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문화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요구가 점차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문화예술 및 체육활동에서의 차별 금지가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노동이나 복지, 경제적 차원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닌, 문화 영역 또한 차별이 이뤄지는 영역가운데 하나라는 인식이 반영됨과 동시에 장애인의 문화적 참여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정책의제로 자리잡게 됐다 것이다.

이에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는 장애인문화권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에 대해 10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회관 강당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장애인 문화향유실태와 문제점을 돌아보고 장애인의 문화권에 관한 관계정립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세훈 연구위원은 문화적 권리가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이며 장애인 또한 문화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그럼에도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에 대한 논의는 장애인계 내부에서나 사회적 정책적 맥락에서 거의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 위원은 "여러 선언이나 협약을 통해 장애인과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에 대한 강조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실에서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는 아직까지 사회적 반향을 크게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이 드러내주는 문제점은 단순히 장애인 개개인의 문화적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배제가 사회 내에 구조적으로 뿌리깊게 내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은 장애인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이들의 문화활동 참여기회를 증가시키는 것에 그 목적이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장애로 인해 사회적 의사소통의 경로가 막혀져 있는 상황에서 문화활동은 이런 의사소통의 실질적인 공간을 마련해주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며 장애인들에게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확대는 장애인들의 사회적 의사소통 공간을 확대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함에도 현재의 지원방식은 주로 문화예술활동을 관람과 체험에 그 목적이 맞추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세훈 연구위원

김 위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가운데 문화예술영역과 체육영역이 각각 독립 조항으로 삽입되면서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에 대한 주장이 과거 선언적 차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의 법제정과 문화예술, 체육영역의 반영은 장애인 문화적 권리를 실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출발점으로 자리 매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면 이런 계기가 제대로 활용 될 수 있는가하는 문제는 사회적 차원의 공감대와 장애인계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활동들이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수반되느냐에 달려있다고 촉구했다.

토론자로 자리한 문화관광부 예술정책팀 이형호 팀장의 모습.

이어 장애인 문화권과 문화정책이 과제에 대해 문화관광부 예술정책팀 이형호 팀장은 "장애인의 문화예술정책은 기존의 장애인 문화평등권 차원에서 나아가 문화 참여권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장애인이 문화예술 창조의 주체가 되어야만 장애인 문화적 권리가 미술, 음악, 문학 등의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장애인의 문화예술 창작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이 마련돼, 장애인 차별 금지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제정 과정에서도 이런 시각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특히, "장애인의 문화권 보장은 단순히 법규의 제정만으로 이뤄지지 어렵고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만으로 장애인의 헌법상 규정된 인간적인 삶을 구현하기 어렵다. 발제자가 지적했듯이 장애인들의 경제문제로 인한 문화적 접근권을 해소해주기 위해 경제적 복지문제 해결도 동시에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애인문화공간 최재호 대표는 실질적인 장애인 문화권의 예를 설명하며 "관공서나 복지관에서 만들어진 장애인 문화프로그램 사업은 장애인 현실에서 매우 소극적인 프로그램이며 여전히 별다를 게 없는 사업 위주의 계획안"이라며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설할 것인지 그내용과 질에 대한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안이 먼저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조사가 먼저 이뤄지고 다양한 장애유형별 수요자, 수용층의 문화 욕구를 조사하고 이를 근거로 심도 있게 문화 콘텐츠의 내용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의 삶이 적극적인 문화 참여자로서 생산적 문화 활동을 만들어 나가, 더 이상 문화적 착취와 소외의 대상이 아닌 적그적인 문화생산자이자 문화 권리를 찾는 주체로서 분명하게 확인시켜 나가야 한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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