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에게 영화관람은 연례행사쯤으로 각인돼 있는 게 보통이다.

단순히 돈이 없어서 영화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집밖을 나와 극장까지 가는 긴 여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극장까지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프랜드 케어'와 한국농아인협회가 11일, '중증장애인 영화보기' 첫 번째 행사를 가졌다.


매달 2째 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실시할 계획인 이번 행사는 중증장애인 5명을 대상으로 3개월 간 실시해 영화관람에 따른 변화된 삶에 대해 짚어보고자 기획됐다.

자신들이 직접 선택한 코미디 영화 '마파도'를 관람하고 나온 이종만(54ㆍ서울 강남구 수서동)씨는 "얼마 만에 보는 영화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나로서는 영화관람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나처럼 극장까지 오는데 활동보조도우미가 필요한 장애인에게는 동반1인까지 할인혜택을 주는 등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프랜드케어 박영권 조직팀장은 "현재는 5명의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3개월 간 실시한 뒤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장애인들도 변화가 있겠지만 극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장애인전용좌석이 없었지만 최근 생긴 극장에는 장애인좌석이 따로 마련되는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생기는 걸 보면 변화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휠체어 장애인좌석은 상영관 내 2좌석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날도 휠체어장애인 5명이 관람해 3명은 자신의 휠체어가 아닌 일반좌석에서 봐야했다. 박 팀장은 "5:5비율로 일반석과 휠체어장애인석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를 지원하고있는 한국농아인협회 장애인영화제팀은 "극장측에서 배려로 50%할인된 가격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며 "프랜드케어를 시작으로 보다 많은 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보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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