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사회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서울시재가노인복지협회 조남범회장이 현안의 문제점에 대해 간략하게 전하고 있다<최경훈 기자>

지난 8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하 노인요양법) 시행령 및 규칙 입법 예고 안이 발표되면서 사회복지계 종사자들 사이에 적지 않은 파장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인요양법은 노인 복지에 대한 기본 개념을 무시한 채 간병과 수발이라는 신체적 욕구만을 충족하고 있어 제2의 노인인권침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가복지시설에서 종사하는 이들 사이에선 방문요양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이유로 누구나 240시간의 교육시간만 이수하면 재가장기요양기관의 시설장으로 임명하도록 하는 조항은 반드시 시정돼야 할 독소조항이라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지난 25일 사회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서울시재가노인복지협회를 중심으로 관련단체와 실무자 약 400명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입법 예고안의 개선을 위한 결의대회를 약 3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인력의 탄력적 운영을 이유로 사회복지사를 노인요양법에서 배제하고 있으며 이는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누구나 한달만 교육받으면 요양보호사라는 자격을 줘 재가장기요양기관의 시설장이 가능토록 한 것은 전 국민에서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작정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240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요양보호사가 재가장기요양기관의 시설장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분노가 표출됐다<최경훈 기자>

 
이천에서 시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노인요양법의 시범사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센터에 건강보험공단의 교육을 이수한 요양보호사들이 투입됐지만 노인복지에 대해 전무한 이들이 더러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노인요양법이 노인들을 목욕시키고 제때 밥 주는 것에 불과하다면 현재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각종 사회연계망 사업이나 사례관리 등은 다 쓸데없는 것에 불과하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노인요양법의 시행령이 발표된 시점이라 상황 자체를 비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재가노인복지협회 조남범 회장은 "한 발 늦은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방관할 순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늦게나마 이런 결의대회를 갖는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노인요양법이 정하고 있는 어떤 점이 노인복지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보건복지부는 재가장기요양기관의 인력기준에서 방문요양사업의 관리책임자가 배치되므로 추가적으로 사회복지사를 두도록 하는 것은 인력 운영의 탄력성을 제고하기 어렵고 책임과 역할이 중복되기 때문에 필수 인력이 아닌 '필요수'로 명시했다.

또한 관리책임자를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1급 또는 의료인 중에서 상근하는 자로 정했으며 요양보호사의 자격은 240시간의 교육시간 이수를 1급으로 120시간을 이수하면 2급으로 정했다. 기존에 근무하고 있던 자나 유사업종의 국가자격증 소지자는 보수교육을 통해 자격이 인정된다고 규정했다.
 

전국에서 모인 재가복지시설 종사자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에 사회복지사들은 철저히 배제됐다고 분노했다.<최경훈 기자>

 
이에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우수명 부장은 "방문요양서비스는 이용자의 욕구와 환경에 대한 이해와 이들을 바탕으로 한 전문적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관리책임자에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중복된다는 논리는 타당치 않으며 이는 결국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사례관리를 통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않겠다는 뜻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리책임자 역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고 직원들의 슈퍼비전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240시간의 교육은 절대로 부족하고 요양보호사 1급이라 명시한 것은 역할에 대한 인식 없이 최소의 인력만을 배치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즉 노인 돌봄에 대한 사회복지적 접근이 아니라 케어에 집중된 시스템이 시설이나 재가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에게 얼마만큼 만족감을 줄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다.

따라서 서울시재가노인복지협회 조남범 회장은 "지금이라도 사회복지사들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며 조만간 전국적인 결의대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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