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사례는 2011년 6058건에서 2015년 1만 1709건으로 지난 5년간 3배 넘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적 증가 뿐 아니라 그 형태도 단순훈육을 넘어선 강력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부모가 자행하는 가정폭력에 의한 것으로, 심각한 아동학대의 실상을 보여준다.

지난 24일 서울시가 집계한 최근 15년간 아동학대 발생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42건의 아동학대가 지난해 1933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15년간 14배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시는 1933건의 아동학대 중 1146건이 경찰과 보호기관의 개입이 시급하다고 판정했으며, 1146건의 학대 사건 피해 아동 중 831명을 원가정 보호 조치했다.

이처럼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만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아동학대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19개 단체 전문가들이 모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서울시 열린마루 큰마당’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순자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아동학대 관련 공공·민간기관, 일반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9명의 발표자가 분야별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의견을 발표했다.

소숙희 화해의집 쉼자리 대표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는 같이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며, “동반자녀를 데리고 들어오는 여성의 수가 늘어났지만, 아동에 대한 치유프로그램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하며, “가족상담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의무화 시켜야 빠른 치유가 될 수 있다. 또한 서울시는 혼인신고 시에 부모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방안을 제도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모와 아이의 교육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부모 스스로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오히려 아이를 과잉보호 하는 경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모가 아닌 아이들이 원하고 스스로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을 해줘야 한다. 서울시의 공간을 개방해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쉼터가 생기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로써 자신을 준비할 교육시설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영호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 센터장은 “한부모가족의 경우 육아를 혼자 담당하기 때문에 양육스트레스가 굉장히 높다. 부모의 스트레스는 아동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도 나와있다. 때문에 한부모가족이 스트레스를 낮출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며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한다. 좋은부모가 될 구체적인 방법들을 교육하는 제도와 자존감을 높이고, 아동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부모교육을 주장했다.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부모가족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동학대는 초기에 발견해 개입하는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선옥 늘푸른 자립학교 노원대표는 조기발견의 중요를 강조하면서 학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동학대 조기발견을 위해 학교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학교안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교육을 활발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리틀맘’의 수가 늘고 있다 이들은 아동학대의 피해자 이면서 가해자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이들에게 교육을 하고 지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은영 김해 청소년 드림센터 소장은 “아동학대는 조기발견과 조기개입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를 떠나 독립적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학대 가해자에게 교육이나 상담에 강제성을 주고 개선하는 체계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남정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아동학대 신고 사례 조사 진행 과정에서 신고자에 대한 철저한 정보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며 “아동학대 신고사례에 대해 관련 기관이 연계해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과 관련해 “보육교사의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방안 마련으로 양질의 아동보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보육교사의 장시간 돌봄 시간으로 피로감 증대, CCTV열람 요청에 따른 자존감 상실 등으로 업무집중도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보육교사의 과도한 업무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보조교사, 대체교사 등의 효율적 활용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동보호·양육과 관련해 긍정적인 내용을 많이 홍보하자”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아동학대 등 비판적인 내용이 많은데 긍정적인 내용을 홍보해 부모들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의 목소리도 나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피해아동 가족 전체에 복지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권양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아동학대행위자·가족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고 복지 지원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학대피해아동의 원가족 복귀 결정이 지연되면 원가족 복귀 이후에도 학대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피해아동을 포함한 가족에 대한 복지적 개입을 통해 피해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인사말에서 “학대아동의 치료는 물론이지만 그 아이들을 가해한 부모나 어른조차도 치료가 필요하다”며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한 많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관계기관 간 네트워크가 아동학대문제해결에 중요한 열쇠”라며,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플랫폼을 만들어 많은 것들을 개선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를 위한 대안들은 수년 전부터 논의되어 왔고, 사건이 발생 할 때마다 비슷한 대안들을 되풀어 제안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언됐던 의견들이 아동학대예방에 주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박찬정  bj402@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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