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해 유엔에서 제정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고 유엔인권기구 초대이사국으로 선출되고 올 4월 대통령이 직접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서명하면서 세계적인 인권국가의 대열에 진입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세금 납부 등 내국인으로서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반면 외국인 장애인의 권리보장에 대해서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30일 개최된 국내 거주 장애외국인의 차별 해소를 위한 토론회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한국화교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인권센터가 공동으로 30일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국내 거주 장애외국인의 차별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석준 이주인권팀장은 "장애인복지법 등에 따르면 사회복지 등의 수혜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장애인등록제도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에 대해 공공시설이용, 고용, 세금 감면 등에서 일정한 혜택을 받는 바, 외국인 장애인은 장애인 자동차 표지를 발급해 주는 것 외에 장애인 복지혜택은 전협 없다"고 국내 거주 장애외국의 현실을 토로했다.

이 팀장은 "장애는 어느 곳에서라도 심각한 생활상의 제약과 불편을 야기하기 때문에 국민 및 비국민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이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외국인에 관련한 사회복지 법령에서 특례조항을 두고 있지 않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연금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같이 '국민'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법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음으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ICMW)' 비준과 더불어 '국민'의 범위에 국내 정착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도 포함된 점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화교장애인협회 왕애려 대표

이어 한국화교장애인협회 왕애려 대표는 절대 다수의 화교장애인들에 대해 자신의 교육, 재활, 취업, 자립생활 등에 대한 권리의식이 너무나 빈약하고 문제 해결책을 찾기에는 너무 약자이기에 그저 사회에서 잊혀지고 집에서 방치되고 있다며 안타까운 실상을 전했다.

왕 대표는 "국내 체류 외국인 사상 첫 100만 명 돌파는 한국 사회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사회 한편에서는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인종 차별적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과 다문화 수용을 위한 범사회적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법인 시민 이영직 변호사는  "한국도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고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으므로 국민 위주의 장애인 대책은 그 정당성을 상실하였다"면서 "국제법과 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는 헌법의 규정에 따라 외국인과 국민을 자의로 구분해 법률을 적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률도 아닌 시행규칙에서 임의로 일부 조항만을 외국인에게 적용하도록 한 규정한 부분은 실정법상 문제가 있다며 단기간 체류하는 외국인이 아닌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의 경우 납세 등 사실상 국민과 같은 모든 의무를 부담하므로 이들에 대한 차별은 더욱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인권의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성격과 국경 개념이 점차 무너지고 있는 사정을 고려할 때 헌법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외국인 장애인에게도 대부분의 조항이 적용된다고 볼 것"이라며 "행정심판이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 제도적 권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