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의 손보다 더 오랜 시간을 맞닿아 있는 존재가 있다. 바로 기저귀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기의 특성상 짧게는 18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24시간 내내 기저귀를 착용할 수밖에 없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아기가 기저귀를 떼기까지는 약 5000여개의 일회용기저귀가 소모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 사용하고 버려진 기저귀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일회용 기저귀의 역사
오늘날 아주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기저귀. 일회용기저귀의 역사는 사실 그리 길지 않다. 1936년에 한 제지회사에서 종이 패드를 고무밴드 팬티 안에 넣은 일회용 기저귀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46년에 미국의 가정주부인 마리온 도노번이 샤워커튼을 사용해 만든 일회용 기저귀를 모태로 완성품인 일회용 기저귀 ‘보터’가 3년이 지나 출시됐다. 보터는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으며 회사는 막대한 수익금을 벌어들였다.
당시 일회용기저귀는 가사와 육아에 지친 여성들에게 있어 거의 구원과도 같은 존재였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아이들에게 천기저귀를 입혔는데 아기들의 대소변이 묻은 천기저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빨고, 삶고, 말리고 하는 과정의 반복은 그렇지 않아도 많은 가사노동에 짐을 더하고 있었다. 일회용기저귀는 이런 가사노동의 과정을 모두 생략시켰으며 한번 쓰고 버리면 되는 위생적인 면모와 편리함까지 함께 갖추고 있어 현재까지도 애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가지 않으면 안 될 큰 문제가 있다. 일회용기저귀가 자연분해 되기까지는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럼, 70년간 버려진 일회용기저귀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하 깊숙이 매립돼 있을 것이고, 그 기저귀는 몇 백년간 썩지 않고 우리보다 더 긴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환경과 아이를 생각하는 친환경 천기저귀
송지는 천기저귀 판매와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소나무 송에 뜻 지자를 써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처럼 환경보호를 위한 초심을 잃지 않고 뜻을 함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송지의 첫 시작은 국제NGO 생명누리공동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출발했다. 해당 단체가 서울에 본부를 두게 되면서 일자리와 아이들의 건강, 환경과 관련된 일로는 어떤 것이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마침 일회용기저귀가 많이 버려지는 상황을 보며 천기저귀 사업을 생각해냈다. 우선 패밀리사업단 형태로 시작한 송지는 주부들에게 천기저귀사용을 독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다.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천기저귀 사용을 기피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세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따라 가정과 육아에 쏟을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지난 15년간 남성의 가사 참여시간은 고작 15분 증가한 47분에서 맴돌고 있고, 홀로 육아와 가사를 담당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빨고, 말려야하는 천기저귀보다 한번 쓰고 버리면 되는 편리한 일회용기저귀가 선호됐던 것이다.
송지는 그렇다면 우리가 천기저귀 세탁을 대신 해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빨래를 맡아서 대신 해준다면 엄마들이 천기저귀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그렇게 세탁 서비스 제공과 천기저귀 판매를 내세운 송지는 2012년 4월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으며 본격적으로 사회적기업으로서 발돋움 했다. 송지의 직원은 총 17명으로 배송과 수거를 맡는 팀과 천기저귀 세탁과 건조, 포장을 맡는 팀, 그리고 홍보와 각종 사무관리를 도맡아 진행하는 사무팀으로 나눠져 있다. 배송·수거팀은 자활 능력이나 의욕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자활센터에 배송과 수거를 전문으로 맡겨 진행하고 있으며 천기저귀 세탁과 건조,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세탁팀은 다문화여성과 장애인, 고령자로 구성돼 있다. 사무직에도 고령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송지는 환경보호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의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천기저귀 정보 아직 미흡…홍보 위해 달린다
환경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는 특성상 송지는 환경 단체들과 연계가 많이 돼있다. 친환경대전이나, 환경의 날, 지구의 날 등 환경보호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면 송지도 빠짐없이 천기저귀 홍보를 위해 나선다. 베이비 페어나 전시회 등에 참여해 천기저귀에 대해 알리고 사용을 독려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은 천기저귀의 사용빈도가 적은 것보다도 관심이 부족해 천기저귀가 이전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대부분이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회용기저귀가 편리성에 있어 선호되고 있기에 천기저귀에 관심이 없고, 그러다보니 정보가 없고, 정보가 없으니 결국 천기저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과거의 유물로서만 남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적인 인식은 마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일회용기저귀가 있는데 굳이 불편한 천기저귀를 쓰느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 천기저귀가 변모해온 과정을 눈으로 확인한다면 꼭 천기저귀가 불편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실제로 베이비 페어 등을 통해 임산부들이 직접 천기저귀 체험 행사를 참여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 결과 놀라울 정도로 인식이 개선됐다고 한다. 아울러 페이스북, 블로그와 같은 SNS에서 유용한 육아정보와 천기저귀에 대한 정보, 소식 등을 꾸준히 전하고 있다. 또한 송지는 어린이집을 대상으로도 천기저귀 홍보에 나서고 있으며 동시에 세탁장 체험 견학도 진행하고 있다.
막연히 공동세탁이 이뤄진다는 말에 “공동세탁이면 대충 세탁하는 거 아니냐?”라는 고객들의 의견이 종종 제기됐다고 한다. 그러나 송지는 수거부터 세탁, 건조, 배송까지 청결을 염두에 두고 모든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청결에 자신이 있었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송지는 고객들의 의구심을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도록 견학 시스템을 마련했다. 견학을 통해 천기저귀 세탁이 얼마나 깨끗한 공정과 건조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체험 견학에는 어린이집 관계자를 비롯해 환경부 관계자와 서울시 환경 시의원 의회, 박원순 시장도 직접 방문했으며 시민 기자단 등 환경보호에 관심 있는 다양한 단체가 세탁장 체험 견학을 진행했고, 현재도 견학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다.

