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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_장애인 바가지 미용요금 논란염색 비용이 52만원? 장애인 무시하는 미용실 원장
이유정 기자 | 승인 2016.07.12 13:35
충주의 한 동네 상가 미용실에서 뇌병변장애 1급을 앓고 있는 30대 여성 이씨에 머리 염색과 코팅 시술로 52만원을 결제해 6월 한 달 내내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이씨는 5월 26일 집 부근인 충주시 연수동 모 아파트 상가에서 머리 염색을 했고 10만원 선에서 염색을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미용실 원장은 염색을 마치고 이씨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카드를 가로채 52만원이나 되는 금액을 결제했다. 터무니 없는 요금에 놀란 여성은 취소해달라고 애원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날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장애인 비하 발언까지
이 씨는 그 전에도 몇 번 이 미용실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 했던 대로 10만원 선에서 이씨는 염색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미용실 원장은 이 씨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오늘은 비싼 약품이 많이 들어갔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불안한 마음에 이 씨는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지만 원장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머리 손질만 계속 진행했다.
머리 손질이 끝나고 이 씨가 신용카드를 꺼낸 뒤에야 원장은 머리 값이 52만 원이라고 했다. 놀란 이씨는 “10만원 선에서 해달라고 했는데 왜 52만원인가”라며 카드를 주지 않으려고 하자 원장은 이 씨 손에 있던 카드를 낚아채 본인이 싸인을 하고 결제했다. 이 씨는 “52만 원은 한 달 생활비다. 머리 값으로 다 나가면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취소해 달라고 30여분 동안 매달리다시피 하소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에 억울한 이씨는 경찰과 장애인단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도 이는 말이 안된다며 취소할 것을 요구했지만 원장은 “법대로 하라. 나는 못 준다. 쟤 말을 믿냐? 쟤를 보고도 믿을 수 있냐”하는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결국 “비싼 약품을 써서 커트, 염색, 코팅 등 여러 가지 시술을 했다. 그렇다면 손해를 보고 조금만 받기로 하겠다”며 이 씨와 20만 원에 합의를 봤지만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
 
외로움 많이 타는 순수한 장애인 마음 이용
해당 미용실이 있는 아파트는 저소득층과 장애인, 새터민 가족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씨가 다니는 충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 씨의 피해 사실을 접하고 “문제의 미용실은 서비스 가격표도 붙여놓지 않고 장애인을 상대로 요금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아왔을 뿐 아니라 장애인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이 미용실에서 피해를 본 사례가 최소한 2∼3건 더 있는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고 이 씨 외에도 다른 몇 명 장애인들의 피해 사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밝혀졌다. ‘커피 마시러 놀러오라’는 원장 얘기를 듣고 들렀다 커트비로 10만 원을 지불한 지적 장애인 여성, 머리 손질과 염색에 40만 원을 지불한 또 다른 지적 장애인 여성들을 충주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는 파악했다. 미용실 원장은 주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했다.
심현지 충주장애인 자립생활센터장은 “아무래도 그 지역이 중증장애인이나 새터민들이 많이 사는 저소득층, 임대아파트 내에 상가였기 때문에 그 미용실 원장이 장애인을 많이 경험하다 보니까 일부 장애인들의 순수한 마음을 좀 이용하는 것 같다”며 “처음에 머리 염색하는 데 5만 원, 그리고 나서 ‘머리도 짧고 비싸니까 그럼 이 미용실 안 가야지’ 하다가도 장애인들은 외로움에 많이 떤다. 그러다 보니까 전화를 해서 ‘우리 집에 놀러와, 커피 타줄게 이런 식으로 해서 집으로 유도한 뒤에 머리가 왜 이래? 내가 손봐줄게’하며 집에서 영업을 한 뒤 ‘이번에 머리해 줬으니까 10만 원 내놔’ 이런 식인 것이다”라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장애인의 마음을 이용한 것에 분개했다.
이씨와 비슷하게 40만원의 염색 비용을 결제한 지적장애인은 억울하다 이야기했더니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고 해 할 수 없이 결제를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52만원이나 주고 염색을 받은 이 씨의 머리 상태는 두피까지 염색이 되는 등 상태도 좋지 않고 머릿결도 많이 손상됐다. 이번 사건으로 이씨는 “저말고도 친구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알고 저희들을 이용하지 말고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고요. 이런 식으로 저희들을 농락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씁쓸한 마음을 내비췄다.
 
