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학교 행정복지대학원 임춘식 교수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대부분 관주도로 이뤄지거나 졸속적인 측면이 많아 ‘파행’ 또는 ‘반쪽짜리’로 전략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민간 사회복지자원의 참여확대 및 사회복지·보건의료부문의 연계, 지역사회단위 사회복지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이하 협의체) 구성·운영, 지역사회복지계획의 수립·평가, 사회복지서비스의 신청절차 등 관련 세부내용을 규정한 사회복지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전격 개정하여 사회복지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복지정책을 내놓았다.

특히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국민의 정부’에 이은 ‘참여정부’가 지방분권화를 법적 제도로 정착시키려는 과정에서 2005년부터 사회복지서비스 예산의 지방자치단체로의 이양 등 사회복지의 지방화를 실제적으로 이루는 과정에서 나타난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협의체는 지역의 사회복지와 보건의료에 대하여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사회복지 관련 기관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실제적인 권한 이행이라고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협의체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민간사회복지 관련 단체의 참여와 주동을 보장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협의체 운영을 민간에게 이관하는 것으로써 민간에서 이 운영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그 미래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협의체는 관과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사회복지영역의 자율적인 민간 조직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참여함으로써 그 권한을 민관이 함께 수평적으로 운영하는 형태의 지역 거버넌스(민관협치 Governance)를 실현해 보겠다는 획기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협의체가 변화된 위상에 걸맞는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상당수의 지자체에서는 협의체 운영이 출발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파산선고’로까지 표현되고 있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협의체라 할지라도 그 운영하는 과정에서 본래의 목적과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보건복지부와 기초자치단체의 졸속적인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구성에 각성을 촉구한 시민단체의 우려가 어쩌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내실을 기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사회적 안정망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협의체는 지역사회의 사회복지계획을 민간이 협력해서 수립하고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심의·건의하며, 보건·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등 지역사회의 복지향상에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단체장의 무관심 때문에 졸속으로 운영되고 있어 시민사회단체들의 생생한 고민과 정책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협의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협의체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협의체를 전담할 인력이나 태스크포스 구성, 지역주민의 복지욕구 조사 및 개발, 지역사회계획의 수립 등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의 수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협의체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관이 일반적으로 주도하면서 민간이 배제되거나 민간이 주도하는 가운데 관이 무관심한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자치단체 내 공공과 민간, 공급자와 수요자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상호보완하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관과 민이 각자 혁신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우선 지자체가 분권 이후 지방이양사업을 수행할 역량이 과연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복지행정조직의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 추진 역량에 대한 조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분권화만 이뤄진데다 지자체가 그동안 국고보조에 의존해 사업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복지관련 조례 제정 실적이나 경험이 일천한 실정을 이해야할 필요도 있다.

아무튼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분권에 걸맞는 지역복지 마인드를 갖추고 그 동안 수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며, 보건복지부와 광역자치단체도 기초자치단체간의 재정능력 및 복지자원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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