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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사문화제사문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편슬기 기자 | 승인 2016.09.19 14:03

어느덧 9월, 민족대명절 추석이 둥근 달처럼 포근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가을의 초입부에 들어섰다. 여전히 해는 뜨겁고, 날은 후덥지근하지만 곧 온가족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절로 훈훈해진다. 물론 추석하면 당연히 제사를 빼놓을 수 없다. 지옥 같은 귀성길을 힘겹게 이겨내는 이유도 모두 조상의 넋에게 존경과 고마움을 표하는 ‘제사’를 지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제사’의 기원과 형식

제사의 기원과 형식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몇 가지 설을 들어보자면 자연의 모든 현상과 변화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던 원시인들이 초월자 혹은 절대자를 상정하고 삶의 안식과 안락을 기원하기 위해 제사가 생겨났다는 설과, 천지 만물의 모든 존재에 대해 존경심과 신비감을 갖는 동시에 생명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 하늘과 땅, 해, 달 등 자연물에 초인적인 힘이나 신통력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삶의 안녕과 복을 빌기 위한 의식에서 출발했다는 설 등이 있다.
이처럼 제사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한 오래된 관습이나 ‘조상’을 위해 시작한 제사는 그 유래가 조금 다르다. 천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제외하고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는 고려 말까지 전혀 기록이 없으며 고려 때 중국의 주자학이 우리나라로 전파되면서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특정한 왕에게만 제사를 지내는 국가의 특별한 의식으로만 진행됐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제사가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다. 유교를 국교로 삼은 이성계가 조상제사를 민간에 널리 장려하면서 돌아가신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가 양반들 사이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제사’는 왕위를 굳건히 하기 위한 계략?

한편, 조상들에게 예를 갖추고 넋을 추모하고자 올린 제사지만 이성계가 제사 문화를 민간에 전파한 것에는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위화도회군으로 왕위를 찬탈한 이성계가 자신의 왕위와 권력을 인정받고 새로이 건국한 나라 ‘조선’의 기틀을 단단하게 바로잡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제사를 장려했다는 것이다.
먼저 제사상에 올라가는 구성 중 대추, 밤, 곶감은 필수적으로 준비되고 있는데 여기서 씨앗이 하나인 대추는 한 명의 왕을 의미하고 씨가 세 개인 밤은 삼정승을, 씨가 여섯 개인 감은 육판서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를 제사상의 필수 요소로 삼은 것은 겉으로는 조상을 위한 제사이나 실제로는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충군효친의 규율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확산시켰다는 시각이다.

과거의 제사는 ‘남성’들이 준비했다?

조선 전기까지의 제사를 보면 제사는 양반가에서만 지냈으며 제사상에 올리는 제사 음식준비부터 조상의 넋을 추모하는 일련의 과정들에서 여자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오로지 남성들만이 제사와 차례를 진행했다. 당시 제사 음식 준비는 지금보다 훨씬 간소한 형태로 현대와 같은 조율이시, 홍동백서 등과 같은 지침이 따로 없었다. 제사 기본원칙을 정해놓은 ‘주자가례’를 보면 ‘제철 과일을 사용하라’는 것과 포·과·채로 상을 차리라는 지시가 전부였다고 한다.
그러나 구한말 신분제도가 없어지면서 양반들만이 점유하던 제사문화는 서민들에게 까지 널리 퍼지게 됐고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 위해 간소하던 제사상은 음식 가짓수가 다양하게 늘어났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오늘날의 제사문화에 대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며 추석 제사상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즐겁게 놀면 되는 날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추석, 설날 등 명절 차례상차림을 모두 여자에게만 맡기는 오늘날의 모습에  “정말 전통을 중요시 하려거든 옛날 방식 그대로를 따라 음식준비부터 차례까지 모두 남자들이 진행해야 한다”고 강한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귀성길에 정체된 도로 모습