 

수거부터 배송까지 청결을 우선시하는 시스템
그렇다면 천기저귀를 수거하고 세탁, 다시 배송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은 어떨까? 세탁서비스는 우선 회원제를 통해 진행한다. 보다 세세하게 고객들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송지는  현재 서울시 17개구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수거를 담당하는 직원은 두 개의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하나는 주황색, 다른 하나는 녹색 가방이다. 주황색 가방은 ‘수거 전용’ 가방이다. 공동 세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것이 위생이기에 수거하는 시점부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신중을 기한다. 고객에게 사용한 천기저귀를 보관하는 전용수거함도 별도로 제공하고 있으며 오염 방지를 위해 수거함용 비닐도 지급한다. 이 비닐 또한 생분해용 비닐이라 친환경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녹색 가방에는 세탁을 마친 뽀송뽀송한 새 천기저귀가 곱게 포장돼 있다. 수거를 마치면 고객에게 녹색 가방에서 천기저귀를 꺼내 건넨다. 여기까지가 수거와 배송의 과정이다.
세탁장에 도착하면 주황색 가방에서 수거한 천기저귀들을 꺼낸다. 직원들이 일일이 포장을 풀고 대변기저귀와 소변기저귀를 따로 분류한다. 오염도에 차이가 있는 만큼 세탁도 별도로 진행하며 과정도 당연히 다르다. 세탁시간은 3회에서 4회 가량의 애벌세탁을 포함해 약 2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모되며 최소 5분에서 10분정도 90도의 물에서 삶는 과정도 매번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1차 살균이 끝나면 바로 건조기에서 2차로 90도 이상에서 건조한다. 그리고 3차로 포장실에서 자외선 살균이 철저하게 이뤄진다. 모든 살균과정을 마친 후 포장을 통해 녹색 가방에 담기면 다시 앞의 과정을 반복하며 배송과 수거가 이뤄진다.

전국 천기저귀 사용 30%를 목표로
환경보호를 위한 일을 하다 보니 저절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황영희 대표는 “저희 사업이 단순히 천기저귀 사용을 알리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환경에 대한 인식제고를 통해 생리대나 기저귀를 천으로 바꾸는 등 개인이 자연스레 환경보호를 위해 힘쓰게 만드는, 그런 마중물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첫 번째 포부를 밝혔다. 또한 앞으로 천기저귀 사용 독려와 홍보를 통해 “전국에 1004개의 매장이 만들어져서 브랜드 명을 듣기만 해도 아 천기저귀! 하고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를 위해 정부 정책도 뒷받침이 돼야겠죠.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마음 편히 숨 쉴 수 있는 그런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는 게 저희의 포부입니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환경 보호를 위해 천기저귀 사용은 반드시 독려돼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천기저귀 사용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일회용기저귀를 사용하면서 천기저귀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천기저귀를 여분으로 구입해 함께 사용한다면 환경도 지키고 내 아이의 소중한 건강도 함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글/ 편슬기 기자·사진/ 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