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맞춤구두 '백두제화' 김범기 대표

어느덧, 18년 째 장애인 맞춤구두를 만들고 있는 김범기(52세)씨. 김씨는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신어서 편안한 신발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말했다.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에서 조금 떨어진 10평 남짓한 가게 안은 낡은 기계들과 가죽, 생소한 발 모양 석고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17살, 서울 명동의 조그만 구둣가게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구두 만들기 인생은 1983년 유명 제화회사에 입사하면서 구두장이로서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미국의 정형외과용 신발을 전문으로 만드는 사람을 만나면서 편안한 신발이 무엇인지 알게 된 그는 장애인용 구두를 개발하면서 더욱 편안 신발을 만들어내기 위한 욕심을 갖게됐다고 한다. 하지만 수지타산을 염려하던 회사는 부서를 폐지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결국 그는 97년 3월 회사를 나와 직접 장애인용 구두 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 직원 몇 명과 함께 운영했지만 소재 자체가 고가이고 공정이 복잡해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뤄졌어요. 워낙 힘들어서인지 다들 떠나더라고요. 그렇게 여러 번 실패와 고통을 겪고 나면서 이제는 모든 공정을 혼자 도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내손으로 구두를 만들고 있어요."

김씨는 "처음 발만 보고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다"며 "장애인에게는 신발이 보통 걸어다니는데 쓰는 평범한 도구가 아닌 일상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보조기구나 다름없어요. 신발이 완성되고 나서도 몇 번이고 편한 신발이 나올 때까지 만들어내야 해요"라며 신발을 단지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편안하고 안정감있게 만드는 지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3000 켤레가 넘는 구두를 제작하는 동안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씨와의 인연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처음 불편한 신발 때문에 자신을 찾아와 고통을 호소하던 모습과 달리 편한 신발을 맞추고 거북이 마라톤 5km 완주와 킬리만자로 희망원정대 산행 등 비장애인도 어려워할 일들을 해내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그때 감격을 다시 되새겼다. 

하지만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구두 만드는 인생이 요즘 들어 아쉬움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김씨는 "장애인 구두, 보조기구 등 정부 보조 정책이 발표되자 우후죽순 전문성을 잃은 업체들이 생겨나, 장애인들에게 더욱 고통만 주게 됐다"며 "정부의 체계적인 보조와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능자격을 만들어 제대로 된 후배들이 나와, 장애인들에게 편한 구두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동안 구두를 만들어주며 남겨지는 기록들, 구두에 대한 불편함이 생길때마다 거듭 수정을 귀찮아하지 않는다는 김씨.

 
또한 김씨는 "양적으로 늘어나는 구두장이들보다는 당장에 전문성을 갖고 좀더 체계적이고 장애인들의 욕구를 꼼꼼하게 채워줄 수 있는 구두장이가 필요하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장애인들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그는 편한 구두에 대한 욕심이 많다. 좀 더 좋은 소재로 더 나은 편안함을 안겨주고 싶은 것이 그의 영원한 소망이다. 

"언제나 노력하는, 기능적인 면을 넘어서 디자인까지 장애인들에게 만족할 수 있는 구두장이가 되고 싶다."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장인의 모습이 오롯이 느껴진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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