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연합신문사는 고령화시대를 맞이해 우리 주변에서 아름다운 노후생활의 귀감이 되는 노인들을 발굴하고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과 가족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합니다. 실버스타는 건강한 도전과 취미생활을 지속하는 이들, 사업실패, 투병 등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제 2의 인생을 남다르게 살아가는 이들, 장인정신으로 전문가의 경지에 오른 이들까지 누구나가 주인공이며 그들이 진솔한 이야기로 꾸며질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봉사로 넉넉해진 삶 살아가는 정정자氏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킬수 있다고 전한 정정자씨.

 만나기로 약속한 지하철 5호선 굽은 다리역에서 막 나오는 정정자씨를 만났을 때 66세라는 나이보다는 훨씬 젊고 어머니 같은 푸근한 인상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겪은 어려움을 들으면서 그 시대 실버세대 분들이 겪었을 희생적인 삶의 고통을 떠올렸다.

결혼 당시 무직이었던 남편 뒷바라지, 중풍이신 시아버지를 모시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첫 아이를 출산했고, 산후 조리를 못한 탓인지 극도로 몸이 허약해져 밤이면 피오줌을 흘린 요강을 보다 못한 시어머니의 권유로 도시 진출을 했다. 하지만 유산이라고 물려준 논 세마지기를 팔아 받은 돈 15만원을 들고 무작정 연고도 없는 서울로 왔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서울 생활은 내핍과 극기의 삶이었지만 ‘새마을운동' 정신이 투철했던 터라 두려움이나 절망은 없었다.

남편이 취업을 하고도 두 아이를 키우며 부업꺼리를 찾다가 다행히 성실과 신용을 인정받아 사업(납품업)을 시작한 이야기부터 7남매 중 맏이인 그녀는 동생을 셋이나 홍역과 한국전쟁으로 잃고 늑막염을 앓는 어머니 대신 살림을 맡아야 했던 이야기, 중 2때 학업을 포기했지만 18세부터 통신강의록을 통해 방송통신대학교 전신인 서울종합통신대학교 국어과에서 수학한 이야기까지….

재작년 97세로 돌아가신 시어머님은 13년 동안 치매를 앓으셨다. 시어머님 병환이 심각해진 몇 년간은 서울에 있는 집을 전세주고 공기 좋은 하남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 시어머님을 모셨다. 치매가족을 둔 이들은 당사자는 물론이요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이 어떨지…,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이 10년 차이가 나는 지금,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박물관 지킴이로, 숲해설사로, 독서지도사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광릉수목원에서 매주 수요일 삼림박물관 지킴이. 해설사로, 대한노인회중앙회 강동구지회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1달에 10번씩 숲 해설사로, 금호초등학교에선 매주 3회 독서지도사로, 송파구도서관에서는 문맹자를 대상으로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국어교육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주 1회씩 고궁박물관 봉사, 청계천생태해설사로 활동하느라 한 주일간 빈틈이 없다. 편찮으신 어머니를 돌보며, 자녀들 교육 뒷바라지를 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지속해왔던 ‘좋은책읽기 도서관’ 운영과 암사동 재활센터 미숙아 보조 자원봉사를 그만둬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덕분에 그녀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광릉수목원에서 그녀의 자세한 숲 해설을 들으며 기분 좋게 삼림욕을 하고 오기도 했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봉사활동에 헌신하도록 했을까?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친정아버지가 50세에 저세상으로 가신 후, 삶의 허무와 회의를 느끼며 기독교에 귀의했고 “건강한 삶이 지속되는 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고 하느님께 맹세했다"고 전하는 정씨.

그녀가 자원봉사를 통해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은 건강한 삶과 그녀를 기다리는 눈빛들로부터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을 보는 보람이다. 그녀가 원하던 자원봉사를 하기까지는 가족과 지인들의 격려와 응원도 컸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를 ‘또순이’라고 부른다. 타인을 배려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기 때문. 하지만 그보다 더 실감나는(?) 별명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평생지기 남편이 붙여준 ‘호박에 다리 달린 여자’다. 동글동글한 외모에서부터 누구에게나 이로움을 전하는 무공해 식품 호박, 그 호박에 다리가 달렸으니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이득이 되겠는가. 정씨가 전하는 봉사는 그런 면에서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건강을 선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게 자녀를 키우고 나면 할 일 다 했으니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자신은 공자님의 말처럼 ‘할 일이 없는 사람은 고여 있는 물처럼 썩는다’고 생각한다며 환경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정씨는 숲 해설이나 어린이 지도 등 지금은 찾아보면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다고 조언했다.

또한 “요즘 젊은 친구들은 너무 많은 것을 준비된 채 시작하려 하고 쉽게 살려 하는 경향이 있어 소박한 행복을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며 “난 35년 전 어려운 살림 속에서 처음으로 장만한 선풍기 한 대(아직도 갖고 있음)로도 두고두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번뿐인 삶. 단 한번의 기회인데 보다 가치 있고 보람 있게 살아야 하지 않냐고 전하는 그녀의 말속에 아름다운 노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객원기자 조한종씨

 객원기자 조한종 blog.naver.com/sukwha73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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