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의 독거노인 수가 13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노인 5명에 1명은 혼자 살고 있는 셈이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 생일 때조차 홀로 외로이 보내는 이들을 위해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는 어르신을 향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인천 홀몸독거노인 합동 팔순잔치를 개최했다.

민요에 트로트, 마술쇼까지…잔치 제대로 열렸다
지난 5월 19일 부평역 북광장에서 제1회 인천광역시 홀몸독거노인 합동 팔순잔치가 열렸다. 생크림 케이크에 사과, 바나나, 쑥떡 등으로 화려하고 푸짐하게 차려진 잔칫상 앞에 앉은 어르신들의 표정엔 설렘과 긴장이 가득했다. 
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가 시작됐다. 국악소녀 김혜민 양의 시원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어르신들께 익숙할 민요와 홍보대사 나두리 씨의 트로트로 구성된 가요 무대가 펼쳐졌다. 한복을 입은 어르신들은 노래에 맞춰 어깨를 덩실덩실 흔드는가 하면 가사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어 홍보대사 김청 씨의 화려한 마술쇼가 시작됐다. 평소 어르신들이 볼 수 없었던 마술인 만큼 반응이 남달랐다. 빨갛고 파란 보자기에서 시원한 음료수가 튀어나오고 동그란 철제 링이 묶였다 풀렸다하는 모습에 어르신들이 앉아 있는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중간 중간 마술도우미로 어르신의 참여를 받아 진행하는 색다른 코너도 가졌다. 그야말로 어르신들만을 위한 재롱잔치 시간이 광장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김청 씨가 퇴장하고 나서 사회자의 진행으로 본식인 의전행사와 팔순잔치가 시작됐다.

 “어르신들 참 고생 많으셨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은 개회사, 인사말, 환영사, 축사가 진행되는 내내 어르신을 향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빼놓지 않았다. 전달수 재인천충남도민회 회장은 “이번 자리를 마련하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까지 삼당이 정치적인 대립과 싸움은 잠시 내려놓고 어르신들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힘썼다”라는 사실을 밝히며 “다가오는 8월에는 말복을 맞아 세계 최초로 삼계탕을 대접하는 자리인 ‘효나눔 사랑의 삼계탕 大 축제’를 마련 중에 있으니 꼭 기억하셨다가 행사에 참여하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도 함께 했다. 특히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다른 스케쥴로 바쁜 와중에도 참석해 “오늘 자리에 참석하신 어르신을 제 부모님처럼 생각한다”며 “오늘 팔순을 맞으신 어르신들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기나긴 의전행사는 해가 중천에 자리 잡고 나서야 마무리 됐다. 무대 위로 올라온 사회자가 팔순을 맞이한 11개 지역구의 39명의 어르신들을 차례로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팔순잔치의 시작을 알렸다. 수노아한복의 협찬으로 색색의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깔끔하게 몸단장을 한 어르신들은 호명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 고마운 듯 연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내빈들은 어르신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준비된 과실주를 한 잔씩 올리는 헌수를 진행했으며 업체의 후원으로 마련된 산삼 등으로 구성된 선물을 한보따리 가득 어르신의 품에 안겨드렸다. 
생일에 케이크가 빠지면 섭섭하다. 잔칫상에 올려놓은 하얀 생크림케이크를 내빈과 어르신이 함께 칼로 자르는 커팅식도 가졌다. 이어 행사에서 가장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모든 내빈들이 나란히 서 동시에 어르신들을 향해 “만수무강하십시오!!”라고 외치며 큰절을 올린 것이다. 어르신을 향한 공경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한 내빈들에게 어르신은 고맙다는 인사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어르신 기분이 어떠세요?”하고 묻는 본 기자의 질문에 중구에 거주중인 제갈금식 어르신은 만면에 환히 웃음을 띠우며 “아이고 참 고마워 너무너무 좋아, 한복도 너무 이쁘고 이런 자리 마련해줘서 정말 고맙지 뭐” 라며 팔순잔치 참여 소감을 밝혔다.

금강산도 식후경…식사와 함께 즐기는 축하공연
1부 공연을 마칠 무렵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가 전(前) 제주그랜드호텔 총주방장 문동일 셰프를 초빙해 마련한 식사가 준비된 것이었다. 어느덧 시계를 보니 시계바늘이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때맞춰 준비된 식사는 자원봉사자들 손에 의해 바쁘게 어르신들 앞까지 배달됐다. 팔순을 맞이한 어르신들부터 이를 축하하기 위해 객석에 모인 많은 어르신들은 특별히 맞춤 준비된 건강식과 후식인 과일로 시장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뽀빠이로 친숙한 이상용이 MC로 진행에 나서며 가수 송영광 씨와, 국악과 민요 무대를 마련한 김용녀 씨 외 2명, 트로트를 준비한 가수 나도경 씨,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각설이 무대를 마련한 퓨전각설이 이설 씨가 제각기 준비한 무대를 펼쳤다. 
독특한 로봇 춤으로 어르신들의 시선을 사로잡다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각설이 무대는 어르신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앞서 있었던 어떤 무대들보다도 어르신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하하호호 부평역 북광장을 가득 채웠다. 
준비해 둔 축하공연이 차례로 막을 내리고 축제의 분위기가 가시며 인산인해를 이뤘던 부평역 북광장은 집으로 돌아가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으로 바빠졌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더욱더 분주해졌다. 참여하신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선물을 나눠드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선물을 받아들고 집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은 축제에 대한 만족감을 안고 북광장을 나섰다. 
오늘 팔순잔치의 주역은 오늘날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어르신들이었지만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흘린 땀방울이 있었기에 더욱 빛나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글·사진/ 편슬기 기자

박찬정  bj402@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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