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하게 들어찬 회색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 유일하게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득 찬 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어릴 적 들었던 동화 속 세상도, 꿈과 현실사이 경계선에 놓인 어느 이름 모를 세계도 아니다. 초록색 생기 가득한 수풀과 가지를 곱게 뻗은 나무들이 우거지고 하얀 장미조팝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도심 속 작은 정원은 어반비즈서울(Urban Bees Seoul)의 꿈을 세계로 널리 퍼트리기 위한 꿀내음 가득한 아지트(Agit)다.

무서워 하지마세요 해치지 않아요
벌,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침이다. 찔리면 아프고, 붓는다. 길을 걷다 주위에 벌이라도 맴돌면 깜짝 놀라 파닥거리는 닭처럼 팔을 마구 흔들지는 않았는가? 아니면 혹여나 벌의 심기를 건드릴까 벌의 눈치를 살피며 눈을 도록도록 굴리지 않았는가? 이제 그런 과거와는 쿨~하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벌이 무섭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벌에 대한 진실을 차근차근 파헤쳐보자.
먼저, 벌은 자신의 목숨을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아닌 이상 쉽게 침을 쏘지 않는다. 벌은 보통 침을 한번 쏘게 되면 생명을 다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의 몸이 작디작은 벌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점을 잊지 말도록 하자. 아무리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벌은 그것을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벌이 주변을 맴돈다면 무리하게 쫓아내기보다는 천천히 피하거나 바닥에 낮은 자세로 엎드려라 벌은 곧 제 할 일을 하러 멀리 날아가 버릴 것이다.
 
 

벌과 사람이 공생하는 세상을 위해
앞서 짤막하게 벌 보호 캠페인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바로 오늘 ‘도시 양봉’이라는 특별한 아이템으로 우리 사회를 널리 이롭게 하고 있는 ‘어반비즈서울’의 박진 대표를 만났기 때문이다. 어반비즈서울은 도시 양봉을 통해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벌들의 개체 수 증진과 도시환경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더불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꿀벌의 중요성과 가치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에 힘쓰고 두고 있는 소셜 벤쳐다.
2013년에 사업을 시작했다는 박진 대표는 사업의 시작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지만, 일단 ‘필요’하니까 시작 하게 됐습니다”라며 소리 높여 말했다. 이어 “그리고 이런 환경이나 생태문제에 대해 실제로 관심이 굉장히 많았고요, 그러다보니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인 기업의 형태를 생각하게 됐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박진 대표의 아들 또한 환경문제를 생각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양봉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갖고 있는 박진 대표의 아들은 아직 4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란 단어를 곧잘 말하곤 했다. 아무것도 모를 나이의 아들이 미세먼지를 아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박진 대표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내 아이, 우리 후손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시발점이 돼 탄생하게 된 것이 어반비즈서울이다.
어반비즈서울은 환경보호의 형태를 띠고 있다. 헌 가구를 리폼해 폐목재를 줄이는 법,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재활용하거나 청소와 같은 정화운동을 펼쳐 환경을 보호하는 직접적인 방법 등 사실 환경보호를 위한 사회공헌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박진 대표가 환경보호를 위해 양봉이라는 독특한 아이템을 선택한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양봉하면 ‘꿀’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해서다. 양봉이라고 하면 벌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꿀을 먼저 떠올리고, 꿀을 얻기 위해서 꿀벌을 키운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꿀보다는 꿀벌들이 꿀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발생하게 되는 내부효과의 파급력이 훨씬 더 굉장하다. 그로인해 벌어들이게 되는 경제적인 효과는 더더욱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생물 다양성 과학기구(IPBES)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벌과 나비 등이 꽃가루를 운반하는 수분(受粉) 활동의 경제적 효과를 돈으로 환산한 결과 약 726조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박진 대표는 이에 초점을 두고 벌로써 지구 환경을 지키는 양봉을 선택한 것이다.

