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충무아트홀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에 따른 사회복지서비스 현장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복지포럼이 개최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시설을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노인복지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윤곽이 구체화되면서 제도의 부실한 부분이 부각되자 노인복시설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들이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선 것. 그러나 복지부는 개정이나 절충 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마찰이 야기되고 있다.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회장 양경자) 지난 6일 충무아트홀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에 따른 사회복지서비스현장의 대응방안'이란 주제로 서울복지포럼을 진행했다. 260여명의 사회복지관계자가 참석한 이번 포럼에서 보건사회연구원 장기요양정책팀의 선우덕 팀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도입으로 대규모가 아닌 중·소규모의 시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 시설의 표준화는 물론 서비스 제공에 영향을 미칠 기준도 전무함"을 우려했다.

또한 "노인복지시설에서 서비스를 받을 경우에는 특정한 시설에 입소한 자에게 한정된다는 제한이 명시되지만 재가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를 받고 있는 이용자의 거주장소에 제한을 두고있지 않기 때문에 가정이든 복지시설이든 심지어 일반호텔이든 관계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이는 결국 노인복지가 아닌 다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에서도 장기요양서비스와 관련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고 비록 그 수가 많지는 않겠지만 얘기치 못한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즉 필요이상으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제공할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가입자든 국가든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장기요양정책팀의 선우덕 박사(왼쪽)과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엄기욱 교수(오른)

 
실제로 일본의 노인복지시설들은 개호보험(우리의 노인장기요양호험법안과 유사)이 실시되자 다양한 변화에 마주쳤다.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엄기욱 교수는 "일본은 개호보험 제도 도입 후 재가복지 인프라 확충에 가장 중점을 뒀고 이는 그동안 일본이 입소시설을 중심으로 복지시책을 전개해 온 결과 재가복지 인프라가 미흡해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전했다.

개호보험이 실시되자 재가복지사업자가 급속히 증가했고 지역밀착형 서비스가 10배 이상 증가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또한 노인입소시설 역시 집단입소시설형에서 거주공간형으로 변화됐고 시설의 복합화 및 지역밀착형 서비스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것은 개호보험 공급주체가 다양화되고 시장화가 촉진됐다는 점이다.

엄 교수는 "개호보험제도 도입으로 일본의 재가복지사업은 기존 사업자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와 농협, 생활협동조합, NPO법인, 의료법인 등의 참여가 급격히 증가했고 최근에는 시설서비스에 대한 시장화를 도모하기 위해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 공급주체의 다양화와 시장화 이면에는 부정 사업자에 의한 사업소 취소 등과 같은 문제점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요한 점은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이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이날 포럼에는 총260여명의 사회복지서비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참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엄 교수는 "개호보험재정이 급격히 증가되고 있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 단지 비용절감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고 오히려 서비스 질 향상과 추가비용 징수를 연계시켜 이용자의 이해와 협력을 얻기 위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바로 이 점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실시를 두고 우리나라가 고민해야 하는 과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노인복지시설협회 김병한 회장은 "시설인프라 확충면에서만 살펴봐도 우리나라는 선진국 요양시설 확보 충족률(4∼7%)에 비해 0.9%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며 저소득층을 제외한 일반노인의 시설이용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전문케어인력 신규인력을 1∼2년 안에 확보하지 않으면 안돼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정해진 커리큘럼도 없고 표준화 작업과 정보화 개발도 부진한 상태"라고 비난했다. 결국 제도 시행은 바람직하지만 안정적 시행을 위해서는 하위법령 및 제도정비 보완이라는 과제가 남았음을 시사했다.

서울시재가노인복지협회 조남범 회장 역시 수행인력과 관련지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 회장은 "복지부가 탄력적인 운영과 방문요양사업의 진입 장애를 감소시킨다는 이유로 재가장기요양기관의 인력기준을 최소한의 인력으로 규정하면서 사회복지사들이 배제되고 240시간 교육이수자가 재가장기요양기관의 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은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수원시립노인요양원 김영기 원장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특히 "입소 당시에는 서비스 대상자였으나 시설의 케어로 등급이 변경되어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경우,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되고 있다"며 사업이 시행되기 전에 꼭 논의 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서희정 기자 hans@bokjinews.com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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