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명이 만개하는 계절을 지나 푸릇한 나무들로 가득한 6월이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계절.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시간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일 수 있다. 연세대학교 미디어봉사동아리 리듬오브호프는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통해 모금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따뜻한 청년들이 전하는 희망의 물결 이야기. 리듬오브호프를 만났다.

연세대의 희망의 물결
연세대학교의 ‘희망의 물결’을 뜻하는 Rhythm of Hope(이하 리듬)는 사회 소외계층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영상에 담아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는 미디어봉사동아리로 뉴솔루션과 구세군자선냄비본부와 함께 시작했다. 올해로 3년째, 리듬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기관단체에서 지원금을 받아 영상과 음악을 제작하는 재능기부 봉사활동으로 지원받은 사례를 검토하고 제작팀을 꾸려 사례자분들을 만나 뵙고 촬영을 시작한다. 각종 편집을 거친 영상을 기관에 제공하면 네이버 해피빈 페이지에 올라가고 모금이 시작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금액이 부족할 시 콘텐츠를 리메이크해 제작에 들어가는 사후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이찬귀 회장은 “사례자분들을 만나 우리들의 작은 재능을 정성스레 녹여 제작한 콘텐츠들이 그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듯하죠”라고 말했다.

리듬으로 희망의 멜로디가 퍼지길
콘텐츠는 수개월에 걸쳐 제작과 모금활동으로 진행된다. 말이 쉬워 짧은 영상이지 이를 위해서는 사례자분들과 만나기 위한 준비와 그들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영상 촬영과 편집을 해야 한다. 그들의 모습과 현실을 제대로 느껴야 그 감정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기간은 한달에서 삼개월정도 걸리고, 모금활동은 두달에서 세달정도 진행된다.
이찬귀 회장은 “봉사 일정을 잡다보면 학생의 신분으로 제약되는 부분이 많아요. 시간적인 부분이 가장 커요. 제작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봉사활동을 해요. 동아리원들 모두 그렇게 하고 있고요. 그래도 감사하다며 손을 잡아주시는 사례자분들을 잊지 못해서 모두들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재능기부를 통해 저도 함께 성장 했어요
리듬의 연례행사 중 가장 중요한 행사는 바로 부원 모집이다. 손이 많이 필요한 미디어봉사의 특성상 새로운 동아리 부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리듬 또한 신입생을 모집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미디어봉사동아리라는 특성 때문에 부담을 갖고 걱정스럽게 문의한다고 말했다. 리듬은 전공이나 학번에 상관없이 봉사에 뜻이 있는 분들은 모두 환영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봉사의 기부와 실천을 확산하고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활동을 시작했고, 동아리 내에서도 재능기부가 이뤄진다고 전했다.
세미나 형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거치며,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학생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찬귀 회장은 “재능이 있는 친구들만 모이면 소규모 활동으로 진행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우리 동아리의 설립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봉사를 하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학생들 간에도 재능기부를 하고 있어요. 잘하는 친구들이 미숙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서로 상생하고 있는 격이죠”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 또한 다른 학우에게 재능기부를 받아 또 다른 기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파트는 작곡분야인데, 처음부터 잘하지 않았어요. 학우들의 도움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진심으로 봉사에 임하는 청년들
리듬 활동을 하는 청년들은 ‘즐거워서 재능기부 봉사에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한 번 경험하고는 활동을 포기하기도 하고, 자연스레 나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보상에 관계없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캠페인이 마무리 되고, 기부금액이 소외계층에 전달될 때마다 큰 성취감을 얻는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미디어봉사동아리는 시간적 할애가 큰 활동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부담이 큰 활동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고 봉사에 임한다. “대학교 2학년만 되도 자격증, 취업준비로 바쁘잖아요. 그런데도 시간을 쪼개서 꼭 활동에 참여하려는 친구들이 있어요. 저도 이제 3학년 재학중인데 활동은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저 말고도 모든 친구들이 꾸준히 활동을 해줘요. 시험기간이나 개인시간을 보내는게 중요한 시기에 날짜가 맞으면 항상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회장으로서 참 고맙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다양한 캠페인으로 이웃에게 도움을
리듬은 주로 구세군 자선냄비와 뉴솔루션, MBN과 근육병협회인 잔디네 등에서 어려움에 처해있는 소외계층을 발견하고, 단체에서 지원을 받아 캠페인을 진행한다.
주로 네이버 해피빈에서 모금활동을 하며, 카카오 ‘같이가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홈페이지와 네이버 블로그에서 사례자를 소개하면서 캠페인을 홍보하는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특히 캠페인이 시작되면 사례자분들의 연락이 많이 온다. 기관이나 개인연락처로 연락을 주시는데 언제쯤 모금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궁금해 하신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많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리듬의 봉사활동은 소외계층의 삶 속 깊숙한 본질적인 금전 문제를 도와드리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찬귀 회장은 많은 소외계층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모금이 진행중인 한 사연을 이야기했다. “얼마 전 촬영을 나갔습니다. 선천성 뇌동정맥기형과 싸우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친구는 만 여편이 넘어가는 시와 수십권의 노트를 빼곡하게 채운 에세이를 갖고 있는 13살 여자아이입니다. 인공호흡기에 숨결을 맡긴 채 호흡하며 영양분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13년간의 긴 투쟁으로  뇌사직전의 상태에 놓였고, 딸아이를 살리기 위해 매일 힘겹게 트럭운전을 하시는 아버지와 동생을 위해 대학을 포기해야했던 오빠, 오랜 간병으로 위병과 간경화가 찾아온 어머니 그리고 그런 가족을 보며 너무나도 괴로워했던 따뜻한 마음씨의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병원비가 부족해 저렴한 약으로만 대체하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이에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 슬퍼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모금활동에 참여하길 바랬습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재능기부가 이들의 삶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소외계층이 서로 각기 다른 가슴 아픈 사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례자가 소중하고, 가슴이 아프다.

