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컴퓨터를 배워야해, 처음엔 눈도 침침하고 무슨 소린지 도대체 알아먹을 수가 없었는데 배우고 보니 이것처럼 편하고 재밌는 게 또 없더라고"

지난 14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제4회 어르신정보화제전에 참가한 김상철씨가 전한 말이다. 컴퓨터가 은퇴 후 자신을 살렸다며 '노인들이 꼭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한 김씨는 알고 보니 문서작업에서 인터넷 검색까지 상당한 실력을 겸비한 노(老)티즌 이었다.

인터넷 과거시험이 한창이었던 시험장안은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키보드 소리, 그들을 찍던 사진기자들의 셔터소리만이 고요한 정적을 깼다. 돋보기를 반쯤 내려쓰고 독수리타법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노인들이 많았지만 열기만큼은 여느 국가고시 못지 않게 신중하고 진지했다. 마치 정보처리기사 시험을 처음 치르는 학생 같았다고나 할까.

한가지 더 흥미로웠던 건 과거시험이 한창이던 시험 밖의 풍경이었다. 그곳 로비에서는 지난 8일 '어르신 정보화 UCC 공모전' 수상작들이 방영되고 있었다. 최우수상과 우수상, 장려상에 이르기까지 총 6편의 작품들이 어르신정보화제전이 끝날 때까지 선보였는데 기획에서부터 촬영, 나레이션, 연기까지 모두 노인들의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과거시험을 치르지 않고 참여한 일반 노인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눈치였고 재밌다는 듯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과장되면서도 어색한 아마추어의 연기가 프로 배우들의 연기 못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출연 배우에 대해 어디 복지관 다니는 누구다 혹은 누구네 할아버지다라는 제법 구체적인 설명까지 곁들였다.

당시 로비 분위기를 토대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작품은 김금순 어르신의 '인터넷에서 만난 첫사랑'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으로 첫사랑을 만난 이들이 지하철역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20∼30대 젊은이들처럼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는 다소 진부한 내용이었지만 흥미 면에선 단연 최고를 기록했다. 기자 역시 잠시 넋을 빼고 봤을 정도로 황혼의 로맨스에 푹 빠졌었다. 

연령에 따라 혹은 살아온 시대에 따라 웃음의 포인트가 달라지는 것 같다. 젊은 사람과 노인을 상대로 강연이나 교육을 실시 할 때도 이 웃음의 포인트 때문에 강연 내용이나 방법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노인들이 직접 만든 UCC는 젊은이들 만든 것처럼 세련된 영상미와 심오한 문제의식 면에서는 뒤쳐질지 모르나 노인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는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고민하는 문제 의식을 적절한 눈높이에서 풀어 제작했기 때문에 웃음을 선사했을 지도 모른다.

할어버지가 무슨 영화를 만들어? 할머니가 메신저를 한다고? 라는 젊은 사람들의 선입견이 노인들을 컴퓨터에서 멀어지게 만든 근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노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컴퓨터 박사가 될 순 없지만 젊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누구나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은 아닌 것처럼 노(老)티즌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기본적인 시스템이 좀더 확산됐음 하는 바람이다. 

경로당을 직접 돌아보면서 노인문화의 한계를 느꼈다던 모 국회의원의 말처럼,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여가문화는 한정돼 있다. 그런 것들의 발굴이 고령사회를 보다 풍족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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