탈북민에도 바가지 씌워
곧바로 경찰은 이 씨에게 청구한 52만 원 가운데 모발 관리 클리닉 비용이 30만 원이라는 이 미용실의 주장과 관련, 금액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정황을 포착해 6월 8일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미용실이 이 씨의 모발 관리에 사용한 약품의 시중 가격이 1만 6000 원에 불과하고, 중소 도시의 고급 모발관리 비용도 보통 10여만 원 수준인 사실도 확인을 했다. 이에 경찰은 이 미용실의 카드사 거래계좌 내역을 집중적으로 추적해 염색 비용으로 52만 원을 청구 받은 이모씨와 같은 피해자가 더 있는지 계좌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6월 13일 충주경찰서는 추가 피해 의심 사례 5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추가 피해 의심사례로 주목하는 5건은 염색, 클리닉, 코팅 등을 각각 받고 15만원에서 많게는 25만원 정도를 받은 것들이다. 5건 가운데 3건은 장애인과 새터민들이 요금을 지불한 사례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장애인 외에도 한 탈북민에게 2차례 머리 관리 클리닉 시술을 해주고 33만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시술 내용과 요금 지불 경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 미용실은 2차례 머리 관리 비용으로 탈북민에게 각각 16만 원과 17만 원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탈북민은 경찰에서 “미용실 원장에게 요금을 물었지만, 머리 손질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얘기를 안 해줬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율요금제로 운영되는 미용실은 규모, 손님들 수준 등에 따라 요금이 서로 달라 현재로서는 터무니없는 요금을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미용실 원장이 실제 염색이나 코팅을 했는지, 어떤 염색약 등을 사용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미용실 원장은 지금도 정당한 돈을 받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의 구성원”…재발 방지책 마련 촉구
충주장애인인권연대가 6월 15일 장애인 바가지 미용요금 논란에 대해 관련 기관에 엄정한 사법처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충장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해당 미용실이 사회적 약자에게 미용요금을 과다 청구해 폭리를 취해 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장애인에 대해 봉 잡았다는 식으로 영업한 것”이라고 성토했다.이어 “아무리 자율요금제라 해도 52만 원을 청구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원장은 장애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비장애인이었다면 과다 청구를 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엄정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넘어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사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경찰은 철저한 수사와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충주시와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등 관련 기관에 이·미용업소 부당이익 취득과 최종지불요금제 준수 등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행정지도, 장애인차별금지법 교육, 장애인식 개선교육 실시를 요구했다.충장련은 “장애인도 지역사회의 구성원”이라며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책이 세워지도록 각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씨는 장애인단체에 도움을 요청해 원장을 사기혐의로 고소했고 이 미용실은 충주시의 영업 중단 권고에 따라 휴업한 상태다.
사회복지사의 장애인 폭행 사건이 잊을만하면 뉴스에 나오고 이에 따른 시위가 끊임없는 와중에 만약 이번 이 씨의 사건도 알려지지 않고 이씨도 다른 장애인들처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이 같은 피해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미용실도 계속해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이어나갔을 것이다.
지금도 안 보이는 여러 사각지대 속에서 피해를 받고 있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많을까? 우리가 그들을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힘이 없어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아무리 사회와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는 체제를 만든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정부가 이들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을 하기 이전에 우리가 먼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의식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 이유정 기자·사진/ 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충주MBC

이유정 기자  bj302@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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