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령이 발표되자 사회복지계가 발칵 뒤집혔다. 사회보험 방식을 띄고 있고 노인복지증진을 위해 도입하는 제도 안에 사회복지사들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치매노인을 케어한다는 의미가 도입되면서 사회복지사들보다는 간호사나 간병사의 역할이 커졌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물론 간병노동자들과 의료연대쪽도 질낮은 서비스가 난무하고 비정규직 양성 우려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제대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재가노인복지쪽이다. 정부가 요양인프라를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시설 짓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던지 인프라 확대 방안에서 재가복지쪽을 대폭 지지하고 나섰다. 물론 탈시설을 외치는 시점에서 재가복지의 확대는 환영하는 바다. 그러나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재가복지시설장이 될 수 있게끔 한 규정이 문제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안의 재가복지서비스를 살펴보면 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요양보호사 교육 240시간을 이수한 요양보호사 1급 소지자는 재가복지시설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재가복지시설에서 간병 혹은 케어를 할 수 있고 기존의 사회복지사와 비슷한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240시간이라 함은 하루에 6시간씩 교육을 받았을 때 약 40일 정도가 된다. 주말을 뺀 날수로 환산하면 약 2달 정도의 교육 이수 후 요양보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자격조건에 대한 단서조항이 없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게 했다. 하다 못해 운전면허시험에도 있는 나이조건이 생략됐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요양보호사 교육이 얼마나 완벽한 커리큘럼을 자랑하면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서 사회복지사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몇 년씩 공부한 이들과 비슷한 경지에 오르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다른 시설에서 케어경력이 있으면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두고 현장 실무자들은 적지 않은 우려를 표했다. 예를 들어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던 A양이 노인복지에 대한 교육을 한시간도 이수한 적 없지만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조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인복지가 용변 처리하고 목욕시키며 시간 맞춰 약주는 것에 불과하냐는 불만이 나올만 하다.

하지만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대처하는 사회복지사들의 태도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행령이 발표되자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인식했음에도 대응하는 방법과 태도가 너무 더디다. 장애인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쟁취하기 위해 취했던 노력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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