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이용하던 시각장애인이 또 희생됐다. 시각장애인인 김 모씨가 지난 10월 30일 부천역사내에서 선로에 떨어져 숨졌다. 김씨는 점자블록을 찾지 못해 방향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안타까운 장애인의 죽음은 한 두번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5월 시각장애인 장영섭씨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부천역에서 멀지 않은 송내역에서 떨어져 숨진 것을 비롯, 장애인들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부상당한 사례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지하철은 장애인들에게 '지옥철'이나 다름없다.
지하철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장애인들은 철도청이나 지하철공사측에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으나 대답없는 메아리에 불과했다. 이 같은 관련당국의 무성의하고도 무책임한 자세가 결국 연이은 참사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철도청과 지하철공사는 장애인들의 목숨을 언제까지 앗아가야 정신을 차릴 것인지, 우리는 저 참담한 주검 앞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다시 김씨의 사망에 대해 단지 유감표명으로 덮어두려는 철도청의 안이한 사태인식은 한심하다. 김씨의 죽음은 유감의 대상이 아니며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철도청은 보다 명확하게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과'도 아니고 '유감수준'에 그치는 것은 책임회피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제라도 철도청이나 지하철공사 등 교통관계 당국은 장애인들의 요구에 귀기울이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목숨을 보장할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므로 이마저 외면한다면 '살인방조죄'라고 할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과 스크린도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더 이상 참담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장애인이 죽고 다치는 '목숨건 이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어찌 그들이 마음놓고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지하철공사는 고귀한 생명 앞에서 언제까지 예산타령만 늘어놓을 셈인가. 예산운운의 허송세월 속에 장애인들이 죽어나가는 비극적인 현실은 김씨의 죽음으로 끝내야 한다. 정부에 의해 김씨는 '죽임'을 당했다. 다시는 이러한 억울한 '죽임'이 재발되지 않도록 교통당국의 자각과 각성을 촉구한다.
 

정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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