추석, 설날…점점 퇴색해가는 명절

이러나저러나 민족대명절 추석과 설날을 맞이할 때면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정말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가족들과 모여 명절을 쇠는 것이 보통이었다. 새벽부터 길을 나서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도 않는 기나긴 귀성행렬을 몇 시간이고 차안에서 보내고, 간신히 큰집에 도착해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어린 아이들은 제각기 놀러나가고 오랜만에 고향에 도착한 남성들은 잡초로 수북한 조상들의 묘를 깨끗하게 단장한 후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남자와 아이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집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식재료와 여성들만이 덩그러니 남는다. 제사식기를 깨끗이 닦아 놓고, 기름에 동그랑땡, 동태전, 산적 등을 부치면 고소한 냄새가 거실까지 퍼진다. 생선을 굽고 고기를 재워두고 국을 끓이며 내일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부랴부랴 준비하다보면 어느새 밤이 찾아온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먹을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을 차리고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해결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남성들을 위해 간간이 술상을 내온다. 날이 밝으면 제사와 함께 앞의 과정이 다시 반복된다.
‘명절 증후군’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명절이 다가오면 가짜깁스 판매량이 급증하는 이유와 명절 이후에 부부갈등이나 이혼률 급증 현상이 절로 납득이 갈 수 밖에 없다. 최근 들어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에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시댁 우선, 친정 홀대,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고부갈등 등으로 명절의 규모는 차츰 작아졌다. 물론 여기에는 핵가족화와 급증하고 있는 1인가구의 영향도 크다. 이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사의 의미도 옅어져 아주 간소하게 진행하거나 아예 지내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명절 연휴, 성형수술? 아니면 해외로?

이젠 명절연휴가 되면 인천공항을 통해 가까운 중국, 베트남, 일본 등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돼버렸다. 작년 추석을 살펴보면, 25~29일 닷새간의 연휴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간 여행객 수가 35만 8000명을 넘겨 일평균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모 포털사이트에는 명절이라는 검색키워드에 ‘명절 해외여행’, ‘명절 해외여행 장단점’이 자동완성으로 뜰 정도다.
개인성향이 두드러지는 요즘 젊은 층들은 해외로 여행을 가거나, 명절 근무를 자원해서라도 가족, 친척들과의 만남을 피하려 한다. 기성세대들의 ‘취업’, ‘결혼’, ‘임신’ 등의 민감한 사항을 필터 없이 과감하게 물어보는 질문공세를 이미 충분히 겪어 봤기 때문에 일찌감치 불편한 자리를 피하기 위해 명절 행사에 불참할 변명거리를 만들어 두는 것이다. 특히 다가오는 이번 추석의 경우는 14, 15, 16일 연휴와 더불어 17, 18일이 주말이라 5일의 연휴를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아껴둔 연차를 사용한다면 열흘에 가까운 긴 휴가를 만끽할 수도 있다. 이정도면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오기에도 충분한 기간이다.
연휴에 맞춰 부모님이나 자신에게 성형을 선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부모님에게는 노화로 인해 시야를 가리는 쳐진 눈꺼풀을 제거하는 효도성형을 선물하거나 자신에게는 상처회복이 빠르고 수술방법도 간편한 쁘띠성형을 시술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시대 변화에 따른 전통소멸 어쩔 수 없어”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전통소멸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또 정보사회로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전통들이 사라지고 얼마나 많은 새로운 문화가 탄생했는가? 심지어 한글조차도 줄임말과 외계어, 낯선 채팅어가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롭게 개편돼가고 있다. 전통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이러한 모습이 영 달갑지 않을 수 있지만 이제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다.

 아마 제사나 명절문화는 앞으로 몇 세대를 거쳐 내려가면서 모습을 감추고 결국 완전히 사라져버리게 될 것이다. 아마 그때쯤이면 차례상이나 제사문화는 교과서에서나 등장해 역사의 한 조각으로 미래세대의 머릿속에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이 미래로 흘러감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아쉽지만 의연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글/ 편슬기 기자
자료/네이버 백과사전 외

편슬기 기자  bj303@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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