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기사랑나눔회 강명순 대표

 아주 오랜만에 15살 아이를 만났다. 오토바이를 각각 다른 동네에서 두 번이나 훔치다가 드디어 경찰에 붙잡혀 재판을 받고 보호감찰 2년을 선고 받았다고 한다. 열심히 도망다니다가 여러번 아버지와 사회복지사들의 걱정을 끼치게 한 아이다. 그 아이는 7살 때 만나서 초등학교까지 참 힘들게 졸업하고 중학교를 갔는데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말았다.

그림도 잘그리고 마음도 따뜻하고 무엇보다 씽긋 웃는 모습이 참 귀여운 아이였다. 캠프를 갔을 때 빗자루를 거꾸로 쥐고 기타를 치기도하고 다같이 손잡고 노래를 하다가도 그 마음에 감동을 받으면 눈물을 흘리며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난다는 마음 여린아이였다. 엄마가 너무 일찍 자기곁을 떠났기에 자기는 엄마가 아주 많이 필요하다가 품속을 파고들며 찌찌를 달라고 하던 아이였다.

늘 한동네에서 말썽꾸러기들의 표적이 되고 도둑질을 시키는 아이들의 심부름꾼이 되어 경기도에서 서울의 쉼터로 보내어 행복한 초등학교를 마쳤고 중학교를 가면서 아빠와 살던 아이는 결국 다시 범죄의 길로 연결되고 말았다.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봤다면서 자포자기 상태에 있는 아이는 초등학교시절 엄마처럼 보살펴주던 생활지도사가 있던 쉼터에서 다시 살고 싶다면서 거목처럼 자라버린 몸둥이를 쉼터에 누이고 마루에서 고단한 잠을 잤다고한다.

쉼터앞을 얼쩡거리던 아이를 붙잡아 쉼터에 잠시 들어오라고 했던 쉼터 실장님은 20대의 젊은 여성인 사회복지사들이 있기에, 거리의 왕자가 된 그 아이가 낮잠을 깨어 일어났을 때 망설이다가 집으로 가라고 보냈단다. 거리의 청소년으로 방황하다 쉼터실장님에게 그 아이는 처음으로 “배 고파요 밥 좀 주세요” 그리고 밥먹고 나서 “ 목욕하면 안돼요?”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결국 오토바이 도둑이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알게 된 중2 여학생의 엄마는 유흥업소에서 일을 한다. 할머니가 성질이날 때마다 “ 더러운 피가 흐르니··· 너도 끼가 있어서 곧 돌아다닐 것이라는···” 저주아닌 비난이 늘 아이의 귓가에 쟁쟁했다고 한다. 아이는 결국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남자도 사귀고 학교를 다니면서 밤이면 홍대 앞에 놀러가느라 어른처럼 노출이 심한 옷을 입기도 하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아이의 방황과 흐느적거림이 결국 그 동네의 어린 남학생들을 밤1시에 만나 술도 먹이고 집에도 안들어가고 놀게되는 무아의 경지로 몰고다니게 되었다. 마을에서는 그 아이에 대해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마을에서 쫓겨나면 술집으로 가는 길만 남아있는 셈이다. 이제 열네살인데도 빨리 시집이나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인 또 다른 아이는 나만 보면 엄마라고 하면서 품속에 달겨든다. 입을 맞추고 목을 숨이 막히도록 끌어 안고 다른아이들은 근접도 못하게 생 난리 소동을 부리는 아이다. 하루는 그아이가 속한 지역아동센터에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특강을 하는 중이었다. 1시간동안 그 아이는 드러누었다 앉았다 몸을 비틀었다가 욕을 하다가 궁시렁 거리다가 도무지 다른 친구들이 집중하여 강의와 분노해소를 위한 공동놀이를 진행할 수 없도록 방해를 했다. 자기자신의 몸과 마음이 주체할 수없어서 자신도 힘들어 하고 있었다. 엄마가 없어 힘들어 했는데 엄마를 아빠 몰래 다시 만나면서 동생도 같이 더 폭력적으로 변해버려 우리 모두가 걱정하는 아이가 되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서 15년동안 지속한 글잔치에서 많은 아이들의 상처가 담긴 글을 일게되었다. 특히“ 엄마가 없는 아이들은 말할 수없는 병에 걸려 힘들어 합니다”라는 글을 접하면서 엄마가 없거나 해체가정에서 사는 청소년들의 힘겨움을 자주 만난다.

전국에 있는 2000개를 넘는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초등학교 아동들이 70-80% 이용한다. 중고생들도 이용하는데 대부분 초등학생이 이용하고 남은 시간이나 공간을 이용해서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도하고 특별활동도 한다. 심지어 선생님들도 너무나 지치고 힘들어 중고생에게 특별한 관심과 진로지도 그리고 사춘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이나 성교육을 제대로 할 수도 없다. 물론 방과 후 아카데미나 청소년들을 위한 독서실 형태의 공부방도 있지만 학교생활이나 대인관계에 부적응하거나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못하고 자란아이들은 2006년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조사에 의하면 26.9%가 정서불안, 26.5%는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우울증이나 주의집중력 장애(ADHD)등도 포함되어 있다.

더구나 자존감이 낮아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의존적이거나 정체감의 부족으로 힘든 아동들도 10.4% 에 이르렀다. 많은 청소년들이 경계선상에 있어서 청소년고유의 전용 공간과 청소년을 위한 특별한 청소년 복지 지원체계가 있어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길을 바르게 걸어갈 수 있어야한다. 얼마전 1318 행복지대(Happy Zone) 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를 하고 싶어하는 교사들이 무려 424명에 이르렀고, 20개의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인 1318 행복지대 (Happy Zone) 모델구축 사업을 수행하기위한 프로젝트 신청자가 150명이었다는 사실을 숙지한다면 앞에서 열거한 사례만큼이나 힘겨운 많은 청소년을 위해서 빈곤지역의 청소년 복지지원체계로써의 청소년 전용 지역아동센터의 확장이 시급함을 알 수있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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