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새롭게 개편된 화폐에 대해 시각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손으로 그림을 읽으라는 얘기와 똑같다"라고 비난해왔다.

시각장애인 평등권 침해에 관련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시각장애인에게 액면가 식별 방법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해도 그것은 기술의 한계에 따른 것이므로 시각장애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각장애인들이 구별하기 힘든 신권 만원, 오천원, 천원 권

실제로 새롭게 발행되는 지폐를 구분하지 못하여 손해 본 경험을 가진 시각장애인이 76.2%(2007년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조사)나 된다. 이에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남지소,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 희망제작소 등이 지난 2월 3일, 2007년 1월 발행된 새 지폐의 액면가 구별용 점자가 묵자 방식으로 인쇄되어 시각장애인들이 이용상의 불편 부당함을 호소하자,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재 한국은행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 및 요판심도를 더욱 높였을 때 발생 가능한 문제 등을 고려해보면 현재와 같이 지폐의 크기를 달리하고 점자를 요판으로 인쇄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개선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천원권, 오천원권과 만원권의 지폐에 적용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액면가 식별 방법이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는 현재 피진정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의 한계에 따른 것"이라고 진정을 기각했다.

이에 장애인차별실천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는 현행 지폐 발행(점자요판인쇄)방식 외에 뚜렷한 개선책이 없다는 피진정인 한국은행의 주장만을 인정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간 시각장애인 사용자를 위한 그 어떤 정책수립이나 검증 한번 없이 지폐를 발행함으로써 시각장애인의 지폐식별방식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한국은행의 주장만 듣고 가장 보편적인 환경권으로 보장되어야 할 시각장애인의 경제활동 문제는 간과,국가인권위원회의 장애차별감수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는 성명서를 통해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이 시각장애인은 지폐의 액면가도 확인할 필요도 없고, 굳이 우리나라 화폐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려면 손상된 시력을 회복해야만 된다는 취지의 처분인가"라며 "인권위는 장애인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고 있는가? "라며 개탄했다.

또한 한시련 측은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재심하고 차별된 본질에 입각한 대안과 시정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며 "기각결정의 철회, 지폐 액면가의 식별과 온전한 사용권리가 담보될 때까지 감시활동과 더불어 권리회복운동에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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