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섭 한국장애인연맹 회장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로 취임했다. 이 상임대표는 최근 열린 장총련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받아 앞으로 1년동안 우리나라 최대의 장애인단체 연합체인 장총련을 이끌게 됐다.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이기도 한 상임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    장애인당사자단체를   대표하는 장총련의 상임대표직을   맡게된 소감을 밝혀달라.
“올해가 걱정이다. 장애인운동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헌신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본업이 교수이기에 실천하는데 있어 그 범위가 장애인계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 부담이다. 이전부터 무척 해보고 싶던 일이지만 결과물을 얼마나 잘 도출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 단체의 대표직으로 서있다는 것에는 역사적으로,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  이 대표는 장애인복지학회 회장, 한국장애인연맹 회장,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정부대표, 소아마비협회 이사 등 맡고 있는 직책이 많다. 어디에 비중을 두고 활동할 예정인가.
“앞서 말했듯 나의 본업은 교수다. 이에 맞게 장애인복지학회는 교수직과 관련해 커리어를 쌓고 활동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회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하고 건실한 학회를 꾸려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심적으로는 장애인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총련에서의 활동은 나의 심장을 뛰게 한다.”

-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먼저 장총련의 규모가 커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과시하기보다 장애인의 욕구를 분출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찾는데 주력하는 게 맞다. 많은 예산을 받아 엄청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리고 싶다. 또한 취임식에서도 장총련의 비전과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지만 임기 1년 간 장애운동의 기본원칙과 당사자주의가 자리잡고, 장애인단체와 정부기관간의 관계를 유연하게 하는데 힘쓰고 싶다. 최근 장애인당사자주의가 장애인 권리만을 내세우는 ‘권리 강박증’으로 바뀌는 것 같아 아쉽다. 장애인당사자주의 대표 단체인 만큼 이를 바로잡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임기 중에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이 완성된다면 그 또한 큰 영광일 것 같다. 이를 위해 적극 활동할 계획이다.”

-  최근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의 단식을 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로서 정립회관 사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먼저 공대위가 정립회관 문제에 개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공대위가 정립회관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정립회관 점거농성을 ‘장애인운동이냐 아니냐’만을 놓고 따졌을 때 장애운동의 대상은 ‘사회’인데 공대위의 이번 점거는 ‘장애인 기관, 시설’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장애운동의 대상이 장애인기관이나 시설로까지 확대된다면 본말이 전도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공대위의 점거는 정립회관 노조 문제에 대한 제3자의 개입으로 법적으로 문제시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해답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현재로서는 공대위의 조건 없는 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대위가 소아마비협회를 감시, 견제하면서 점거를 푼다면 협회 측도 공대위를 의식해 긍정적인 해답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공대위가 해산하는 것은 패배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점거농성을 통해 장애인계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했다면 그것으로 점거는 의미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소아마비협회의 이사로서 장애인당사자주의 대표 단체장으로서 하루 빨리 정립회관이 안정화되길 바랄 뿐이다.”

-  이 대표가 생각하는 ‘장애인당사자주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우리(장애인)를 제외하고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 때 항상 장애인과 함께 논의해야한다는 말이다. 진정한 장애인당사자주의가 실현되려면 장애인의 권한을 알고 자신이 주체임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통해 정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지현 기자>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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