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월 건양대(충남 논산 소재) 시니어인터넷 방송 개국 세미나에서였다. 세미나를 마치고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탑정리'저수지에 자리를 잡는 동안 한 노년의 멋진 신사는 줄곧 저수지를 촬영하고 있었고 또 한 분의 아름다운 여성은 붕어탕에 소주잔을 돌리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선생님 뭘 찍으시는 거에요?”
“그냥 물결도 잔잔하고 경치도 너무 예뻐서 동영상 찍는 거에요.”

인터넷 신문 실버넷을 통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장명자씨(오른쪽)와 이상설씨

 
사진과 관련된 경력이 40년을 넘었고 왠 만한 동영상 편집은 다하실 줄 안다는 이상설기자(75세)의 말에 갓 동영상을 배우고 있는 나는 부끄러웠고 또 부러웠다. 그 날 술자리에 참석한 10여명에게 한명도 빠짐없이 술잔을 돌리는 소탈한 장명자 기자(67세)역시 젊으셨을 때 한 인기 하셨을법한 외모를 자랑했다. 현재 이들은 실버넷(www.silvernews.or.k)이라는 인터넷신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실버넷은 실버세대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인터넷신문으로 현재 5기까지 총 106명의 기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실버세대를 대변하고 세대간 열린 소통과 공감대를 넓히는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 실버스타 두 번째 시간 오늘은 열정적으로 살을 살아가는 두 분을 만나보자!

△실버넷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와 활동하시면서 어떤 부분이 좋으세요?

(장명자씨 이후 '장') 처음에는 손주들과 친해지고 싶어 컴퓨터무료교육에 참여했다가 실버넷을 알게 됐고 활동하면서 많은, 다양한 인연을 만나면서 제 자신이 넓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늘 새 삶 같아요.
(이상설씨 이후 '이') 정보문화진흥원 배움나라에서 지인을 통해 참여하게 됐는데 뭔가 공부하고 배울 수 있고 우리들 세대의 진정한 활동무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버넷 안에서나 밖에서 두 분의 활동을 '세트플레이' 나아가 오누이 같은 '콤비'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 취재를 하다보면 행사에 집중하면서 글 쓰는 거하고 사진 찍는 걸 동시에 하기가 번거롭더군요. 이상설기자님의 배려로 2년 동안 함께 했는데 너무 좋습니다.
(이) 장 기자님의 '사부곡(장명자기자님이 얼마전 돌아가신 남편을 위해 쓰신 글)'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글을 참 잘 쓰시고…, 저는 사진을 오랫동안 찍었고 일종의 역할분담이죠. 다른 분과도 해봤지만 장 기자님과 잘 맞아…, 고맙지!

△기자활동하면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 주변 사람들 반응이 어떠세요?

(이) 사람들은 돈도 안나오는데 그거 힘들지 않냐고 하는 이들도 있어요. 그래도 보람도 있고 너무나 즐거워요. 내 나이가 75인데 한참 젊어 보인다는 얘기도 듣고. 일해서 젊은 거겠지. 카메라 들고 열심히 취재 다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격려, 응원도 해주고.

△취재소재는 어디서 얻고 취재 노하우는요? 우리만의 차별화 취재포인트가 있다면?

(장) 대한은퇴자협회 등 각종 모임이나 신문 등에서 행사 정보를 얻고,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지인들이 정보를 주기도 해요. 이 기자님도 젊어서 5년 넘게 기자생활 하셨지만 저도 기독교월간잡지에서 10년 기자생활 했는데 도움이 되더군요. 다른 기자분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IT, 유비쿼터스 등도 공부하면서 취재했죠.

△그동안 활동하시면서 에피소드가 많으실 텐데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장) 헤이그특사 100주년 기념행사도 기억나고, 은퇴자프로그램 홍보세미나에서 실버세대를 대변해 허와 실(고비용, 기후, 외로움, 골프, 언어소통, 현지처 등)을 지적해 많은 호응을 받았던 게 기억이 나요. KBS방송, 신문, 인터넷에 나와서 사람들이 알아보기도 해요.
(이) 타악뮤지컬인 '야단법석'을 기자 신분으로 보게 됐는데 재밌어서 동료기자와 많은 분들께 보여주고 싶어 동영상 찍다가 제지당한 적이 있었어요. 그게 갑자기 떠오르지?(웃음)    

△앞으로 기자로서, 혹은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장) 인연을 너머 천륜의 행복, 추억을 가져다 준 남편에게 7편의 글(사부곡)을 썼어요. 책을 내고 싶어요. 또 숲 해설사 하려고 나무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메모하고 있어요. 숲에서 깨끗한 공기 마시며 건강도 챙기고 아이들, 다른 세대들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 대한은퇴자협회에서 올해로 HERO시상 4회째를 맞던데, 그동안의 1∼4회 수상자를 만나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취재하고 싶어요. 쉽진 않겠지만 기획기사 쓰고 싶어요.

△실버세대분들과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요?

(장)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스스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늙었다고 하니까 외롭고 쓸모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뜻깊은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 야단칠 때도 우리 젊었을 때 생각하면 이해못 할 것도 없고 무조건 노인이라는 이유로 대접받으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마음의 문을 열어보세요. 젊은 친구들도 '역지사지'를 생각해서 우리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우리 며느리와 종종 청계천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면서 즐기는데요 서로 노력하기 나름입니다.
(이) 추잡한 노인은 되지 말자. 가끔 지하철을 타거나 하면 술도 과하고 냄새도 풍기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지 말고 곱게, 아름답게 나이 들자는 얘기지. 무엇이든지 정성과 노력을 다하면 뭐든지 되지 않겠어요?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살아오신 삶은 역시 두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족을 위한 희생과 상처를 딛고 이제는 노년기에 접어든 실버세대들이 두 분처럼 좀 더 건강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삶을 꾸리고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객원기자 조한종(www.blog.naver.com/sukwha73)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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