10만 도시양봉가 양성을 목표로!
도시에서 양봉이라니 굉장히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환경’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도시도 시골만큼 벌들이 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시골의 경우 벌을 노리는 사마귀, 다양한 조류 등 천적의 수도 도시에 비해 월등하게 많으며 농작물 보호를 위해 살포하는 농약이 벌들의 개체 수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게다가 벌들은 온도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인데 시골의 경우 온도차가 심하지만 도시는 높은 빌딩숲과 자동차들의 열기로 인해 시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벌들이 안정적이고 더 길게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대신 시골에 비해 꽃과 나무 같은 식물이 적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반비즈서울은 도심 곳곳에 꿀벌을 위한 생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릴라 이벤트 ‘밀림밀회’를 동시에 진행 중에 있어 이벤트를 점차 진행함에 따라 그런 걱정은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벌을 양봉하는데 있어 도시는 시골과는 구별되는 강점을 여럿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벌들이 자연증식 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므로 벌의 개체수가 순조롭게 증가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어반비즈서울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도심 양봉가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10만 명의 도시양봉가 양성을 또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다. 성별불문 나이불문! 남녀노소 양봉에 관심이 있거나 도시환경 개선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본 프로그램에서는 꿀벌의 상태와 습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양봉을 통해 꿀을 얻는 방법과 꿀벌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보통 수업을 들으러 오는 수강생들은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며 양봉을 통한 사업을 준비하는 장년층, 이들에 비해 소수이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직접 만들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 도시 양봉을 하나의 취미나 문화로 생각하는 얼리어답터 형 젊은층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어반비즈서울은 교육을 통해 순차적으로 수료생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린친구들을 대상으로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박진 대표는 이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꿀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 시작한 사업인 만큼 장차 나라를 이끌어갈 새싹들이 교육을 통해 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을 느낀다고. 가장 최근에 진행한 행사 달콤한 봄:비(Bee)에서는 6세 이상 12세 이하의 어린이를 포함한 30가족을 선착순으로 모집해 꿀벌이 좋아하는 밀원식물(나무)심기와 씨앗폭탄 만들기, 꿀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교육 이외에도 어반비즈서울은 비정기적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활동을 통해 달콤한 꿀통을 널리 운반하고 있다. 도시양봉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생겼다면 수시로 어반비즈서울 홈페이지(www.urbanbeesseoul. com)를 참고해보자.

“Do you like honey?”
벌의 개체 수 증진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살기 좋은 환경을 구성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양봉이지만, 꿀과 밀랍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국내 양봉산업의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 4061억 원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벌꿀 아이스크림, 벌꿀 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식용이 가능한 꿀과 천연 밀랍으로 만들 수 있는 양초, 밀랍을 사용해 아름다운 꽃을 만드는 밀랍공예, 꿀을 첨가한 천연 화장품 등 양봉을 통해 얻어지는 꿀과 밀랍은 수익원으로서의 가치가 상당하다. 현재 어반비즈서울에서 관리중인 양봉장은 명동에 위치한 유네스코 회관 옥상과 서울 은평구의 타요 도시양봉장을 포함해 11개소가 있으며 이곳에서 총 200개의 벌통을 관리 중에 있다. 당연히 꿀과 밀랍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다. 아직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판매하고 있지는 않지만 홈페이지 메뉴에는 엄연히 샵(shop) 메뉴가 자리하고 있다. 박진 대표는 샵을 열게 되면 꿀과 밀랍을 팔아 만들어지는 수익으로 첫 번째 목표인 벌의 개체 수 증진을 돕고 아울러 장애인과 같은 소외계층에 있는 이들을 고용해 환경보호와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진대표는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일본과 영국 등지에서도 도심양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국내에서만 한정되지 않고 해외로 뻗어나가는 어반비즈서울과 도심양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꿀벌이 식물 번식의 80%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그 역할이 지대한 만큼 꿀벌이 멸종된다면 4년 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과거 50년 동안 벌의 개체 수는 37%가 감소했으며 일부 유럽 지역에서는 40% 이상의 벌이 생존위협을 받고 있다. 벌의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도시양봉가를 육성하고 꿀벌을 보호하는 일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지향돼야 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현재 어반비즈서울은 양봉이 이뤄지고 있는 지점을 노란 벌통 아이콘으로 지도에 표시하는 양봉지도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샛노란 벌통이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지만 언젠가 벌통으로 가득 차 샛노랗게 물드는 그날 인류는 멸망(?)의 공포를 한시름 덜게 되지 않을까? 작은 물줄기가 모여 바다를 이루듯 한 마리 한 마리의 꿀벌들이 한층 더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거기에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한 몫 든든히 할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어반비즈서울과 꿀벌들의 부지런한 날갯짓은 앞으로도 쭉 계속 되리라.
글/ 편슬기 기자·사진/ 어반비즈서울

이유정  jenny1804@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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