례 이해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서비스 단위의 재조정 △서비스 연계사업의 강화 △상담원의 역량강화와 슈퍼비전 체계 강화 등의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족관계내 갈등에 의해 학대가 발생했다 해도 학대가해자의 학대 행위 자체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공동된 입장을 보였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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