기부문화 인식이 바뀌어야…
이찬귀 회장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말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캠페인이 있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작년 고려대 구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 캠페인 중간에 사례자분께서 자살하는 일이 있었어요. 돌아가셨기 때문에 모금활동은 중단됐고, 남은 가족분들께 모금활동에서 모인 금액을 전달해드렸습니다. 유가족분들은 아직도 많은 병원비가 밀려있다고 한탄하셨어요, 그분은 행사진행자 직업을 갖고 계셨고, ‘마르팡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거동도 전혀 못하셨어요. 저희도 촬영하면서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너무 안타까웠고 힘들었습니다. 저희의 안타까운 마음이 영상에 전달됐는지 중간에 중단된 캠페인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금액이 모금됐고, 영상 또한 대·내외적으로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회자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렇듯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돌발 상황이 생기거나 이해되지 않는 환경을 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도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사는게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는 “저희는 총 15개에서 20개의 캠페인을 제작했고, 기부금액은 약 2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느껴지는 모금의 편중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어린 친구의 사례일수록 모금이 잘되고, 아동이나 노인분들이 사례의 비중도 높습니다. 중·장년층은 모금이 적은데, 이런 모습은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금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합니다”고 전했다.
“사실 매 사례가 마무리 돼서 모금을 시작할 때가 가장 보람차고 행복해요. 행복하다는 표현이 참 아이러니 하지만 사례자분들은 저희를 믿고, 모금을 믿고 하나의 희망을 잡고 기다리시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모금을 대하는 태도가 어려웠어요. 우리의 만족으로만 활동을 하기에는 이 모금활동이 사례자분들에게는 하나의 삶이 시작되는 변환점이 된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거든요. 하지만 이런 이유가 저희 동아리 부원들의 봉사활동을 매순간 진지한 자세로 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라고 말했다.
보람차다는 말이 역설적이라는 그는 “봉사를 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하는 점이 활동 후에 누군가를 도왔다는 사실이 자기만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꾸준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봉사활동과 다르게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활동한다는 리듬오브호프. 자신이 현재 위치에서 베풀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이들은 무엇보다 아름답게 청춘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글/ 박찬정 기자·사진/ 리듬오브호프

이유정  jenny1804@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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