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스타 세번째 만남, 오늘은 책을 짝사랑하다 책과 더불어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는 김용수 선생님(61세)을 만났다. 집을 들어서는 순간 거실에서 보여지는 엄청난 책과 CD들…. 그는 8천여권의 책, 4천여개의 CD를 중학교 때부터 읽고 모으기 시작했고, 자녀의 음악사랑에 도움을 주고자 CD를 모으는데 취미를 삼았다.

그를 아는 이들은 엄청난 독서광, 신문스크랩광, 클래식광, 소박한 가족사랑의 실천자 등으로 그를 부르며 실버스타로 추천했다. 왜 그는 책을 그토록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책을 고집할까? 책과 함께 하는 삶, 노후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어보자.

△책과 CD를 모으게 된 계기와 어떻게 관리하는지.

인터넷 정보가 무궁무진한 요즘,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노후를 준비하는 김용수씨.

 
"원래 독서를 좋아했고 사회생활하면서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욕심을 내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CD는 우리 아들이 중앙대 다닐 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트럼본을 연주하고 육사군악대 군생활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CD를 구입해서 듣기 시작했답니다"

지금은 음악 동아리에서 만난 아들내외가 클래식음악에 대해 김씨에게 물어볼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

"작은 방 두 곳과 거실에 역사,교육,고서,대하소설,실용서적,회고록,음식문화,건강,음악,예술,여행기 등 나누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를 쫓아다니면서 들른 책꽂이 주제들은 국악, 차, 환경, 실버, 죽음 등이었다. 독서모임, 오프라인 카페 등 그를 만나는 지인들은 음악, 미술, 철학, 스포츠, 문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식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도 막힘 없는 지식에 감탄한다고 했다.

△요즘은 어떤 책을 주로 보는지? 이 많은 책을 읽었다면 직접 쓰고 싶진 않은지?

“종교(기독교), 환경, 죽음, 귀농,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귀농,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데 오랫동안 서울생활을 했으니 시골에서 전원생활도 해보고 싶고 또 죽는 게 별게 아니기에 살아 생전에 잘 살아보고 멋있게 살다가 죽고 싶어요.”

“책 쓰는 대신 읽고 싶습니다. 책 많이 있는데 읽는 역할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책을 읽다보면 첫째, 책을 통해서 작가와 이야기할 수 있어요.

우리가 퇴계 이황선생님을 직접 만날 수 없지만 책을 통하면 가능하지요. 둘째, 논픽션은 내가 접해 보지 못한 소중한 간접경험을 줍니다. 셋째, 에세이에서 작가가 느낀 것을 공감하기도 다른 느낌을 갖기도 한답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별로 어렵지 않고, 책사고 읽고 관리하는 일에 돈이 거의 안들어가지 않는데 소중한 책과 함께 하는 삶에 사람들이 신경을 많이 안쓴다고 안타까워했다.)

△노후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소장하고 있는 물건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김씨는 좀더 나이가 들면 집을 처분하고 시골에 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집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처갓집 근처인 아산에 땅을 조금 사놓은 게 있어요. 아들과 딸이 다 출가해서 잘 살고 있으니 나중에 이 집 처분해서 시골에서 카페분위기 나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우리 가족들, 교회식구들, 인터넷지인들, 저를 아는 분들을 위한 소박한 무료 북 카페 아지트를 생각합니다.

며느리가 음악치료사인데 제 책이 많은 도움이 될 듯도 하구요. 이래저래 쓸모가 많겠죠? 또 무농약친환경 공간에서 살고 싶어요. 콩, 야채로 자급자족하고 화석에너지 안쓰고 태양열에너지로 냉난방하고 비닐 같은 쓰레기 없이 도시인들이 마음놓고 쉴 수 있는…”

△실버세대분들과 젊은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모들, 노인들 스스로가 자제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은퇴를 하면 은퇴를 한 것입니다. 나도 젊은이처럼 다할 수 있다는 사람이 있지만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소위 존경받도록 행동하여야만 합니다. 자기 가치를 스스로 높여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잖아요. 또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먼저 인생의 후배들이 물어보면 소중한 경험을 전해주고. 자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 내 스스로가 미리 노인이 되어보세요, 물론 쉽진 않겠지요. 느껴보세요, 주위를 살펴보면 알 수 있어요. 주위에 노인이 지나가면 관심을 가지고 보세요. 얼마나 고마워하는데요. 그게 소통이죠. 부모한테는 때가 있으니 더할나위 없이 효도를 하시구요.”

그가 평생을 모아온 책들과 음CD들이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실벽을 메우고 있다.

그의 일상생활에서 드러나는 성실은 실로 놀랍다. 지금도 여전히 일기를 쓰고 아침 4시 20분이면 일어나 새벽기도를 다니고 하루에 세 개의 신문을 보며 신문스크랩을 한다.

필자에게 보여주는 스크랩을 보니 지금과 같은 저출산·고령사회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10여년 전부터 노인복지와 실버산업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손주를 보느라 요즘 바깥일을 줄였다는 그, 인터뷰하는 중에도 보채는 갓돌 지난 외손자를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사랑스러운 한국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고교 지리교사를 거쳐, 공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얼마전 접은 부동산사업까지 김용수선생님의 성실함은 아마도 보릿고개를 겪으며 새마을운동을 체험하고 몸에 밴 우리의 어르신, 부모님, 선배 세대분들의 모습일 것이다.

객원기자 조한종 www.blog.naver.com/sukwha73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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