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최저생계비는 기초생활보장뿐만 아니라 장애수당, 모부자가정지원, 보육요감면, 자활사업, 의료급여, 장기요양보험, 국민연금 등의 거의 모든 복지정책의 선정기준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며 이 지표는 3년마다 한번씩 새로 설정된다.

이렇듯 중요한 최저생계비가 2008년 4인가구의 경우에 1,265,848원으로 확정됨에 따라 4인 가구 근로자가구 평균소득에 대한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비율이 1988년 최저생계비를 계측하기 시작한 이후 최하로 낮아졌다.

일인가구 최저생계비의 최저임금에 대한 비율 또한 1999년 91%에서 매년 차츰 더 낮아져서 2008년에는 54%로서 역사상 최하로 낮아졌다.

비계측 연도의 최저생계비는 물가수준만 반영해 조정한다. 그런데 최근 십여년의 최저생계비 계측 연도와 비계측 연도의 절대빈곤율·상대빈곤율을 살펴보면 상대빈곤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약간씩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음에 비해 절대빈곤율은 최저생계비 계측연도인 1994년과 1999년에 특히 높아졌음을 알수 있다.

이와 같이 최저생계비 계측의 해에 빈곤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단지 물가수준만 3% 정도씩 반영하는 비계측연도에 비해 계측 연도의 최저생계비 인상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데 기인한다. 즉, 역사적으로 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 인상율은 향후의 비계측 연도에 빈곤선 자체가 너무 낮아지는 점을 감안하여 높게 책정해 온 것이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계측되는 2007년의 최저생계비는 크게 인상되어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를 반전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008년의 최저생계비는 2004년의 8.2%보다 무려 3.2%나 더 낮은 5.0%로 설정되었다. 이 수준은 물가상승율 3.0%를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는 2%의 인상에 불과한 낮은 수준이다.

2008년의 최저생계비 설정수준은 빈곤선을 낮춤으로써 우리사회에 만연한 빈곤을 은폐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과거의 최저생계비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이다. 빈곤선이 낮게 설정되면 빈곤이 은폐·축소되고, 최저생계비(소득인정액)를 기준으로 선정되는 거의 모든 복지제도의 수혜자 수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급여수준 또한 낮아진다.

또한 불안정한 빈곤선(최저생계비)을 기준으로 추정되는 절대빈곤율은 신뢰도가 낮아서 정책의 참고자료로서 활용되면 오류가 발생될 수밖에 없다.

21세기의 국정운영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해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대빈곤율 추정에 쓰이는 지표인 최저생계비가 이렇게 들쭉날쭉하고, 점점 더 낮아지는 것은 단지 공공부조나 복지정책뿐만 아니라 사회정책 전반의 정책운용을 잘못 이끌 수가 있다. 

특히 너무 낮은 최저생계비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빈곤을 은폐하고, 빈곤율에 근거한 모든 사회정책을 오류로 유도할 수 있다. 더구나 양극화, 불평등 및 빈곤심화가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크나큰 문제인 현 시점에서 또다시 빈곤선 지표가 너무 낮게 책정된 것은 엉터리지표를 기준으로 국정을 잘못 이끌 수 있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 

최저생계비보다 더 심각한 것은 보장수준이다. 기초생활보장법에는 최저생계의 사회적 보장수준이 적어도 최저생계비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온갖 닿지도 않는 이유를 들어서 최저생계비를 다 지급하지 않고, 급여수준을 낮추어 왔다.

2002년∼2008년의 보장수준은 최저생계비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즉, 4인 가구의 경우에는 2002년에 최저생계비의 11.96%가 삭감된 채 생계급여가 지불되었으나 2008년에는 삭감율이 18.87%로 높아졌고, 1인가구의 경우에는 2002년에 11.96% 삭감된 채 지불되었던 생계급여는 2008년에는 23.33%로 높아졌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4인가구의 경우에 2002년에는 118,371원을 뺀 금액을 수급권자들에게 생계급여로 지급하였으나 2008년에는 그 두 배가 넘는 238,848원을 빼고 지급할 것이다.

2008년 4인 가구의 실질적인 보장수준인 최고생계급여는 1,027,000원으로서 올해의 989,467원보다 불과 37,533원이 더 많은데, 이는 2008년의 실질적인 생계급여 인상율이 3.65%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3.65%의 생계급여 인상은 물가인상율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으로서 사실상 내년의 보장수준이 더 낮아졌음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체결로 인하여 농민을 비롯한 시장경쟁력 취약계층의 빈곤화와 양극화의 심화가 불을 보듯이 뻔한 현시점에서 참여정부는 거의 모든 복지정책의 기본이 되는 최저생계비를 낮춤으로써 향후 3년 동안의 복지를 크게 훼손시켰다. 양극화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제기하고, 계층갈등을 심각하게 유발시킨 장본인이 참여정부인데,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양극화문제를 제기했고 왜 계층갈등을 유발시켰는지 묻고 싶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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