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이 매달 최고치를 갱신하며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국 청년실업률은 지난 3월, 11.8%를 기록하며 1999년 이후로 17년 만에 최고 실업률을 나타냈다. 따뜻한 봄바람에도 가실 줄 모르는 취업시장의 한파에 장애인 청년들은 설 곳을 잃고 더욱 작아져만 간다. 그러나 이런 고난 속에서도 장애청년들의 경제적인 자립과 사회로의 발돋움을 돕는 기업이 있다. 바로 ‘(주)아주 건강한 속삭임’이다.

작은 새싹이 어느새 큰 나무로
(주)아주 건강한 속삭임은 서울시교육청에서 학력인정을 받은 위탁형 대안학교에서 나온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교육과 문화·예술, 직업의 트라이앵글을 구성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과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 그리고 직업을 갖춰 최종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끔 다양한 방면에서 도우려다보니 안정적인 후원과 정당한 수익으로부터 나오는 퀄리티 있는 커리큘럼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단순히 학교에서 책상 앞에 앉아 이론적인 수업만을 들을게 아니라 전문 강사 혹은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연계해 직업체험을 해보고 실습도 받을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을 기반으로 해 최종적으로 자립까지 가능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하는 강소영 이사의 생각들은 차츰 시간이 지나 구체적인 모습을 띄게 됐고 ‘(주)아주 건강한 속삭임’이라는 사회적 기업의 형태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맛있고 알찬 사업, 건강한 아삭
재단법인 청소년과 사람 사랑을 모기업으로 청소년 건전 육성이라는 설립 목적을 이어받아 2009년에 출번한 사업단은 그 후 2년이 지나 분리 독립을 거쳐 사회적 서비스형의 기업으로 새로 출발했다.
‘(주)아주 건강한 속삭임’에는 교육시킨 아이들에게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게끔 런치박스, 케이터링 등 푸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아삭과 직업체험과 카페운영을 동시에 담당하는 꿈너머 카페가 있다. 이중 도시락 사업인 아삭이 가장 먼저 구상됐는데 도시락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급식 때문이다.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외부에서 제공되는 식사가 양도 적고, 품질도 그다지 좋지 못한 점을 보며 적어도 밥만큼은 맛있고 건강하게, 원하는 대로 양껏 먹어야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에 직접 도시락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조리사 한명으로 시작한 아삭은 현재 조리사, 영업사원, 배송사원, 아르바이트까지 9명이 근무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게다가 대안학교를 졸업한 장애 청년들이 이곳 아삭에서 근무하면서 교육-취직으로 이어지는 훌륭한 WIN-WIN이 이뤄지고 있다. 아삭은 중간 업체를 제외해 유통에 드는 마진을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통한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가격과 좋은 품질이 자랑이다. 메인 메뉴부터 과일, 음료수 등 에피타이저가 완벽히 갖춰진 아삭의 도시락은 소풍이나 현장학습을 가는 학교 외에도 세미나나 토론회를 진행하는 공기업이 애용하고 있다.
아울러 아삭은 도시락의 유통과 판매만을 담당하고 제조와 유통만을 담당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 ‘곰아저씨FNB’가 출범해 정식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향긋한 커피향과 함께 꿈 너머로
이렇게 아삭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꿈너머 카페’로 향한다. 꿈너머 카페는 카페로서의 휴식 공간 이외에도 장애청소년들, 취약계층의 교육공간과 자립을 돕는 직업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 제공되는 직업체험 학교는 교육에 깊이가 없고 전문성도 부족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같은 눈높이에 맞춰 가려운 곳을 바로 긁어주는 맞춤형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뻔뻔(FUN-FUN)한 잡월드’라는 이름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은 방송국 진행 체험을 비롯해 여러 직업 관련 체험이 가능하며 아삭에서 전문적으로 직업 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체험 가이드 스텝으로 참여해 특수학급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체험 가이드 스텝에겐 제공하는 노동에 걸 맞는 수당이 지급된다. 이렇게 꿈너머 카페에서 제공하는 직업체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정하고 실제로 꿈을 이룬 장애 청년들도 있었다. 방송국 진행 체험으로 방송과 관계 된 직업을 꿈으로 삼은 어느 학생부터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일하게 된 청년까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교육자로서 실로 뿌듯한 순간이다.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 꾸준히 연락을 지속하며 떡볶이와 순대 등 먹을 것을 바리바리 사들고 학교를 방문한다는 훈훈한 미담도 들을 수 있었다. 직업체험 외에도 학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자연생태 체험과, 주제별 테마여행 프로그램과 같은 현장체험 학습, 문화 학습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아주 건강한 속삭임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교육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아이들의 수준에 맞춘 전문적인 교재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그래서 사업 개발비를 지원 받아 다음은 출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나의 사업에서 시작해 가지를 뻗어나가며 교육 프랜차이즈 형태의 사회적 기업을 출범시키고 대안학교의 장애인 학생들을 일정 비율 취직시키는 사회적인 환원을 목표하고 있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 나가는 개척정신
민간 기업에서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게 된 배경에 대해 강소영 이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스템들은 원활하고 유기적인 소통이 불가능하고 그런 통합적인 시스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질적인 케이스를 관리하기보다는 모든 기관이 양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며 “한 아이가 완전하게 자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렇게 할 예산도 부족하거니와 지원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많아서 그저 어떻게든 수를 채우려는 프로그램이 산재해 있죠. 그렇게 교육해서는 자립은커녕 떠돌고 떠돌다 결국 집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거나 그나마 장애가 약한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취업하는 복불복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 구조로는 장애청소년과 취약계층에 속한 이들이 경제적인 자립을 ‘제대로’ 이루기는 불가능하기에 민간기업 차원에서 직접 나서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길이 없으면 직접 만들어 낸다는 개척정신 덕에 많은 아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시스템의 조건을 갖춰가고 있으며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6-70% 학생들이 만족하며 사회적 기업이 제공하는 교육 시스템을 누리고 있다.

장애는 보호하기 보단 함께 걸어 나가야
아주 건강한 속삭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장애청소년들의 완전한 자립뿐만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사회라는 커다란 톱니바퀴를 돌아가게 만드는 중요한 일원으로서의 완성이다.
장애를 감싸고 보호하기보다는 꾸준한 교육과 관심을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강소영 이사는 장애인이라는 단어에서 장애를 먼저보기보다는 사람 人(인)을 먼저 봐야한다고 말한다. 온실 속 화초보다는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고통과 힘듦을 감내할 줄 알아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독립이 가능하다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안쓰러움에 당장 안아주고 위로하기보다는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함께 달려간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는 대신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준다. 그것이 ‘(주)아주 건강한 속삭임’이 그리는 우리 사회의 이상향적인 모습이다. 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나가는 사회적 기업이 우리 사회 곳곳에 뿌려 놓은 씨앗들은 곧 싹을 틔우고 튼튼한 기둥을 뻗을 큰 나무로 자랄 것이다. 나무들이 모여 크고 푸른 숲을 이루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그곳으로의 여정을 함께 응원하고 싶다.
글/ 편슬기 기자
사진/ (주)아주 건강한 속삭임

이유정  jenny1804@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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