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는 종전대로 내고 연금은 덜 받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한 전체 노인의 60%를 대상으로 했던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범위를 2009년부터 70%로 확대키로 한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해 노후관련 민생법안들이 일단락 지어졌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본회의 통과과정에서 국회의장이 안건을 직접 상정하고 처리하는 직권상정 절차를 밟아 적지 않은 비난을 사고 있다.

국민연금 개정안 통과로 인해 보험율은 9%로 유지됐다. 하지만 지급받을 수 있는 급여율이 기존 60%에서 50%(2008년)로 낮아지고 2009년부터는 매년 0.5% 포인트씩 내려 2028년에는 40%까지 하향 조정될 예정이라 직장 가입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대표들도 법안 처리 자체를 무산해야 한다며 반발에 나서고 있어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안건 처리 도중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단상을 점령하고 플랜카드를 펼쳐 단상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본회의 종료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 개악안과 누더기 국민연금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처리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대표적 민생 사안인 국민연금법을 난도질하고 사회적 합의라는 필수 절차를 짓밟았으며 연금 수령액도 삭감돼 연금에 대한 불신만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금제도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역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성명서를 통해 "국민연금의 급여는 기존 급여액의 2/3 수준으로 대폭 삭감하고, 기초노령연금의 급여율 10% 도달시점은 2028년으로 늦췄다"며 "게다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을 2009년 당시 노인인구의 70%로 명시해 2010년에는 다시 대상이 줄어들 수 있는 억지조항을 끼워 넣은 최악의 연금개악"이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온ㆍ오프라인에서의 규탄 집회와 서명운동 등 용돈연금개악법을 원천무효화 하기 위한 연금제도 정상화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이수영)는 국민연금법 국회 통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전하며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부담 대비 과도한 급여로 인해 연금부채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고 이는 향후 국가채무와 미래세대의 부담이었지만 이번 개정안이 어느정도 책임있는 결정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민연금 급여의 축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만 우리 기업들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법정 퇴직금, 퇴직연금 등을 고려한다면 전체 노후소득보장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정부 부처간 충분한 사전협의도 없이 기초노령연금에서 향후 가입자 범위와 수급액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정부 재정악화 및 국민부담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보건복지부 변재진 장관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개정안이 국민연금 개혁안으로써 미흡함은 인정하지만 "국민연금개혁법안이 지난 4년여 동안 정부·국회·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의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드디어 오늘 국회를 통과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국민연금개혁의 1단계가 마무리됨으로써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재정안정화를 도모하고, 적정 노후소득 보장이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퇴직연금제를 조속히 정착시키고, 개인연금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적정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이라는 미명아래 손해를 감수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봐야 할 상황이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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