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서 재정적 여건을 충족했다면 이젠 노후를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여가 생활’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여가(餘暇)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기충전, 휴식을 겸한 다양한 취미활동이 포함되는 경제 활동 이외의 시간으로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4년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72%가 이렇다 할 취미생활 없이 노후의 시간들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무기력한 상황이 지속되면 자칫하다간 노인우울증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를 맞이한 지금,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인 노후를 그저 TV시청과 화투로 흘려보내기에는 세상에는 보다 재미있고 적은 비용으로 자기 계발까지 가능한 다양한 여가 생활이 존재하고 있다. 이왕 쉬는 거 더 재미나게 쉴 수는 없을까?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들어는 보았나? 복지관 바둑교실
3월에 있었던 바둑의 신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을 기억할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동네 주변에서 바둑학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바둑은 사랑받던 국민 게임 중 하나였다. 조훈현-이창호-이세돌의 계보를 거쳐 내려온 한국바둑은 그야말로 세계를 호령하는 최강의 자리를 오랜 세월 동안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1위 자리를 중국에게 빼앗기며 최근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바둑을 기적적으로 기사회생시킨 것이 바로 이세돌 대 알파고의 5번기다.
단순한 이벤트성으로 시작된 대국은 국민 초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바둑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흐름을 타고 전국 기원과 바둑학원에는 수강문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복지관이나 문화센터의 경우는 바둑교실을 열어 어르신과 동네주민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바둑은 흑돌과 백돌을 번갈아 두며 나의 집을 두텁게 하고 상대방의 집을 무너트리는 게임으로 흔히 집중력향상과 두뇌발달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바둑이 어르신들에게 좋은 이유는 바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두뇌를 자주 사용해서 뇌를 자극 할수록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고 판단력, 작업기억, 주의력 등 다양한 두뇌능력을 요구해 뇌를 자극하는데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주변에 바둑교실을 운영하는 복지관이 없다면 도서관을 찾아가보자. 기초부터 고단자까지 다양한 수준에 맞춘 책 너머에서 명인이 신의 한 수로 이르는 여정을 안내할 것이다. 게다가 바둑판과 바둑알 세트는 1만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에 부담이 없어 집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으니 저비용 고효율의 여가 생활이 아닐 수 없다.

 

만인의 취미 독서, 그리고 토론
자기계발서, 소설, 수필, 시 등 동서고금의 지식을 총망라한 독서 또한 좋은 여가생활이 될 것이다. 책을 꾸준히 구매하기에는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부담이 되니 근처 도서관이나 혹은 경로당, 그것도 아니면 근처 공원을 한번 찾아가보는 것도 좋다. 참고로 지하철 휴식공간에도 제법 다양한 책들이 비치돼 있다. 최근 어르신들의 문화생활과 지식함양을 위해 각 지자체, 단체 등이 관련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어 책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고 마음의 양식을 쌓는데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3년째 탑마을이동도서관을 운영,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공간 중 하나인 탑골공원 앞으로 미니트럭에 1000여권의 책을 싣고 직접 찾아가 어르신들의 독서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독서프로그램을 추진해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토의를 통해 쓰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사고력을 증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한노인회도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경로당에 도서와 책을 비치할 책장을 보급하는데 앞장서며 독서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신문이나 잡지 등 독서를 취미로 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기억력 장애가 30~50% 가량 높다고 하니 바둑이나 장기와 같은 두뇌게임이 어렵다면 대신 독서를 하는 것도 치매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독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안으로 시력이 저하돼 작은 글씨의 책을 부담스러워 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다행히 보건소나 동사무소에서 돋보기를 구매할 여유가 안되는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로 돋보기를 대여해주기도 하며 출판사에서 내놓은 글자 크기가 큰 책들을 비치해놓은 도서관도 있으니 사전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요 뜻이 있는 곳에 길 또한 있다. 독서를 통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접하고 상상하면서 마음의 양식을 단단하게 쌓아보자.

 

노후준비에 대한 정보제공 ‘활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몸의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건강한 정신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신체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노년기에는 체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꾸준한 운동이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동네 산책과 같은 걷기운동은 단조로움에 쉽게 질릴 수 있으며 그렇다고 등산을 하기에는 지나치게 격렬한 강도에 몸에 무리가 오기 십상이다. 이럴 땐 적당히 땀도 흘리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사교의 장을 꽃피울 수 있는 리듬댄스만한  운동이 없다.
형식이 자유롭고 장소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아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규칙적인 신체활동으로 몸의 유연성과 근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춤을 구성하는 스텝과 동작들을 암기하면서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건강한 몸과 정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좋은 운동 중 하나다. 박자에 따라 왈츠(waltz), 탱고(tango), 폭스트롯(fox trot) 등을 들 수 있다.
왈츠는 가장 분위기 있는 스탠다드 댄스로 낭만을 강조하는 리듬댄스다. 탱고의 경우는 감각적이고 정열적인 춤사위를 자랑하며 폭스트롯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춤사위가 특징이다. 리듬 댄스는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므로 취향을 고려해 본인의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을 정하는 것도 좋다. 수강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듬댄스 교실을 다양한 복지관과 문화센터에서 운영 중에 있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 저렴한 비용 혹은 무료로 어르신들에게 수업을 제공해 부담 없이 고풍스러운 취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리듬댄스 수업으로 노년기에 체력 관리는 물론 동년배의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만남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글/ 편슬기 기자·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